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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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안정환 이야기

기사입력 2010.06.25 20:42 / 기사수정 2010.06.25 20:57

유용재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용재 수습기자]

 "안정환은 내가 본 아시아선수 중에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이다. 마치 요한 크루이프를 보는 듯했다" - 펠레 -

"아시아 선수 중에서 정말 이런 선수가 있었나. 그는 내게 델 피에로를 상대하는 것과 같은 중압감을 줬다. 나는 경기 내내 마치 델 피에로를 상대하는 착각에 빠졌었다. 분명히 델 피에로는 우리 팀(유벤투스)인 걸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 릴리앙 튀랑 -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빛나게 해준 유일한 희망 축구

대림초등학교 시절 편모슬하에 이모집에 얹혀살 정도로 집안형편이 어려웠던 안정환은 축구를 하면 빵과 우유를 주겠다는 축구팀 감독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육상선수의 꿈을 접고 축구를 시작하게 된다.

대림초등학교 감독 시절 안정환을 발굴한 피은형(50)씨는 "정환이는 축구 재능이 뛰어났지만 표정이 어둡고 말이 없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안정환의 불우했던 성장기를 알 수 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소년 안정환에겐 축구를 하고 공을 차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었고 희망이었다. 만약 안정환이 축구를 하지 않고 육상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K-리그의 부흥도 한국축구의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엄청난 신화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축구는 최고의 판타지 스타를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K-리그의 테리우스에서 한국인 최초 세리에A 진출까지

서울공고를 졸업한 안정환은 아주대에 입학하게 되고 1997년 시칠리아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뽑힐 정도로 축구 실력을 인정받으며 아주대를 3년 만에 대학정상으로 올려놓고 대학축구 무대를 평정했다.

그 후 1998년 전체 드래프트 1순위로 부산 대우 로얄스에 입단한 안정환은 입단 첫해부터 이동국-고종수와 함께 엄청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며 K-리그의 부흥을 이끌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9년엔 K-리그 MVP , 브론즈슈를 받으며 K-리그를 평정했고, 이때부터 입소문을 들은 유럽의 여러 구단도 안정환을 주목하며 영입경쟁을 시작한다. 이에 적극적인 구단은 스페인의 레알 라싱과 이탈리아의 페루자였다.

안정환은 스페인을 선호하였고 계약조건도 또한 레알라싱이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레알라싱은 병역문제로 안정환을 흔들었고 부산대우 역시 페루자행을 권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환은 스페인이 아닌 이탈리아 세리에 A 페루자에 진출하게 된다.

이탈리아 언론은 한국의 새로운 스타가 이탈리아에 왔다며 떠들썩했고 안정환은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 후보선수로 벤치를 지키게 되고 구단과의 보이지 않는 마찰을 겪게 된다. 그러나 안정환은 2000년 12월 20일 20세기 마지막 한일전에서 혼자서 일본을 유린하며 무승부로 이끌었고 그해 세리에 A리그 후반기 4골을 몰아치며 그의 실력을 입증하였다.

반지의 제왕의 탄생과 월드컵

2001년 한국대표팀에 부임한 히딩크는 당시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빅리거였던 안정환에게 에이스의 상징인 백넘버 10번 대신에 일부러 19번을 주고,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주전에서 제외하고 칭찬에 인색하며 혹평을 하는 등 안정환 길들이기를 통해 그를 스타플레이어에서 최고의 승부사로 조련시키에 이른다. 

"내가 너를 차갑게 대하면서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 계기로 월드컵이 끝나면 너는 스타가 되어 있을 것이다"며 히딩크 당시 축구 대표팀 감독은  안정환 길들이기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승부사로 거듭난 안정환은 2002년 5월16일 부산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전에서 환상적인 칩슛 등으로 혼자 2골을 몰아넣으며 4-1승리를 이끌었고,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그의 진가는 곧이어 펼쳐진 한일 월드컵에서 바로 드러났다. 앞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안톤 오노의 쇼트트랙 헐리우드 액션으로 상당한 '반미 감정'이 있었던 미국과의 조별예선에서 그는 헤딩슛으로 한국 대표팀을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했다.

16강 이탈리아전에서는 더 극적인 활약을 펼쳤다. 안정환은 경기 초반 얻은 페널티킥에 키커로 나서게 되었는데, 많은 이들이 안정환의 골을 기대했지만 부폰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으로 안정환은 실축하게 되고 영웅에서 한순간에 역적이 되어버렸다.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을 빼지 않았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는 120분이 된 다 해도 빼지 않는다"며 안정환에 끝까지 신뢰를 주었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안정환은 기적의 헤딩골로 2-1역전승을 이끌며 한국대표팀을 다시 한번 살려냈다.

한일월드컵 대한민국의 기적 같은 4강 진출은 안정환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4년 뒤 독일월드컵 안정환은 다시 한 번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게 되고 1차전 토고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넣었다. AP통신은 안정환의 골을 두고 "그는 특별한 골 밖에는 넣지 않는다"며 안정환의 해결사 본능을 인정했다. 또 한 번 안정환이 대한민국을 살린 셈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안정환이 다시 한번 대표팀에 뽑힐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허정무 감독은 그를 다시 한번 불러들였고 많은 국민은 다시 한번 안정환의 기적 같은 골을 기대하고 있다. 

베스트 일레븐이 조사한 "한국 국민이 최고 그리워하는 스타" 설문조사 결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만큼 그는 국민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다. 비록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직 단 1분도 뛰고 있지 않지만 8년 전에도 4년 전에도 그랬듯이 위기의 순간 대한민국을 구해줄 해결사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다.

그가 대한민국을 구하는 극적인 골을 넣고 반지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남아공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용재 수습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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