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01 01:10 / 기사수정 2010.06.01 01:10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허정무호의 황태자' 곽태휘(교토)가 고개를 떨궜다.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경기 도중 상대 공격수와 부딪혀 넘어진 것이 화근이 돼 왼쪽 무릎 내측 인대가 부분 파열, 전치 4주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시점에 찾아온 부상 악령에 지난날 힘들게 운동했던 것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곽태휘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 낸 인간 승리자로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뒤늦게 축구를 시작했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국가대표에 오르며 유례없는 역사를 만들어낸 선수가 그였다. 그것도 상당한 부상과 장애를 딛고 일궈낸 성과여서 그 의미는 대단했다.
평발, 실명, 디스크...잇따른 시련 딛고 K-리거-국가대표가 되다
평발이라는 신체적인 악조건을 딛고 대구공고 1학년 재학 시절 축구를 시작한 곽태휘는 이듬해 축구공에 맞아 왼쪽 눈 시력이 크게 저하되는 아픔을 겪으며 축구 선수로는 물론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어 고3 때는 허리디스크, 대학 때는 어깨 근육 부상으로 한동안 큰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곽태휘의 국가대표 생활은 순탄한 듯 보였다. 2008년 2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3차예선에 데뷔해 한국 축구의 연속 경기 무득점 '치욕'을 깨는 시원한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알린 뒤, 중국과의 동아시아컵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골넣는 수비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덩달아 '허정무호의 황태자'라는 칭호도 얻었고, 그렇게 곽태휘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져 갔다.
'두번째 무릎 부상'에 고개를 떨구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이 잇따라 발목을 잡았다. 2008년 3월, K-리그 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다쳐 복귀까지 6개월 가량 시간이 걸렸고, 같은해 11월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무려 10개월간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그래도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이 있었기에 곽태휘는 완벽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지난해 11월 덴마크전에 성공적인 복귀 경기를 치르며 다시 꿈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직전까지만 해도 곽태휘의 입지는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에콰도르와의 평가전부터 시작해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해 허정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던 그였다. 하지만 하필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곽태휘는 왼쪽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결국 다시 일어서지 못하며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확실한 수비 자원이 빠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온갖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표상'과 다름없던 그였기에 팬들의 안타까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나 아쉽게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곽태휘지만 골문 앞에서 힘차게 솟구쳐 오르며 포효하는 그의 모습을 많은 팬들은 계속 해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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