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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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밴쿠버] 한국 쇼트트랙이 보여야 할 5가지 장면

기사입력 2010.02.12 01:47 / 기사수정 2010.02.12 01:47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대망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이제 개막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3일 오전(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가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모두 83명의 선수단이 파견돼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 성적(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에 버금가는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등 다른 종목들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지만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목표 달성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메달밭' 쇼트트랙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야 한다.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동계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던 김기훈이 남자대표팀 코치로 조련하는 가운데, 캐나다, 중국, 미국 등 라이벌 국가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뚫어야 하는 한국 쇼트트랙은 막판까지 '필승 전략'을 비밀에 부치며 금메달 사냥을 위한 준비를 순탄하게 이어가고 있다.

여느 올림픽 때처럼 한국 쇼트트랙은 최강국의 자부심을 갖는 것과 함께 이를 지켜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대회에 나선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이 보여줬으면 하는 장면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번만큼은 꼭" 500m 금메달

한국 쇼트트랙은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금메달 17개를 따냈다. 대회별로 살펴보면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2개,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각각 4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2개,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6개를 따냈다. 이 가운데는 토리노 대회 때 안현수와 진선유가 남녀부 3관왕을 차지했으며, 김기훈과 전이경은 2관왕 및 2연패를 달성해냈다.

그러나 아직 전 종목 석권을 이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로 남녀 500m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500m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는 채지훈이 릴레함메르에서 금메달, 전이경과 안현수가 나가노, 토리노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이 전부였다. 금메달만 놓고 보면 16년 동안 금맥이 캐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500m에서 금메달이 기대된다. 남자부에서 500m에 강한 면모를 보인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간판, 성시백(용인시청, 사진▲)과 곽윤기(연세대)다. 이들은 초반 빠른 스피드와 막판 추월 능력에서 이전 한국 선수들보다 빼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

500m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자신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성시백은 다른 종목보다도 500m 금메달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할 만큼 자신감 면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찰스 해멀린, 프랑수아 트렘블리(이상 캐나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500m 금메달리스트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지만 이미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을 통해 많이 이겨본 선수들이기에 당일 컨디션이 좋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싹쓸이도 넘본다" 남자 금메달 독식 

만약 500m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한국 남자팀의 올림픽 금메달 독식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남자 1000, 1500m에서 지난 대회 은메달 2개를 따냈던 이호석(고양시청)의 컨디션이 최상에 있는데다 성시백, 이정수(단국대) 등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좋아 경우에 따라서는 금, 은, 동을 휩쓰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그만큼 한국 남자팀의 전력은 역대 최강이다.

남자 쇼트트랙팀은 그동안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성남시청)가 빠지면서 전력 면에서 이전보다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낳았다. 그러나 이호석, 성시백, 이정수, 곽윤기 등 4명의 선수가 2년 동안 함께 호흡하면서 골고루 기량이 좋아진 것이 안현수의 공백을 메운 비결이 됐다.

이호석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정수는 2009-10시즌 현재 1000, 1500m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내부에 적이 있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만 보인다면 금메달 독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한국은 2009-10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싹쓸이'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은 남자 500m에서 곽윤기가, 남자 1000m에서 이정수가, 남자 1500m에서 성시백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남자 5000m 계주에서 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전 종목 싹쓸이를 이뤄냈다. 


'언니들의 전통을 이어받아'…여자 계주 3000m 5연패

반면, 여자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를 조심스러우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준비해 왔다. 2년 전부터 중국에 밀리면서 '2인자'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예상 금메달이 '제로(0)'라고 할 만큼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 왔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자 선수들은 캐나다 현지에서 막판까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바로 여자 계주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다.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4개 올림픽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 계주는 이번 대회에서 전무후무한 5연패 달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상천외한 작전과 남다른 코스 주법으로 4연패 신화를 이뤘던 한국 여자 계주팀은 이번에도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만리장성'의 벽을 넘어 기필코 목표를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래도 한 개 정도는"…여자 개인 금메달

아무리 중국 여자 쇼트트랙이 정상에 올라있다 해도 올림픽에서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 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왕 멍, 주 양이라는 좋은 선수들이 중국에 있다고 하지만 한국 역시 이에 맞서 조해리(고양시청), 이은별(연수여고, 사진)▲이라는 좋은 자원들이 있어 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5회 연속 여자 개인 금메달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올림픽에서도 남자보다 1개 많은 9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 쇼트트랙은 매 대회마다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쇼트트랙 최강국'의 위상을 알려 왔다. 월드컵, 세계선수권 등에서 부진을 거듭했기는 해도 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린 만큼 여자 선수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4년 전같은 씁쓸함은 지우자!" 사이좋은 골드 세리머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친 뒤, 기분 좋게 활짝 웃으며 서로 격려하고 진정성을 담아 축하해주는 모습을 더 보고 싶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파벌 문제'로 얼룩져 국민들이 등을 돌렸던 일을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느 정도 만회해 다시 인정받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지난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금메달 6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는 '역대 최악'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였다. 코치의 파벌에 의해 선수가 따로 나뉘어 작전 지시를 받는가 하면 금메달을 따낸 직후 갖는 세리머니에서도 다소 어색한 장면들이 연출된 적이 있었다. 급기야 이후 귀국 환영식에서 한 선수 아버지와 빙상연맹 임원이 감정적인 다툼을 하는 등 이 문제가 극한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4년이 지난 2010년 현재, 쇼트트랙 대표팀 분위기는 선수 누구나 인정할 만큼 최상이다. 파벌도 사라졌다고 말한다. 좋은 분위기에 걸맞게 성적도 토리노 대회 때 못지않은 결과를 내서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쇼트트랙은 다시 '국민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14일 오전(한국시각), 남자 1500m를 시작으로 모두 8개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남녀 쇼트트랙 10명의 선수. 지난해 4월 대표 선발전 이후, 오직 이번 대회만을 위해 피땀어린 노력을 펼친 결과물을 화려하게 장식해 수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 기사] ▶ [판타스틱! 밴쿠버] 남자 쇼트트랙 쌍두마차, 이호석-성시백의 위대한 도전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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