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12 08:58 / 기사수정 2010.05.12 08:58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젊은 토종 에이스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하루였다.
지난 11일,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세 명의 젊은 토종 에이스가 동시에 나섰다. LG와의 청주경기에 한화 에이스 류현진, 넥센과의 광주경기에 KIA 에이스 윤석민, 롯데와의 사직경기에 SK 에이스 김광현이 나란히 동시에 선발 출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나란히 올 시즌 첫 완투승을 거뒀으나 김광현은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을 하고 말았다.
역시 닥터 K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최근 2연패 중이었다. 지난달 29일 대전 두산전 8이닝 2실점, 지난 5일 광주 KIA전 7이닝 3실점으로 변함없는 호투를 했으나 팀 타선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며 2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진정한 에이스였다. 11일 청주 LG전에 선발등판 했던 그는 프로야구 역대 한 경기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17개)을 기록하며 9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개인 통산 19번째이자 올 시즌 첫 완투승을 거뒀다.
더불어 통산 23번째이자 올 시즌 8개 구단 투수 가운데 첫 번째로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직구 최고구속 151km에 커브와 체인지업을 110km에서 130km대로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LG타선을 요리했다. 6회 작은 이병규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이후 2사 2,3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조인성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최대위기를 잘 넘겼다.
지난 2경기에서 단 1점의 득점지원을 받았던 그는 11일 청주 LG전에서도 단 3점을 등에 업었지만 진정한 에이스는 자신의 힘으로 팀 승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입증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아직 더 던질 수 있다. 탈삼진을 의식하지 않고 두 자리 승수와 방어율 2점대 초반이 올 시즌 목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LG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면서 올 시즌 8경기 연속 퀄러티스타트, 61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선두에 오르는 짭짤한 '부 수익'도 챙겼다.
스피드업에 충실
윤석민은 올 시즌 6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지독하게 터지지 않는 타선으로 인해 승운이 따르지 않아 2승 1패에 머물러있었다. 여기에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구원투수들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자진 구원등판을 해 화제가 됐다. 1이닝을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한 때 잘나갔던 소방수로서의 위용도 과시했다.
그러나 역시 윤석민은 KIA의 선발진을 이끄는 에이스였다. 11일 광주 넥센전에 선발등판 했던 그는 9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3승, 개인 통산 4번째이자 올 시즌 첫 완투승을 수확했다. 그의 완투승은 08시즌 7월 8일 광주 한화 전 이후 약 2년 만이었다.
양팀 모두 0의 행진을 이어가다가 5회 최희섭의 3점 홈런으로 불안한 리드를 안고 투구를 했다. 게다가 7회 강정호에게 솔로홈런을 맞고 8회 2피안타 2실점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고, 돌아선 팀의 공격에서 2점을 등에 업고 9회까지 씩씩하게 투구를 마쳤다.
넥센 타자들은 윤석민의 빠른 승부에 초구부터 공격적인 스윙을 했으나 좀처럼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는 150km의 직구와 140km대 초반의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넥센 타자들을 제압했다. 특히, 8회까지 매 이닝 12개 이하의 투구 수로 야수들의 수비시간을 줄이며 템포 빠른 투구로 넥센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11일 경기의 백미였다.
윤석민은 경기 후 "7회를 마친 후 완투욕심이 났다. 최근 에이스로서 부담감을 가졌는데 그런 부담감을 털어냈다"며 홀가분한 모습을 드러냈다.
시즌 최악투
류현진과 윤석민이 나란히 완투승을 기록하는 동안 사직에서는 SK 에이스 김광현이 최근 물이 오를 만큼 오른 롯데 타선에 호되게 당했다.
3과 3분의 1이닝 동안 11피안타, 8실점하며 쓸쓸히 마운드에서 퇴장했다. 볼넷은 2개를 내주고 삼진은 4개를 뽑아냈으나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가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해 직구에 의존하다 보니 롯데 타자들에게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0.74였던 평균자책점이 2.50으로 확 치솟았다.
게다가 11일 김광현의 투구가 더욱 아쉬웠던 이유는 팀 타선이 4회초까지 무려 11점을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선 4회말에 위기를 자초해 대량실점을 한 것이었다. 에이스라면 야수들의 대량 득점 이후 돌아선 피칭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으로 팀이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11일 그의 투구는 에이스의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팀의 승리로 패전은 면했으나 지난 5일 어린이날 문학 넥센 전 이후 두 경기 연속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11일 그의 8실점은 07시즌 5월 25일 문학 KIA전 5자책점을 뛰어넘는 프로데뷔 후 최다실점이었으며. 손등부상으로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던 지난 시즌 8월 2일 잠실 두산전 이후 가장 빠른 강판이었다.
시즌은 길고 단 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완투승을 거둔 후 방심한 나머지 다음 등판에서 난타당할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못해 팀에 민폐를 끼친 투수가 심기일전해 다음 등판에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은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야구를 이끌어야 하는 토종에이스다. 팀 입장에서는 세 선수가 팀 동료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에이스다운 투구를 최대한 꾸준하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세 선수의 일희일비는 한화, KIA, SK의 순위싸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젊은 토종 에이스 3인방의 향후 등판을 비교하면서 지켜보는 것도 야구팬들에게는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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