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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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망친 이동국

기사입력 2006.03.03 04:32 / 기사수정 2006.03.03 04:32

이철규 기자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라이언 킹’ 이동국. 왜 비난받았을까? 사람이 죽을 때 죽더라도 이유는 알고 죽어야 속이 편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한번 알아보자.



변해버린 이동국

ⓒ 엑스포츠뉴스 박효상
이동국이 처음에 주목받았던 것은 골문 근처에서 확실한 골결정력을 가지고 있는 유럽형 체구를 지닌 공격수였기 때문이었다. 과도한 기대와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비난 속에 혹사당하던 이동국은 어린 나이에 많은 부상으로 신음했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비난에서 자신의 경기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꾸고 얻은 것이 넓어진 활동폭과 중앙 공격수(이하 CF)로서는 빼어난 크로스가 타고 난 패스센스와 맞물려 새로운 이동국이 탄생했다. 이런 이동국의 모습은 분명, CF답지 않은 모습으로 측면에서 까지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변해버린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두가지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박지성과 이동국의 비교

박지성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골문 근처에서의 감각적이고 동물적인 슈팅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상대의 공간을 창출하는 장점이 있고, 미드필드 출신 답게 수비력 역시 좋지만, 항상 박지성의 슈팅이 지나치게 정직하고 득점 순간에 측면 공격수로서도 부족한 슈팅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이동국 역시 CF출신답게 현 대표팀에서 정조국과 함께 골문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상대수비를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다. 이런 선수가 팬들의 무분별한 비난과 대표팀의 과잉 보유된 측면공격자원을 위해 자신의 경기방식을 바꾼 결과는 골대와 점점 멀어지는 헌신적인 중앙 공격수.


'몸치' 이동국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박지성이 자유롭게 움직이다 왼쪽 측면으로 빠질 때, 측면의 박주영이 중앙으로 침투하며 이동국이 상대 수비조직을 끌어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이 자주 보이면서 양 측면의 공격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이동국에게 새로운 모습이 요구되었는데 그것이 ‘미드필더 이동국’이다.

그러나 엄연히 이동국은 CF로 꾸준히 커온 정통파 공격수기 때문에 앙골라전에서 골문 근처가 아닌 미드필드에서 움직이는 이동국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춤꾼들의 경연장에 홀로 서있는 몸치처럼 보였다. 이동국만 그런 것인가?

전세계에 유행처럼 퍼졌던 4-2-3-1 포메이션이나 최근의 4-3-3 포메이션에서 이동국의 다양한 능력은 분명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루드 반 니스텔루이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역할을 함께하다 정체성을 상실, 잊혀져가고 있다.

물론 한국축구가 4-3-3포메이션을 통한 토탈사커를 지향하고, 그에 발맞춰 변신하고 있는 것이 이동국이다. ‘몸치’ 이동국이 춤꾼들이 판치는 미드필드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때 응원해도 모자랄 이 시점에 1%의 칭찬도 과분하다는 듯 비난만 일삼는 것은 이성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변신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20대 초반에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하나였던 클루이베르트는 이동국과는 달리 자의로 미드필더와 공격수의 역할을 함께 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미드필드에서 공격수로서의 움직임만 계속하다 잊히고 있다. 미드필더 출신 공격수였던 반 니스텔루이와 달리 정통파 공격수들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점이고, 팬들의 비난에 의해 억지로 바뀐 이동국의 경기 모습은 점점 클루이베르트를 닮아가고 있다.

아쉬운 정통파 스트라이커


분명 토탈사커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옵션으로 확실한 정통파 공격수가 대표팀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과거 이동국과 비슷한 모습의 정조국은 아직 대표팀이 승부의 순간에 투입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부족한 모습이고, 안정환이 가지는 한계 역시 이동국의 변해버린 어정쩡한 모습에 아쉬움을 가지게 만드는 것.

물론, 이동국은 현재도 발전하고 있고 노력하는 선수며 대표팀에 필요한 모습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당연시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왜 외국에서는 낮게 평가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한국이 나을 뛰어난 공격수가 망가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디서든 잘하는 선수는 어디서든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부상 같은 큰 턱을 만나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거기다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해 부진한지 알기도 어렵다. 이동국이 한국의 측면공격자원의 과잉의 대안으로 희생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 당연 이동국은 점점 골대와 멀어지고 미드필더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다 골을 넣는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더불어 자신감 역시 떨어지면서 결국, 공격수도 미드필더도 아닌 선수가 되는 수순인 것이다. 이런 모습은 왜 이동국이 클럽에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가에 대한 답변 역시 될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맹신

히딩크 감독이 유상철에 대해 “측면 수비수로만 꾸준히 뛰었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국이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맹신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될 자질을 가진 이들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팀은 클럽이 아니다. 대표팀은 만들어진 선수를 가지고 최상의 전력을 끌어내는 것이지, 있는 선수를 변화시키는 곳이 아니다. 이동국과 같은 정통파 포워드를 억지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함께 볼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해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게 원칙이었고, 그것을 막은 몰지각한 팬이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이동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이동국은 4-3-3 포메이션에 맞게끔 변신 중이다. 그 과정에서 정통파 스트라이커의 모습은 정조국에 비해 어색해졌고, 원톱으로서의 모습은 조재진에 미치지 못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타고난 골결정력과 노력하는 자세. 그것으로 이동국은 2006년 3월 현 시점 대표팀의 주전 중앙공격수다. 그리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그를 욕하기 전에 그렇게 만들고 있는 팬들을 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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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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