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05 10:26 / 기사수정 2010.02.05 10:26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향한 한국 선수단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태릉선수촌 챔피언 하우스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을 통해 '톱10' 진입을 위한 각오를 다졌던 선수단은 1일, 봅슬레이팀을 시작으로 스피드 스케이팅팀이 '결전의 땅'에 차례로 입성하며 본격적인 현지 적응을 갖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종목은 빙상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고려대)를 비롯해 '메달밭'인 쇼트트랙, '역대 최고'를 꿈꾸는 스피드 스케이팅까지 빙상 전 종목에 걸쳐 고르게 메달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외신을 비롯한 언론, 일반 팬들은 일찌감치 몇몇 선수들을 메달 후보로 거론하며 이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 1일, 미국 AP 통신에서 "한국이 금메달 5개를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메달 후보로 6명의 선수를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우승 후보' 못지않게 잠재적인 다크호스로 거론되면서 내심 '깜짝 메달' 획득, 혹은 그에 못지 않은 상위권 성적을 노리는 선수도 많다. 메달 유망한 종목,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종목 선수로서 우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주목해 볼 만한 '숨은 기대주'는 누가 있는지 소개하겠다.
스피드 스케이팅 - '1000m 세계 2위' 모태범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 그 주인공으로는 '맏형' 이규혁(서울시청)과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강석(의정부시청), '여자 간판' 이상화(한국체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20대에 막 접어든 선수로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또 하나의 메달을 꿈꾸고 있는 남자 선수가 있으니 바로 모태범(한국체대)이다.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이(李) 씨' 선수들 못지않게 모태범의 성적도 좋은 편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톱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모태범은 이번 2009-10시즌에서 잇따라 상위권 실력을 자랑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1000m에서는 '1인자' 샤니 데이비스(미국)에 이어 세계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개인 첫 동메달을 따내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후 성적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1000, 1500m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상승세에 있는 컨디션을 잘 유지해 경기 당일 최상의 레이스를 펼친다면 데이비스의 아성을 넘지는 못해도 동메달을 내심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쇼트트랙 - '이번에는 막내…4년 뒤에는 주축으로' 김성일-박승희
쇼트트랙에서는 형, 언니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막내들의 선전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대표팀에 입성한 김성일(단국대)과 박승희(광문고)는 이번 대회를 통해 4년 뒤 더 큰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사실 쇼트트랙이 역대 메달을 따낸 것 가운데, 막내들이 맏형, 맏언니 못지않은 성적을 낸 적이 제법 있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때는 당시 여중생이었던 김윤미가 계주에서 두각을 나타내 역대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바 있으며, 2006년에는 여자팀 막내였던 진선유가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김성일, 박승희 역시 경기 당일 컨디션만 좋으면 언제든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일은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은메달 2개를 따낸 뒤, 성인 대표로 처음 태극 마크를 단 뒤 출전한 첫 대회, 베이징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주에서도 김성일은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내면서 최강 남자팀의 위용을 과시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박승희(사진▲ 왼쪽)는 여자 500m 세계 랭킹 10위에 올라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갖고 있는 등 단거리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이 선수들이 메달을 따내지 못해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다면 세대교체를 꾀하는 한국 쇼트트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노보드 - '넘치는 자신감으로 파이널까지' 김호준
메달권 진입은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경우를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는 확인한 적이 있었다. 바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출전해 사상 최고 성적(12위)을 거뒀던 리듬체조의 신수지가 그랬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이 새롭게 조명돼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노보드에서 올림픽 출전 첫 파이널 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 스노보드의 대들보, 김호준(한국체대)이다.
김호준은 유니버시아드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뒤, 국제스키연맹(FIS)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한국 스노보드를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선수다. 김호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데에는 도전을 즐길 줄 아는 자세와 자신감을 통한 심리적인 안정을 들 수 있다. 비록 현재 세계 랭킹이 30위권(34위)에 머물러 있지만 기술 구사 능력이 좋아 제 실력만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올림픽 때 반짝 관심을 받고, 평소에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고독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선수들. 그러나 내일의 희망을 생각하며, 오늘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느끼는 젊은 기대주들의 선전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를 밝게 하는 만큼 꼭 필요한 모습이다. 세계에 부딪히며 도전을 펼치는 '숨은 기대주'들이 밴쿠버에서 꿈을 실현하는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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