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닷컴] 지난 14일 경찰은 ‘프로듀스 101’ 조작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또는 사기·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안 PD 등이 인정한 시즌 3·4 외에도 ‘프로듀스 101’ 전 시즌(시즌1, 시즌2, 프듀48, 프듀X)에 걸쳐 시청자 투표 결과와 달리 제작진이 개입해 조작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YTN 역시 경찰이 시즌 3·4처럼 시즌1과 시즌2에서도 방송과 실제 투표 결과가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안씨가 이런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프듀 조작 사건의 조사경과를 지켜보면서, 약 14년 전에 있었던 모 e스포츠리그 조작 사건이 떠올랐다. e스포츠계 대표 흑역사를 꼽으라고 하면 스타크래프트리그 승부 조작 사건이 주로 언급되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리그는 ‘워크래프트3 리그’(워3리그)이며, 해당 사건은 리그 맵조작 사건이다.
스타크래프트리그의 경우에는 선수들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승패를 임의로 조작한 것이 문제였다면, 워3리그 조작은 리그 핵심 관계자가 대회에 쓰이는 공식리그맵 그 자체를 조작해 경기 결과와 리그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문제였다. (공식맵 속) 각 종족 유닛의 주요수치 등을 미묘하게 조작해 ‘원하는 그림’을 만들려고 한 것. 이 조작을 저지른 사람은 장모씨로, 이 때문에 이 사건은 ‘장조작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워3리그 해설위원 겸 핵심기획자였던 장씨, 프듀 총괄PD였던 안씨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다 자기분야에서 상당한 네임드였다는 것, 그리고 나름 실력과 업적도 인정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높은 이름값만큼 영향력도 상당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가장 큰 공통점은 방송콘텐츠의 핵심기획자, 영향력 있는 업계인이라는 위치에 부합하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지 못해 조작을 저지르고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는 것이지만.
‘장조작 사건’ 이후 국내 ‘워크래프트3’ 프로게임리그는 말 그대로 종말을 맞이했다. 워3리그 ‘방송’이 망한 정도가 아니라 ‘업계’ 자체가 주저앉아버렸다. 이 일 이후 국내 e스포츠 업계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쓰기 힘들 정도로 획일화된 시장(e스포츠=스타크래프트)이 됐다. 두 사건 모두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입장에선 참으로 입맛이 쓴 역사의 반복인 셈이다.
물론 국내 워3리그는 (사건과 무관하게) 영세한 편이었고, 현재 케이팝씬과 방송업계는 규모가 크니 일의 결과까지 그때와 똑같을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다만 업계의 크기가 큰 만큼, 그리고 그간 프로듀스 시리즈가 케이팝씬에 끼친 영향이 큰 만큼 악영향의 크기도 클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조작 사건’은 장씨 개인이 저지른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의혹의 중심에 선 소속사도 적지 않고, CJ ENM 부사장까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정도로 스케일이 크니.
실제 이번 사건이 케이팝씬에 끼칠 악영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사건 발생 이전 수준으로 수습이 가능은 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 어느 것도 현재로서는 그냥 ‘if’일 뿐이다.
그저 지금 확실한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결자해지’라는 것이다.
지난 14일 엠넷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엠넷은 14일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진정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에 따른 합당한 조치, 피해보상, 재발방지 및 쇄신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포츠뉴스닷컴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연합뉴스-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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