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칼스버그컵] 한국, 덴마크에 1-3으로 패해 준우승1일 국제축구협회(FIFA) 랭킹 13위의 강호 덴마크와 맞붙은 홍콩 칼스버그컵 결승전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전반 조재진의 선취골을 지켜내지 못한 채 내리 3골을 허용해 1-3으로 역전패했다.
오랜만에 맛본 '외형상 완패'였으나 월드컵을 4개월여 앞둔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그동안 평가전에서 찾아내지 못한 약점들을 찾아내 월드컵에서 완성도 높은 전력을 선보이기 위한 좋은 과제를 얻은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1-1무승부로 전반을 마쳤다. 전반 한국팀의 모습에서는 '유럽팀'에 대한 공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덴마크에 따라 다니던 '북유럽 강호'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한국 대표팀은 초반부터 좌우 측면을 이용한 빠른 돌파와 안정된 수비라인을 선보였다. 결국 전반 13분 만에 코너킥을 활용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취골을 기록하며 전훈 성과를 과시했다.
첫 골의 주인공은 그동안 부진했던 조재진. 조재진은 우측 코너에서 날아온 백지훈의 코너킥을 정확히 이마에 갖다대 오른쪽 골대 귀퉁이를 갈랐다. 조재진은 백지훈의 코너킥 상황에서 앞에서 뛰어오른 최진철과 상대 수비수들에게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침착히 골로 연결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했다.
첫 골이 터진 후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한국은 다시 한번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김남일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것. 그러나 칼스버그컵 사상 첫 우승에 대한 기대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전반 종료직전 한국은 어이없는 동점골을 허용했다.
덴마크가 우측에서 얻어낸 코너킥을 낮게 깔아 PA 아크 방면으로 연결한 것을 뒤쪽에서 달려오던 야콥센이 무방비 상태에서 오른발로 논스톱으로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코너킥 상황이었으나 우리 수비수들은 골대 반대편의 장신수비수들 그리고 문전에서 버티고 있던 공격수들을 마크했고 그 사이 생긴 공간을 덴마크는 놓치지 않고'약속된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전훈 이래 가장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이며 자멸했다.
한국은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쇠렌 베르의 좌측 돌파를 조원희와 최진철이 놓쳐 크리스 쇠렌센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비록 이운재가 몸을 날려 이 공을 막았으나 이어 들어오던 최전반 공격수 베크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실점 상황에서 PA내에서만 4번의 슬라이딩 태클을 감행하며 공격을 저지했지만 한번 뚫린 수비라인을 회복하지 못한 채 실점했다.
역전골 이후 한국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지훈련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천수와 이동국을 차례로 투입했다. 그러나 분위기 전환에는 실패했다. 이어 후반 종료직전 베크의 패스를 이어받은 실베르바우어에게 쐐기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덴마크와의 역대 전적에서 3전 3패의 완패를 기록했다. 또 이날 경기로 지난 2004년 터키와의 친선경기에서 기록한 2-1 승리 이후 독일, 스웨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을 상대로 기록한 유럽 팀 상대 무패행진을 8경기로 마감했다.
비록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한국은 스위스의 가상 상대인 덴마크와의 이날 경기를 통해 수비라인의 재정비 등 월드컵 대비에 반드시 보완해야 할 약점들을 발견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칼스버그컵 대회 참가 의미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한국의 유일한 골을 기록한 조재진은 이날 선취골로 그야말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안았다. 조재진은 그동안 평가전에서 이천수, 정경호 등 공격라인의 주전 경쟁자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일취월장하는 하는 가운데 최전방 공격수로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가슴을 졸이던 차였다. 더욱이 같은 자리를 놓고 정면 대결을 펼쳐야만 하는 박주영(전지훈련 평가전 2골)과 이동국(1어시스트) 역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유효 실적'을 올린 상태.
하지만 조재진은 공격 포인트는커녕 제대로 된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고 두 번째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후반 중반 교체투입됐다. 전훈 세 번째 평가전만에 선발 출장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특징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후반 교체아웃 된 바 있다.
김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