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9.04 12:42 / 기사수정 2006.09.04 12:42
[글=문인성] 최근 소속팀인 울산에서는 물론 A3챔피언스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이천수가 방송에 나왔다. 갑자기 방송이라고 하니까 그가 프로축구 TV중계에 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필자도 놀랄 정도로 일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오락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쳤다.
3일 MBC의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코너에 출연한 이천수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방송인 박경림의 남자친구를 소개받는다는 내용으로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제대로 속았다.
처음 당하는 몰래 카메라여서인지 이천수는 이경규가 등장하자 허탈해 하며 "연예인만 나오는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다"라는 허탈한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최근 내가 활약하고 있는 곳이 K리그다. 그런데 관중이 너무 없어서 선수로서 회의감이 들고 허탈하다. 많이 봐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는 진정 허탈한 표정으로 축구팬들에게 K리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이천수가 방송에 나와 한 말은 비단 오늘만의 걱정은 아니다. 어쩌면 4년 전부터 더 길게 보면 10여 년 전부터 고민해 온 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축구팬은 '프로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왔다. 그리고 실제로 각 프로축구 구단들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 오면서 나름의 발전들을 꾀해 왔다.
최근 프로축구는 그야말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프로축구의 재미를 알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시작한 팬들이 많이 늘어나 있는 상황. 실제로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에는 3만이 넘는 관중이 입장해 이제는 팬들 스스로 재미있는 경기를 찾아서 보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또한, 서울, 수원, 인천 같은 수도권 팀들은 제법 매 경기 1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하면서 프로축구의 흥행을 몸소 이끌어가고 있다. 그동안 관중이 없던 성남도 지난달 30일에 열렸던 울산과의 경기에서는 1만 2천여 명의 관중이 입장하면서 '챔피언팀'다운 관중동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도권 팀들이 이렇게 사정이 좋아지었지만 방송에 나와 허탈해 한 이천수가 속한 울산이나 전북, 부산, 제주 같은 지방팀들의 경기장에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아 항상 울상이다. 특히, 월드컵 이후에 처음으로 K리그 경기를 소화했던 이천수는 경기 직후 "관중이 너무 없다"며 우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대표팀 경기에만 열광하는 팬들의 문제도 있지만 프로축구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홍보 의식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끔 끊임없는 홍보와 전략적인 대단위의 중장기적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방송에 나와 이천수가 허탈해한 까닭. 몰래 카메라에 속아서 허탈해 한 것도 있겠지만 'K리그를 많이 봐달라'고 말했을 때의 그의 표정은 허탈함을 감추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언제쯤 우리네 프로축구 선수들의 입에서 'K리그 많이 봐주세요'라는 간곡한 부탁이 사라질까. 팬들을 탓할 수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팀을 유지하는 구단들을 탓할 수도 없다. 답답한 이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래서 이천수 본인도 허탈한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프로축구가 현재 발전은 하고 있지만, 팬들의 사랑 없이는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K리그를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무조건 재미없다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한번쯤은 경기를 보고 나서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K리그팀들의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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