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9.07 23:41 / 기사수정 2006.09.07 23:41
[현장에서 느끼다]
[엑스포츠뉴스=이우람 기자] 지난 이란전이었다. 급히 자리에 착석하고, 바로 확인한 것은 경기 출전선수 명단. 공격진을 살펴보니 대부분은 예상대로 들어맞았다. 그런데 중앙 센터백으로 기용된 두 선수를 보고 나선 적잖이 놀랬다.
다름이 아니라 예상과 달리 센터백으로 나란히 멀티 플레이어인 김동진-김상식이 표기되어있던 것이었다. 혹시 김영철이나 다른 수비수들이 아닐까 하고 다시 확인해보았지만, 분명 두 선수가 맞았다.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선수가 일전에 수비를 맡은 적이 있지만, 수비수로 출전하기에 앞서 다들 원래의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두 선수는 여러 자리를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하지만, 수비 경험이 일천한 김동진과 주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김상식을 감안하면 아시안컵 본선 진출의 변수가 될 중요한 경기인 이란전에 당당하게 센터백을 맡긴 것은 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한 축구팬은 '김동진-김상식 센터백 체재는 도박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식사마' 김상식, '좋아', '수비수' 김상식, '??'
김상식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다. 언론과 축구팬은 그에게 한 개그맨의 애칭을 따 '식사마'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한 걸 보면 그가 얼마나 만담 꾼일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수로서 김상식, 특히 수비를 맡는 김상식의 평가는 '식사마'로 불리는 호감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적잖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상식은 지난 2000년 일본 원정경기에서 퇴장과 동시에 페널티 킥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A매치에서 몇 차례 퇴장을 당하며 '카드챕터'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2월 11일 미국에서 갖은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도 페널티킥을 내주는 실수를 범했다. 그런 김상식이 팀의 중앙수비를 맡는다는 사실에 많은 축구팬이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김상식은 뚜껑을 열어본 이란전에서 마지막 92분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비 조율 능력을 펼쳤다. 아마 올해 대표팀에 오랜만에 포백이 도입되고 가장 좋은 경기를 보지지 않았을까.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들과 수비에서 연계 플레이는 멀티플레이어인 김상식의 진가가 위력을 보인 부분이었다. 물론 마지막의 몇 초가 그 모든 것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중앙 수비를 본 김동진의 가능성, '밝음?'
김동진을 떠오르면 왼쪽 측면 풀백, 혹은 왼쪽 미드필더가 바로 떠오른다. 지난 월드컵 때도 왼쪽 윙백 붙박이 주전으로 여겨진 이영표가 김동진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시키고자 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뜻에 따라 오른쪽에서 뛰기도 했다. 김동진의 왼쪽에서 갖춘 기량이 출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팀의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한국은 중앙 수비에 있어서는 홍명보 은퇴 후 마땅히 중심이 될 인재를 찾는데 어려움이 겪고 있는 게 사실. 그래서 지난 이란전에서는 오버래핑 능력이 좋은 이영표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복귀시키고, 그동안 왼쪽 풀백으로 활약한 김동진을 중앙에 놓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김동진은 후반 들어 거세진 이란의 위험한 순간을 잘 막아내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베어벡 감독, "센터백은 공격 전개능력이 있어야"
베어백 감독은 인터뷰에서 두 선수를 기용한 배경으로"나는 중앙 센터백이 단순히 발 빠르고 수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때론 일정부분 공격을 전개할 패스를 갖춘 선수를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이 점을 보아 앞으로 대표팀은 김동진-김상식처럼 어느 정도의 킥력을 갖춘 선수들로 하여금 센터백으로 세워 포백을 시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식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격 전개와 패스에서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선수다. 실제로 지난 이란전에서 한국 진영에서 많은 공격이 김상식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중앙의 김남일에게 정확히 배달하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과감한 긴 패스를 전방에 보내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다.
김동진 역시 왼발에서 나오는 탁월한 슈팅력과 패스를 갖췄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 때와 소속팀에서도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이제는 일정부분 노련미도 갖췄다.
하지만, 두 선수가 함께해야 할 수비진의 짜임새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김상식은 원래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 때의 습관이 배어 있는 듯 위험지역에서 드리블이 가끔 보인다. 최종 수비수로서 좀 더 명확한 처리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김동진은 아직 전문 수비수로서 검증을 받지 못한 만큼 경험이 부족하다. 많은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고 그리고 든든한 수비를 갖췄음을 보여야 한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을 갖춘 두 선수의 조합. 베어벡 감독이 시험 가동하는 중앙 수비진을 눈여겨보자. 더욱 발전할 한국 축구의 미래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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