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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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같은 4월을 보내고 있는 프로야구

기사입력 2010.04.29 08:34 / 기사수정 2010.04.29 08:34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진성 인턴기자] 프로야구가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추운 4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7.8도였다. 기상관측이래 가장 추웠던 4월 날씨였다. 하루종일 비까지 오락가락하더니 일몰 후에는 3도까지 떨어졌다. 27, 28일 LG와 삼성의 잠실경기가 연이어 연기됐다. 다른 구장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28일에는 롯데와 넥센의 사직경기만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비와 이상 저온으로 인해 당연히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올 시즌 초반 잦은 악천후로 인해 벌써 15경기가 추후일정으로 연기됐다.

비보다는 이상저온이 문제

비도 비지만, 정작 프로야구를 괴롭히는 것은 비가 아닌 한겨울을 방불케 하는 낮은 '체감온도'다. 사실 야구장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춥다. 기온이 낮아 지난 14일 KIA와 두산의 광주경기는 비가 눈으로 변해 사상 처음으로 강설로 연기됐다.

4월인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야구장에서 선수들과 관중이 느낀 체감온도는 연일 '영하권'에 가까운 실정이다. 요즘 포스트시즌에서 볼 수 있는 난로를 더그아웃에서 보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고, 관중석에서는 담요나 두툼한 외투가 야구관람의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최대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각종 부상위험을 무릅쓰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오락가락하는 비로 경기가 중간에 중단되면 몸에 열이 식어 감기는 물론, 허벅지나 어깨근육이 다칠 수 있다. 이미 각 팀 선수들에게 감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컨디션 조절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장기레이스의 최대의 적은 부상인데, 요즘 각 팀 감독들은 주축선수들이 때 늦은 이상 한파 때문에 부상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상경계령 발동

투수들의 경우 추운 날씨에는 평소보다 윔업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투수들의 경우 소속 팀의 공격 때는 점퍼를 입고 어깨를 보호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아예 라커룸에 잠시 머물러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구원투수들의 경우 때맞춰 빠르게 어깨를 데우는 것이 요즘 같은 날씨에 쉽지 않아 부상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 선발투수들도 하체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투구 도중 추운 날씨와 맞물려 디딤 발을 내디딜 때 허벅지 근육의 갑작스러운 이상이 올 수 있다. 또한, 투수들은 손이 곱아 컨트롤에 애를 먹기도 한다.

야수들은 더 위험하다. 주전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그라운드에 나가 있는 시간이 투수들보다 더 길다. 추운 날씨로 인해 투수들의 컨트롤 미스가 잦아 몸에 맞는 볼이 나올 때 평소보다 더 큰 아픔을 느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수비가 길어질 경우, 온몸이 경직돼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있다. 이때 야구선수들이 평소에 잘 다치지 않는 근육이 다치게 되면 회복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비를 할 때는 경기를 주시하는 것 외에 계속해서 팔과 다리를 많이 움직여야 한다.

주루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추운 날씨에서 잔뜩 수축된 허벅지 근육이 갑작스러운 움직임으로 인해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야구계에서는 최근 각 팀 주전 야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대부분 추운 날씨만 아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추운 날씨에 대한 대회요강 신설 시급

이렇듯 추운 날씨는 선수들도, 야구 팬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5일 올 시즌 누적관중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낭보가 있었지만 각 구단들은 추위 때문에 관중 유치에 있어서 손해를 본 것이 확실하다. 각 구단들이 추위로부터 팬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를 고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KBO 차원에서 이상 저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경기 진행에 있어서 우천, 폭설, 황사로 인한 취소 규정은 존재하고 있지만 기온에 대한 취소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올 시즌 후 KBO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경기 개시 전에 일정 이하의 기온으로 급강하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경기를 취소하고, 경기 중의 기온 급강하에 따라 노게임이나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처리하는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미 KBO는 지난 07시즌에도 사상 처음으로 황사로 인해 시범경기를 취소 한 이후 관련 규정을 손질한 적이 있었다.

모든 야외스포츠에서 날씨가 추운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정적인 스포츠인 야구경기는 더더욱 선수 부상의 위험이 크고 관중의 관람이 불편하다. 프로야구는 겨울 같은 4월이 참 밉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이동현 기자]



김진성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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