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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ML 노크' 김광현 "팬들 응원이 도전의 첫 번째 원동력"

기사입력 2019.11.23 09:50 / 기사수정 2019.11.23 09:53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문은 열렸다.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라는 더 큰 무대로의 첫 발을 내딛는다.

SK 구단은 22일 "김광현과의 두 차례 면담을 끝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는 김광현이 2007년 입단 이후 올해까지 13시즌 동안에 4차례 우승을 이끈 높은 팀 공헌도, '원클럽맨'으로서 그동안 보여준 팀에 대한 강한 애정, SK 출신 첫 메이저리거 배출에 대한 팬들의 자부심 등이 허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분명 구단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FA 계약이 남아있는 선수의 해외 진출 추진은 리그에서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에이스의 빈 자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SK는 김광현의 꿈에 힘을 싣기로 결단을 내렸다. 김광현도 구단의 발표 후 "구단 분들이 나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을텐데,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의 투수가 되어 피어난 꿈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그를 꿈꾸지만, 막연하게 소망하지는 않았다. 열 살 소년이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기까지, 김광현의 목표에는 분명 순서가 있었다. 아마추어 때는 프로를 꿈꿨고, 프로가 되어서는 팀의 우승을 이끄는 최고의 투수가 되기를 바랐다. 몇 차례 우승을 경험한 뒤에 더 큰 무대를 바라보게 됐다.

2014년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되고,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지만 김광현은 그 시간을 겪으며 몸도 마음도 더 단단해졌다.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시즌에서 11승,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데다 팀의 한국시리즈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190⅓이닝을 소화, 개인 최다 17승을 올리며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마운드 위 김광현의 건재와 함께 그의 꿈도 다시 자랐다.

'제 2의 전성기'를 염원했던 김광현에게 올해를 자평해달라고 하자 "투구 결과가 말해주지 않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목표했던 많은 이닝을 던졌고, 그 와중에서도 꿈을 꾸게 해준 염경엽 감독님이 가장 고맙다. 힐만 감독님도 그렇고, 계속 '미국 가야지' 하며 수술 첫 해부터 올해까지 플랜을 짜주신 분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도전의 시작은 곧 이별의 시작


구단의 메이저리그 진출 허락을 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광현의 입에서는 의외로 "섭섭하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김광현은 "구단의 결정이 나니까 좋으면서도, 13년 동안 있으면서 함께했던 사람들, 직원들이나 선수들 그리고 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계약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별하는 느낌"이라며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느낌이 이상하다"며 웃었다.

특히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은 것을 알기에, 그 팬들의 응원이 역설적이게 팬들과 멀어지게 했음을 알기에 더 마음이 복잡하다. 김광현은 "이번 기회로 다시 한번 팬들에게 감동했다. 내 개인적인 꿈을 응원해준 건데,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첫 번째 원동력이라 생각하고, 그 성원에 보답하려면 잘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 뿐 김광현에게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김광현은 "아직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라 실감이 안 나기도 하지만, 최대한 빨리 계약을 마치고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믿고 보내준만큼 우리나라 대표, SK 대표로 간다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해야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으니 '잘하겠다'라고는 말씀드릴 순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심히,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테니까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13년이 그랬듯, "아주 먼 꿈을 꾸는 게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이뤄가면서 개척하는 편"이라는 김광현에게 이제 새롭게 밟아나가야 할 계단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아직은 얼마나 두려울 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로 향하지만, 김광현은 자신의 걸음 걸음에 뜨거운 응원이 함께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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