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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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밴쿠버] 한국 선수단, 심판 텃세 넘어야 산다

기사입력 2010.02.05 10:27 / 기사수정 2010.02.05 10:27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는 애매한 심판 판정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적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사진▲)이 남자 1500m 결선에서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실격 판정을 받아 1위로 들어오고도 금메달을 뺏긴 적이 있었다. 또,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조 종합 금메달을 노렸던 양태영이 '엉덩방아 찧는 연기'에도 후한 점수를 받은 미국의 폴 햄에게 금메달을 내주기도 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것만큼 값져 보이고 위대한 것은 없다. 하지만, 4년을 준비한 선수에게 단 한 번의 애매한 판정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황당한 장면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쟁쟁한 라이벌 선수와 더불어 심판과도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개최국 캐나다의 선수와 주요 종목에서 경쟁을 벌이는데 여기에 홈 텃세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판정이 아닌 실력으로 당당하게 이기기 위해 한국 선수들은 기술, 작전을 더욱 완벽히 구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아픈 과거…심판 판정, 캐나다 텃세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쇼트트랙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캐나다 선수들과 금메달을 다투는 종목은 3개의 빙상 종목이다. 세부 종목까지 따지면 최대 6-7개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경쟁을 펼쳐야 하는 종목은 '메달밭' 쇼트트랙이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 사건으로 눈물을 삼켰던 한국 쇼트트랙은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도 어이없는 실격 판정에 더 따낼 수 있는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당시 여자 1500m 결선에 출전한 변천사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요인이 없었음에도 심판이 실격 처리해 동메달을 놓쳤다. 또 남자 500m의 대들보, 서호진이 예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뜻하지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해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실격 판정이 나올 수 있는 요인으로는 선수들끼리 불가피한 접촉이 일어나거나 다른 선수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주로 일어난다. 또한, 스타트 총성이 울리는 순간에 선수들이 스타트를 끊는 과정에서도 애매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심판 판정이 다소 편향적인 경우도 있다. 쇼트트랙에서만큼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심리가 작용해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이야기다.

남자 쇼트트랙은 캐나다와 1,2위를 나눠갖다시피 하고 있을 정도로 쟁쟁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 종목 가운데 남자 1000, 1500m는 이정수(단국대)가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남자 500m에서는 캐나다의 찰스 해멀린이 1위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서 개최국, 그것도 실력이 괜찮은 나라와 라이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점이 뭔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심판 판정 때문이다.


남자 쇼트트랙 간판, 이호석(고양시청, 사진▲)은 "캐나다에서 열린 시합에서 한국 선수들이 불리한 판정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면서 "한번은 캐나다 선수가 시합 중에 내 허리를 잡아채며 넘어트렸던데 그 선수에게 실격을 안 주고 오히려 나한테 실격을 줬던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말하기도 했다. 현 세계 랭킹 1위인 이정수 역시 "캐나다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홈 텃세를 어느 정도 경계했다.

심판 개입 많은 김연아도 경계해야

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피겨 여왕' 김연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동계스포츠 종목에 비해 심판의 주관적인 개입이 쉽게 이뤄지다 보니 만에 하나 황당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 4대륙 대회 출전을 권유한 오타비아 친콴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심판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김연아는 지난 2008-09 그랑프리 대회에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컴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도 롱 엣지(Wrong Edge) 판정을 받는 등 몇 차례 심판 판정의 불이익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연아의 코칭스태프는 점프 기술 교체를 시도했고, 잇따라 합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래도 일반 시즌 경기와 다른 올림픽 대회인 만큼 심판의 적절치 못한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김연아의 경쟁자 중에 메달권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조애니 로셰트(사진▲)가 캐나다 선수라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실력으로 모든 것 보여라

심판의 개입, 텃세에서 자유로우려면 무엇보다 깔끔한 기술과 작전 수행이 필수적이다. 연습 때 했던 것처럼 실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펼친다면,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상대 선수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호석은 "그런 편파 판정은 반드시 감당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거기에 신경 쓰면 우리 플레이를 못 한다. 내가 하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신경 쓰면 자연스럽게 결과는 좋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정수 역시 "시합 전까지 준비를 잘하면 텃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 사이의 작전 수행이나 완벽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준비가 심판 판정에 신경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지금까지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으려면 심판의 공정한 판정도 당연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심판 판정과 함께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 정상에 우뚝 서는 동계올림픽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 [판타스틱! 밴쿠버] 우리가 주목해야 할 태극전사 '숨은 기대주'는? 



[사진=김동성-이호석-로셰트ⓒMBC 방송화면 캡쳐, 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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