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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2위' 기적을 보여준 부산 KT

기사입력 2010.03.07 17:16 / 기사수정 2010.03.07 17:16

박찬기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박찬기 기자] 모 방송사의 개그프로그램 중에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하지만 여기 2등이지만 가장 큰 박수를 받아야할 팀이 있다. 바로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인 프로농구 부산 KT다. 

부산 KT는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에서 2위를 기록하며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KT는 7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KCC 프로농구 안양 KT&G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94–75로 승리하며 이 날 창원 LG에게 승리를 거둔 모비스에 이어 정규시즌 2위를 기록,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정규시즌 우승 경쟁을 벌였던 모비스와 KT는 결국 마지막 날 모비스가 LG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의 행방이 가려졌다.

특히 KT와 모비스는 정규시즌에서 무려 40승(14)패를 거두며 지난 2004-2005시즌 TG삼보(현 원주 동부)에 이어 역대 정규시즌 최고승률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TG삼보를 이끌었던 전창진 감독은 최고승률 우승 기록을 2번이나 달성하는 최초의 감독으로 이름 올리게 됐다.

지난 시즌 54경기 중 단 12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당시 KTF)를 올 시즌 우승후보로 지목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에 물음표가 붙었고, 실제로 1라운드에서 선발했던 그렉 스팀스마가 시즌 개막전에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기성과 조동현 등 팀의 노장 선수들이 앞선 두 시즌에 보여줬던 경기력은 ‘노쇠화’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KT는 1년만에 순위표 가장 낮은 곳에서 수직 상승했다. 시즌 막판 정규 시즌 우승을 목전에 뒀지만 결국 상대전적에서 모비스에 뒤지며 아쉬운 2위를 차지했다.

KBL에서 전 시즌 최하위 팀이 이듬해 정규시즌 우승을 기록한 사례는 지난 2001-2002시즌 대구 오리온스(당시 대구 동양)가 유일하다.

오리온스는 2000-2001시즌 역대 최저 승률인 2할(9승 36패)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무려 36승을 올리며 2위인 서울 SK를 4경기차로 앞서며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SK를 4승 3패로 따돌리고 통합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오리온스는 정규리그 MVP와 신인상을 휩쓸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새내기 김승현은 외국인 선수 마르커스 힉스와 라이언 패리맨과 찰떡 궁합을 선보였고, 군제대후 팀에 복귀한 김병철과 전희철은 전성기를 구가하며 ‘꼴찌의 반란’을 도왔다. 오리온스는 이듬해에도 정규시즌 2연패를 기록하며 가장 찬란한 순간을 보낸바 있다. 

올 시즌 KT의 행보는 비록 우승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오리온스가 보여준 기적의 드라마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2라운드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이 특급 외국인 선수로 발돋움하며 막강 화력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팀에 새롭게 부임한 전창진 감독은 KT의 농구를 '끈끈하게' 다듬어 놓았다. 여기에 상무에서 제대한 김도수와 조성민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공수에서 팀의 주축 선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특히 올 시즌 외국인 선수가 전 쿼터에서 1명밖에 뛸 수 없도록 규정이 변경되면서 송영진, 박상오, 김영환 등 두터운 포워드 진을 가지고 있던 KT의 장점이 극대화 된 것도 상승세의 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최하위에서 단숨에 우승 후보로 급부상하며 농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KT는 비록 정규시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 우승에 도전한다.

KT는 오는 21일 홈에서 정규시즌 3,6위인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사진=제스퍼 존슨ⓒ엑스포츠뉴스 박찬기 기자] 



박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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