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08 21:59 / 기사수정 2010.04.08 21:59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60 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브라질 출신 선수들은 자신의 월드컵 발탁 여부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대표팀 승선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우선 지난 2006 FIFA 독일 월드컵 이후, 브라질의 지휘봉을 잡은 카를루스 둥가는 화려함을 추구하는 기존의 색깔을 버리고 안정성이란 전략을 토대로 전략을 바꿨다. 이는 둥가가 무리한 도박을 통해 유명선수를 브라질의 일원으로 데려갈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뜻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둥가, 도박은 없다?
다시 말하면 둥가는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므로 개개인의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팀에서 가장 유용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데려갈 것이다. 어쩌면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알레산드레 파투, 헐크, 지에구 히바스로 대표되는 내로라하는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삼바 토크 22편은 현재 브라질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으로 둥가가 외면했지만 전술상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다만, 내용이 너무 길어서 2편으로 나눈 점은 양해 바란다. 필자의 바람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브라질 축구에 대한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이다.
현재 둥가가 이끄는 브라질은 월드컵에 대비해 기본 틀을 짠 상황이며 지난 2009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을 기점으로 완성된 형태를 보여줬다. 그는 4-3-1-2와 4-2-2-2 그리고 4-3-2-1의 전술을 혼합하는 형태로 브라질을 이끌었으며 상대에 따라 다른 전술을 구사했다.
플랜 A(둥가가 사용하는 브라질의 기본 전술)에 대한 결과는 남미 지역 예선과 컨페드컵에서 우수한 성과를 드러내며 이번 월드컵에서 그들을 우승 후보 대열에 올렸지만, 고착화 됐다는 느낌이 강하므로 상대에게 자신의 전략을 모두 드러냈다고 느껴진다. 특히 전술을 완성했음에도 상대의 반격을 막을 수 있는 대처법이 미약한 점은 재고돼야 한다.
결국, 이러한 불안감은 비센테 델 보스케의 스페인 대표팀이 그랬듯이 둥가가 이끄는 브라질도 플랜 B(기존과는 다른 전술)을 만들어야 됨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문제이다. 기존의 전술로 경기에 임하면 상대팀 감독은 브라질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으며 대처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두 가지 전술의 구사(혹은 기존 전술의 수정)이란 강력한 무기가 브라질에 더해진다면 상대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기존의 전술과는 색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예를 들어, 만일 필자가 브라질과 이번 월드컵에서 격돌하는 G조의 북한,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중 한 팀의 감독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필자가 브라질을 상대로 한다면 좌측 풀백은 최대한 수비적으로 내세우며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세워 카카와 호비뉴를 꽁꽁 묶을 것이다. 중앙 수비수가 오버래핑하는 성향을 고려해서 역습을 토대로 브라질 수비진을 무너뜨릴 것이며 쉴새없는 움직임을 통해 그들의 움직임을 전면 압박할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방안은 브라질 공격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카카와 호비뉴를 꽁꽁 묶으면서 마이콘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다. 루시우와 주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을 노리므로 이들의 빈틈을 이용해 역습을 통한 공격 전개를 이루면 된다. 알고도 당하는 것이 브라질 축구의 매력이라지만, 현재 브라질의 패턴은 모든 이에게 읽힌 상황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카카는 종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하며, 호비뉴는 횡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을 흔든다. 마이콘은 공수 양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 좌측 수비진을 말 그대로 털어버린다. 실제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월드컵 예선과 컨페드컵을 통해 진가가 발휘됐으며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었던 상대팀들은 우후죽순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들이 막히면 대책은 있을까? 실제로 브라질은 지난해 11월 잉글랜드와 오만과의 경기에서 호비뉴 없는 공격진을 운영한 적이 있지만, 졸전 끝에 승리했다. 카카의 종적인 움직임은 공격에 활력소를 부여했지만, 파비아누와 니우마르가 출전한 투 톱은 이를 뒷받침할 수 없었다. 호비뉴의 역할을 부여받은 파비아누는 투박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흐름을 끊었으며 파비아누의 역할을 행한 니우마르는 전방에서 자주 고립됐다.
그렇다면 AC 밀란 공격의 중추인 파투와 호나우지뉴가 브라질에 들어가면 어떠할까?
그럼에도, 파투에게 브라질이란 옷은 치수가 맞지 않았다.
파투가 브라질에서 외면받게 된 이유에 앞서 현재 밀란에서 그가 부여받은 임무에 대해 알아보자. 레오나르도의 밀란은 4-3-3전술을 추구하며 파투는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왔다. 이러한 움직임의 제한은 파투의 성장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정작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가는 움직임과 순간적인 감각은 더욱 나아졌다는 평이다.
그러나 파투의 본 포지션은 투톱의 일원으로 나서가나 타겟형 포워드의 조력자로서 세컨드 탑 포워드이다. 즉, 파비아누의 아래에 배치돼 횡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호비뉴와 역할이 겹치는 것이다. 비록 파투가 호비뉴보다 최소한 최근 몇 시즌은 유럽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브라질에서 두 선수의 입지는 차원이 다르다.
호비뉴는 둥가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리빌딩의 중추로서 현재까지 브라질 공격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불리고 있으며 카카와의 호흡도 최상이다. 최전방에서 움직이는 파비아누의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이며 대표팀의 일원으로 내로라하는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호비뉴의 존재와 상관없이 파투는 둥가가 부여한 기회를 모두 놓쳤다. 백업 요원을 물색하던 둥가의 레이더망에 잡혔던 그는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실망감만 주었다. 어린 선수가 축구 강국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이 되는 것은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 모습과 대비된다. 파투의 잦은 실수는 냉정한 대표팀 세계에서 더는 용납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접게 했다. 안정적인 볼 키핑과 득점력을 보여준 파투는 정작 브라질에서 팀에 융화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지나치게 긴장한 듯한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마저 느끼게 했다.
하지만, 파투는 여전히 브라질에 유용한 존재이다. 우선 그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 밀란은 카카의 부재 때문에 공격의 중추를 잃었지만, 파투와 호나우지뉴가 이를 완벽하게 메우며 어느 정도 부진을 만회했다. 특히 파투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2득점이나 기록하는 모습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다시금 높일 수 있었다. 침착한 움직임을 토대로 문전 앞에서 마무리를 짓는 능력은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평이다.
호비뉴와 위치는 겹치지만, 스타일이 다른 점도 유용할 수 있다. 파투는 기본적으로 빠르며 피지컬도 안정적이며 호비뉴보다 신장의 우세를 지녔다. 이는 파비아누의 투톱으로서 그보다 아래에 위치되는 것이 아닌 같은 선상에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둥가가 지향하는 브라질이 기본적으로 파비아누를 최전방 타겟으로 배치하는 점과 호비뉴를 그의 아래에 놓는 점이 파투에게 오히려 기회이다.
혹은 제로 톱의 일원으로서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파투는 다재다능한 선수지만, 최전방 포워드로서의 움직임에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가 효율적으로 구사했던 최전방 포워드 없이 2선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한 3명의 선수를 공격진에 배치할 수 있다. 호비뉴와 카카, 파투가 이에 해당되는데 기존의 파투가 왼쪽 측면을 선호했다면 지금의 파투는 오른쪽에 더욱 익숙해졌다. 이를 세분화하자면 좌측에는 호비뉴가 중앙에는 카카, 그리고 우측에 파투가 제로 톱으로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한편, 호나우지뉴는 파투와 완전히 다른 경우이다. 만일 호나우지뉴가 모든 축구 팬의 바람대로 브라질에 합류한다면 파투와 마찬가지로 호비뉴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거나, 실패한 전례가 있는 파헤이라의 2006년 4-2-2-2전술로 전향해야 되는 도박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브라질 공격의 꼭짓점으로 합격점을 받은 카카와 동선이 겹치기 때문에 1+1=1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난 시즌 AC 밀란에서 카카와 호나우지뉴가 함께 뛰었을 때를 생각해도 이 둘의 공존은 서로에게 해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카카는 이번 시즌 자신의 폼을 끌어올리지 못하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부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카카는 대표팀에서 기존에 보여줬던 발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공격을 풀어나가는 역할에 주력하기 때문에 호나우지뉴의 합류는 못 미더울 것이다.
결국, 호나우지뉴는 파투와 마찬가지로 플랜 B, 즉 교체 멤버로서 대표팀에 나와야 되는데 이번 시즌 카카보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러한 결정을 수용할지도 미지수이다. 게다가 호나우지뉴의 발탁은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브라질의 전술을 완전히 고쳐야 됨을 뜻한다.
그럼에도, 호나우지뉴의 합류는 브라질에 창의성이란 신무기를 장착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둥가는 카카가 부상으로 대표팀에 나서지 못했을 때 제일 먼저 호나우지뉴를 적극적으로 중용한 감독이다. 언론과의 마찰을 통해 그의 대표팀 승선 문제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내세웠지만, 정작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호나우지뉴를 통해 브라질의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브라질은 역습에는 강하지만, 상대팀이 지나치게 압박을 한다면 이를 풀어줄 수 있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카카는 패스 능력이 우수하지만, 호나우지뉴와 달리 창의성은 부족하다. 최근 브라질 언론에서 산투스 소속의 파울로 엔리케를 선발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 점도 브라질 특유의 창의성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예고] ▶ 삼바 토크 23회는 둥가가 외면한 선수 2편으로 호나우두, 지에구가 이어집니다.
[사진= 호나우지뉴 ⓒ 엑스포츠뉴스 박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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