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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필승조' 서진용의 자세, "어차피 마운드에 서있는 것은 나"

기사입력 2019.07.02 11:03 / 기사수정 2019.07.02 11:24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서진용이 이제는 SK 와이번스의 필승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다. 보는 이들도, 본인도 서진용의 등판 시점과 등판 결과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서진용은 올 시즌 현재까지 40경기에 나와 38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3.08, 3승1패 2세이브 16홀드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기록한 개인 최다 12홀드 기록을 전반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뛰어 넘었다. 4월에서 5월, 5월에서 6월로 시즌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낮아지는 평균자책점도 서진용의 성장과 안정감을 증명한다. 부상과 부진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더없이 순조로운 발걸음이다. 서진용을 향해 "이제야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고 웃은 손혁 투수코치는 "지금 모습은 아직 서진용이 가지고 있는 기량의 80%라고 본다"고 말한다.

전반기가 아직 남아 있는 시점에서 벌써 16홀드를 기록중이다. 기분 좋은 일이다. 보고도 안 본 척, 신경 안 쓰는 척 하고 있다. 신경 써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평균자책점도 현재 3점대 초반인데. 내려갈 만 하면 조금씩 올라오긴 하지만(웃음). 그래도 지금까지 시즌을 치르면서 제일 낮은 평균자책점이라 기분 좋다.

늘어난 경기 수와 이닝 수도 의미있을 것 같다. 벤치의 신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안 아프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를 믿어주신 거라고 생각해 뿌듯하다. 감독님께서는 항상 '좋을 때 몸 관리를 신경써달라'고 말씀하신다. 안 아프고 많이 등판한다는 것이 결국 내가 몸 관리도 잘하고 있다는 것이고, 코칭스태프가 원하는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하고 좋다.

팀에 1~2년차 투수도 있지만 서진용도 다른 투수들에 비하면 투수 이력이 길지는 않다. 계속 내야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동계 때 투수 전환을 했다. 3학년 때는 투수와 함께 외야수도 같이 하면서 중간중간 타격도 했다. 어영부영 하다가 군대에 갔고, 제대하고 1군에서 뛰다 팔꿈치 수술 받고. 이것저것 경험하다보니, 나도 이제야 투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드래프트가 있는 날 놀러갔다는 게 사실인가. 그냥 동네에 있었는데(웃음). 놀러갔기보다도 드래프트 하는 날도 몰랐고 SK에서 뽑는다는 얘기도 못 들었었다. 어머니한테 내가 뽑혔다고 축하한다고 연락이 먼저 왔고, 주위에서 연락이 정말 많이 와서 '아, 내가 뽑혔구나' 그 때 알았다.


3~4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몸 관리. 예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잘하다가도 부상으로 내려가고, 그런 식으로 반복을 많이 하다보니 올해 들어 중요성을 많이 느낀다. 몸 관리가 되면서 잘하게 되고, 결과도 좋은 것 같고. 경기 전후나 불펜에서도 루틴이 생겨서 상황을 보며 알아서 준비하게 된다.

작년부터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구속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결과가 좋으니까 그런 불안도 사라졌을 것 같다. 지금도 잘 나올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다. 야구에서 스피드는 '내 만족'인데, 결국 결과가 중요한 것 같다. 결과가 좋으니까 스피드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다. 부상이 없고 아프지 않으니 스피드는 언제든 낼 수 있다는 마음이다.


이닝보다 삼진이 많아야 한다는 욕심이 있다고 했었다. 중간투수는 삼진 잡아서 빨리 1이닝 끝내면 좋지 않나. 삼진을 잡는다는 게 그만큼 강한 공을 던진다는 것이니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내 공을 믿고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지려고 한다. '쳐볼테면 쳐봐' 이런 거. 삼진을 잡고 그대로 마운드에서 걸어내려가면 기분 좋고 짜릿하다. 뿌듯해 하는거다.

박종훈은 위기일 때 '내 심장이 뛸 때가 기회'라는 말을 되내인다고 한다. 마운드에서 어떻게 승부하려고 하는 편인가. 어차피 내가 막아야 하는 것이고, 마운드에 서 있는 건 나다. 그냥 내 공을 믿고 던지는 수밖에 없다. 맞으면 어쩔 수 없고, 잡으면 잘한거고.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서 어떻게든 막자고 생각한다. 삼진 잡으려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세게 던지다보면 땅볼도 나오고, 더블 플레이도 나온다.


경기가 끝나면 다 잊는 편인가, 아니면 복기하는 편인가. 경기 전에는 신경 안 쓰다가 경기가 끝나면 기록도 찾아보고, 잘 던졌든 못 던졌든 내가 던진 영상도 본다. 오늘은 이래서 문제가 있었고, 이래서 좋았구나 알 수 있도록. 스피드가 안 나온 날이면 잘 나온 날의 폼을 보면서 차이를 찾아보고 다음 등판에서 그것들을 생각해서 던진다.

별명이 많은데. '웨시퍼', '서태훈' 같이 투수들을 묶어부르는 별칭에 공교롭게도 항상 서진용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내 이름이 중간이나 마지막에 끼기는 애매한 이름 같다. 나도 생각을 해봤다. 내 이름을 중간에도 넣어보고 끝에도 넣어보고 했는데(웃음). 사람들이 이름을 잘 지은 거더라. '웨레드'는 많이 들어봤는데 나쁘지 않다. 좋은 것 같다.

일단 전반기까지의 목표를 세워보자.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마무리하고, 20홀드를 기록하는 것. 더 많이 하면 좋겠지만. 전반기에는 그 정도만 해도 잘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술 램프' 지니에게 소원을 세 개 빈다고 하면. 우리 팀 우승하게 해주고, 나 돈 많이 벌게 해주고, 평생 안 아프게 해주세요.

시즌 초반에 '야구가 잘 되면 즐겁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당연하다. 지금은 더 그렇다. 시즌 초반 잘 됐을 때는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히려 애매했다. 지금은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계속 잘하고 있으니 더 기분이 좋다. 오래도록 큰 기대를 받았던 선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터졌다'고 표현한다. 서진용을 '터졌다'고 해도 될까. 터지고 있는 중 아닐까. 시즌이 아직 안 끝났으니까. 그렇게 가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SK 와이번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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