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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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기사입력 2010.05.18 08:08 / 기사수정 2010.05.18 08:08

정재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경 인턴기자] 빈볼(beanball)은 '투수가 고의적으로 타자의 머리를 향해 던지는 공'을 말한다.

최근에는 머리보다는 고의적으로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을 빈볼이라 많이 말한다. 한 마디로 타자를 위협하는 공인데, 시즌이 중반에 가까워지면서 순위싸움에서 급해지자 흐름을 바꾸는 여러 가지 행동 중 빈볼도 하나의 소재로 포함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빈볼로 인한 시비는 팬들의 경기 보는 시간을 길게만 할 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소한 다툼은 결국 큰일을 만들고 프로야구 전체를 들썩거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1. 빈볼은?

최근 몸에 맞는 공이 부쩍 많아지면서, 빈볼 시비가 부쩍 잦아졌다. 빈볼이 나오는 시점은 연패로 인해 좋지 않은 분위기 쇄신, 상대의 과도한 세리머니나 액션으로 때문인 경고 등이 주로 많다. 최근에는 전 경기 프로야구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빈볼에 대한 팬들의 감성도 많이 달라졌다.

TV를 통해 모든 내용이 보이면서 야구팬들도 빈볼의 맞고 그름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높아졌다. 빈볼이 나올 경우 선수들도 흥분하지만, 이를 보는 관중들 역시 흥분하는 경우가 많다. 빈볼은 일반적으로 벤치의 지시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포수들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투수들에게 고의적으로 지시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좋지 않은 경기의 모습이지만, 빈볼이나 벤치 클리어링도 야구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판단하는 예도 있다.

2. 빈볼 그리고 벤치 클리어링

빈볼 발생은 감정이 섞인 행동이기 때문에 상대팀 벤치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에서 해마다 많은 사건 중 빈볼로 인한 사고는 항상 포함되어 있다.

1996년 현대와 삼성의 인천 경기에서는 타자인 이승엽의 등으로 정명원의 날카로운 빠른 공이 날아가며,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이는 경기에 크게 뒤지던 삼성에서 8회 말 연속적으로 현대 선수에게 위협구를 던지면서 발단이 되었다.

마무리 투수로 나온 정명원은 앞 타자 양준혁의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서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위기감이 있었는데, 바로 빈볼이 나오면서 양팀은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게 되며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필이면 경기가 끝나가는 9회 초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 더욱 아쉬울 뿐이다.

2003년 대구에서는 LG의 장재중 타석 때 삼성의 라형진이 몸쪽 볼을 던지다 주의를 받는 시점에서 이승엽과 서승화가 주먹다짐을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공을 던진 투수와 타자가 아니란 점에서 의아했지만, 서로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두 선수가 앞장선 듯 한다. 이 날의 이 사건은 2003년 시즌 내내 화두가 되었고, 결국 두 선수가 화해하는 장면이 신문으로까지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07년에는 안경현과 봉중근의 빈볼 시비에 이은 난투극, 한국시리즈에서는 SK와 두산의 빈볼 시비와 벤치클리어링 퍼레이드(?)가 이어지면서 경기장 내외를 뜨겁게 달궜다.

최근에는 5월 13일 롯데와 SK의 경기에서 선발 이용훈이 정근우의 가슴을 향해 공을 던져 또 다시 빈볼시비가 일어났다. 이 경우 바로 투수는 퇴장 처리로 신속하게 마무리되었지만, 롯데는 이용훈이 던진 공이 빈볼이라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시인했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SK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나왔고 미묘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다툼은 없었다. 이 날 빈볼로 KBO는 이용훈에게 200만원의 벌금 부과를 지시했다.

지난 17일 잠실 경기에서는 빈볼로 보이진 않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으로 양팀이 경기 종료 후 2루 베이스를 두고 양팀의 선수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발단은 8회 말 박경수의 몸에 맞는 공이다. 물론 상황은 빈볼을 던질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13점차의 점수 차에 박경수는 이 타석에 대타로 출장한 선수이기에 따로 이유는 없었지만, 빈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공이 들어왔다는 점과 전날 2타석 연속으로 몸에 맞는 공을 맞은 박경수는 몸에 맞는 공에 대한 기분이 좋지 않을 때였다.

화가 난 박경수는 배트를 뒷그물을 향해 던졌고, 다음 타자인 박용근 병살플레이 때 롯데 2루수 정훈의 발을 향해 슬라이딩하며, 본인의 화를 표출했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2루심이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박경수를 잡고 대화를 나누며 화를 진정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9회초 롯데 공격 때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던 박용근의 발을 향해 롯데의 문규현이 발을 대면서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이것이 경기가 종료되고 나서 양팀의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모이게 한 원인이 되었다.

물론 공을 던지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 있고, 상황이 빈볼을 던질만한 이유가 없었기에 배장호가 박경수에게 던진 공이 빈볼인지 아닌지는 배장호 본인만 알 것이다. 그러나 공이 빠른 공이었다는 점이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었고, 이에 박경수의 과한 행동도 문제의 소지를 제공한 셈이다. 거기에 슬라이딩을 통해 상대의 선수를 자극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3. 그래도 그들은 동업자인데…

빈볼은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요소이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팀이기 이전에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다. 별생각 없이 던지는 위협구의 상대 선수 생명이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그런 일들이 생긴다고 생각을 해본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선수들은 서로 친하게 좋은 친구처럼 터울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그림인데, 본인들의 선수생활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 몸에 맞는 공은 부득이하게 나올 수 있는 경기에 일부분이지만, 빈볼은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는 도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도 감독들도 순간적인 감정만 가지고 행동한다면, 팬들도 감정적으로 팀을 대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기억해야 한다. 결국,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진=지난 17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정재경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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