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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가빈의 공백 이긴 삼성화재의 관록

기사입력 2010.04.26 02:29 / 기사수정 2010.04.26 02:2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시합장에 들어가면 무조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가빈이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2010 한일 탑 매치를 마친 '돌도사' 석진욱(34, 삼성화재)의 소감이었다. 올 시즌, V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는 '주포'인 가빈 슈미트(24, 라이트)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가빈이 없는 삼성화재는 상상할 수 없었고 가빈이 팀에서 차지하는 공격 부담은 절반 이상이었다.

지난 25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 2010 한일 V리그 탑 매치 대회'는 가빈이 없는 삼성화재를 만날 수 있었다. 일본리그 우승팀인 파나소닉 팬서스는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3명이나 있었다. 라이트  공격수인 시미즈 쿠니히로(24, 라이트)와 세터인 우사미 다이스케(31, 세터), 그리고 레프트 공격수인 시라사와 겐지(26, 레프트) 등이 그들이다.

선수들의 구성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삼성화재의 끈끈한 조직력이 살아나며 경기를 주도해나갔다.

삼성화재는 조직력 배구를 펼치면서 외국인 공격수의 비중을 높이는 시스템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걸출한 '거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빈이 없었던 점에 대해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가빈이 없는 점에 대해 많은 분이 걱정을 해주셨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경기는 무조건 속공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초반에 세터 최태웅의 토스가 흔들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감을 되찾았다. 세터에게 속공의 중요성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주인공은 고희진(30, 센터)이었다. 중앙을 사수한 그는 6개의 블로킹 득점을 합쳐서 총 16득점을 올렸다. 고희진과 함께 중앙을 사수한 조승목(29, 센터)도 9득점을 올리면서 승리에 기여했다.

또한, 가빈에 가려 공격 기회가 없었던 날개 공격수들의 다양한 공격 패턴도 승리의 요인이었다. 이 경기에 투입된 삼성화재의 4명의 윙 스파이커들은 적재적소에 자신의 역할을 해주었다.

11득점을 올린 석진욱은 "가빈이 없는 점에 대해 우려가 많지만 장점도 있다. 가빈이 없으면 볼이 어디로 올라갈지를 예측하기 힘들어 진다"고 대답했다.

정규리그 내내 삼성화재의 배구에 대해 논란을 많았지만 탄탄한 서브 리시브와 수비 조직력은 '관록'으로 승화돼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파나소닉의 남부 마사히 감독은 "삼성화재는 대단한 팀이다. 외국인 선수가 없고 주전 선수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강한 전력을 보여줬다. 원래 우리의 전략은 강한 서브로 삼성화재의 리시브를 흔들어 놓는 작전이었다. 삼성화재의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흔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반대로 우리 팀의 리시브가 흔들려 리듬을 찾지 못했다. 이것이 패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리시브가 잘된 삼성화재는 세터 최태웅의 다양한 볼 배급이 이어지면서 '일곱 빛깔 무지개'와 같은 세트플레이를 펼쳐나갔다. 스케일이 큰 공격에 의존하지 않고 섬세하고 세밀한 공격이 많이 나온 삼성화재의 경기를 실로 오랜만에 보는 순간이었다.

특히, 탑 매치 MVP에 오른 석진욱의 플레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후위에서는 서브리시브를 전담하고 전위에 올라오면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펼쳤다. '배구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탄탄한 기본기를 지닌 석진욱은 팀의 궂은 일을 도맡으며 수훈갑 역할을 했다.

그리고 어깨와 팔꿈치가 매우 안 좋은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신치용 감독은 "어떤 이유가 있든 간에 코트에 들어서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일 탑 매치는 이기려는 의지가 강한 팀이 이기는데 이번에는 우리의 의지가 더 강했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빈의 팀'이란 혹평을 듣던 삼성화재는 가빈 없이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물론, 가빈이 있을 때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빈이 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삼성화재는 한국 V리그 우승팀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진 = 석진욱, 삼성화재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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