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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리그] 불쌍한 스콜스

기사입력 2006.01.12 19:08 / 기사수정 2006.01.12 19:08

이철규 기자

폴 스콜스, 2002년을 앞두고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의 농간에 휘말려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선수기도하다. 맨체스터 Utd에서 스콜스는 어떤 존재일까?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으니 공식적인 자료와 기사로 짐작만 해보자.

91년 맨체스터 유스출신으로 입단해 퍼거슨 감독의 리빌딩 작업의 일환으로 퍼스트 팀에서 뛰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는 선수로, 킨의 카리스마와 중앙장악이 수비와 공격의 바탕이라면 공격을 만들어 가는 좌우중앙의 볼배급과 2선 돌파의 첫번째 옵션인 소위 맨체스터Utd 중원의 사령관.

이 선수의 맨체스터 Utd에서의 충성심을 볼까? 대표적인 예가 대표팀 은퇴. 29세에 대표팀에 은퇴해 에릭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의 복귀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귀를 사양하고 있다. 달이 차면 기울 듯 절정의 기량에서 조금씩 하향세를 그리는 자신의 육체로는 소속팀과 대표팀의 일정을 전부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 은퇴를 선언했다. 또한 2009년까지 클럽과 재계약에 성공한 것 역시 유념할 부분으로 거대명문이 대표팀 차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이 선수와 발맞춰 온 선수가 한 두명일까? 스콜스의 개인적인 견제에 따라 한 선수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면서도 챔피언스 리그와 리그 우승을 노리는 것이 쉬운 일일까? 단순한 이 질문 하나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입지와 그런 입지에 대한 이유인 그의 성격과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을 보자. 단 한번도 깐깐하기로 유명해 재계약에 난항을 겪는 맨체스터Utd에서 이렇다 할 잡음이 일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첫손으로 꼽히는 것이 스콜스다. 긱스와 킨 조차 재계약으로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내렸지만, 묵묵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10년 넘게 받아온 그답게 깔끔하게 2009년까지 4년 재계약을 맺은 것.

퍼거슨 감독의 2차 리빌딩의 일환으로 데이비드 베컴을 이적시키며 대대적인 선수물갈이를 할 때도 스콜스는 맨체스터Utd의 주전이었고 앞으로 한 동안은 그럴 것이다. 자신보다 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도 클럽에서도 언제나 침착하고 정확하며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패스와 시의적절한 2선 침투에 이은 슛을 장기로 하는 자신보다 남을 빛내는 데 일가견이 있던 선수로 팀내 어떤 선수들과도 잡음한번 일으키지 않았던 그의 과거가 증명해주는 것. 한국팬들이 박지성의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에 찬사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듯 맨체스터Utd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그렇게 사랑받아온 선수가 스콜스.

10년 동안 특히 최근 스콜스가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전향한 뒤 많은 미드필더들이 맨체스터의 중앙을 메웠다. 주전의 부상을 메우던 수많은 선수들, 베컴의 이적과 킨의 노쇠화로 대체 선수들이 기용되고 클럽을 떠났지만 언제나 팀의 사령관으로 있던 스콜스에게 패스를 받지 못한다고 불평한 적이 없었으며, 거대명문의 조그마한 일이라면 어떻게든 기사화하는 말지어내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황색언론들조차 다루지 않았다.

물론 선수들끼리 사이가 나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베베토와 호마리우 그리고 해리 큐엘과 마크 비두카. 하지만 이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에서도 사이가 나빴던가? 저들이 94년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 주역이었으며, 리즈Utd의 영광을 이끌던 환상의 파트너들이었다. 무슨 뜻인가? 그라운드 위에서는 적어도 개인의 감정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뛴다는 것이고, 패배의 비난과 치욕의 화살 받기 보다는 승리가 먼저라는 것이다.

또 엄격하기 그지 없는 퍼거슨감독이 현재 흔들리는 팀에게 가장 필요한 승리를 앞두고 스콜스가 미드필드에 뛰는 선수들의 재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면 감독 밑의 어시스턴스 코치부터 가만히 놔뒀을 까? 절대 팀을 떠날 것 같지 않던 영원한 주장 로이 킨조차 방출시키는 퍼거슨 감독이 그것을 두고 보고 있을까? 아니면 수많은 잉글랜드의 평론가들이 못보고 지나치는 것을 한국의 팬들이 잡아내는 것인가?

이번 시즌 맨체스터Utd의 문제를 두고 슈마이켈을 비롯한 많은 칼럼리스트와 전직 선수들이 이런 저런 대안을 제시하며 그 가운데 박지성의 등장을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 하나 박지성이 소외받거나 견제받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결국 스콜스가 박지성을 견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



그렇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인에게는 박지성의 맨체스터Utd지만 실제로는 맨체스터Utd의 박지성이기 때문이다. 맨체스터Utd에는 박지성을 능가하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역습이 아닌 상대가 수비진형을 갖추고 있을 때 스콜스의 볼배급부분을 보면 확연히 들어난다. 공격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가담해 있는 상황에서 언제나 최근의 수비불안과 골에 대한 부분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스콜스의 임무며 그는 그것에 충실하다.

객관적으로 루니나 심지어 이번 시즌 부진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에 비해 박지성의 정지상태에서 보여주었던 일대 일 돌파가 효율적이며 위력적인 것인가? 아니다. 공격을 할 때는 골을 넣고자 하는 것이지 파울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박지성이 신체적 능력적 한계로 얻어내는 파울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상황과 달리 경기를 차분히 지배해 갈 때는 파울보다 더 효과적인 돌파가 필요한 상황에 보다 가능성있는 선수에게 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첫번째 옵션이 되기에는 좀 더 가다듬고 성장해야 하는 박지성이다.

코쿠의 글과 케즈만의 인터뷰를 기억하는가? 박지성에게는 1년 더 PSV에서 뛰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것은 빈 말이 아닌 거대명문을 두루 거친 선배의 애정어린 충고였다. 박지성의 성실함이라면 잘할 것이라 믿지만, 현 시점의 박지성에게는 믿음보다 불안요소가 더 많다는 동료의 평인 것이다.

한국팬들은 계속 박지성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스콜스를 비난한다. 박지성이 아쉽게 골대를 맞추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홈 데뷔전에서 실수를 하자 동료선수들이 눈에 띄게 박지성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 2번째 경기였기에 박지성의 움직임을 쉽게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럴 때 박지성은 골대를 맞추는 슈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 좋은 평점을 받았다. 그 패스를 누가 했었나? 스콜스다.

박지성이 특출한 공간개념을 가지고 있고 성실한 만큼 많이 뛰고 있다. 그 공간개념이 특별한 만큼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실제로 그 공간을 찾아 패스하는 스콜스에게 공을 받아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누가 적응해야 하는가? 박지성의 공간개념이 팀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스콜스에게 맞춰지지 않는다면 팀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 왜? 맨체스터Utd의 사령관은 스콜스다. '대장의 말을 소위가 듣지, 소위의 말을 대장이 따라야 하는가?' 단 1-2초 사이에 결정을 내리고 패스해야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누가 우선인가? 무엇이 우선인가? 이를 위해 서로의 호흡을 보다 긴밀하게 맞추는 문제가 필요하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를 하는 것.



경기의 스피드가 빠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실점과 골을 좌우한다. 특히 격렬한 중앙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 중앙에서 그 시점에 가장 팀에 도움이 되는 패스를 하는 것이 스콜스고 아쉽게도 박지성의 일대 일 돌파능력은 아직은 팀의 첫번째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칼링컵의 득점 상황과 같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하며 여전히 박지성은 스콜스의 패스를 받아 공격하는 선수들의 포스트플레이나 크로스를 받아 슈팅을 하고 있고 골까지 기록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박지성이며 이것을 진두지휘하는 스콜스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이탈로 고생하는 가운데 리그 2위로 올라섰다. 누구하나가 몽니를 부렸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도리어 팬들은 박지성이 특출난 공간개념만큼 향상된 일대 일 돌파능력을 바래야 할 것이다. 정지 상태나 블랙번 로버스와의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장면처럼 단 한명을 제치면 자신이 직접 골을 기록하거나 크로스를 할 수 있지만 결국 그렇지 못한 부분은 공격수 박지성으로서는 문제가 되는 것. 공격수는 무엇보다 골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맨체스터Utd에는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전 맨체스터 Utd의 전설적인 선수 피터 슈마이켈은 이 부분을 두고, "루니를 제외한 선수들이 퍼스널리티가 없다"고 말했다. 박지성, 플래쳐, 스콜스 모두에게 해당하는 부분이나 특히 공격수 박지성에게는 뼈아픈 질책인 셈.

박지성 혹은 파키(Parky)의 팬이라면 무부분별한 사랑으로 부친상과 여러 악재로 정신적으로 힘든 호나우두나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스콜스에 대해 비아냥과 의미없는 비난은 자제하고, 박지성의 더 큰 성장을 위해 응원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예전 아일톤과 피사로의 투톱이 맹활약하던 분데스리가의 브레멘에 부상입은 채로 임대갔던 이동국이 쓸쓸히 돌아오면서 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분별있는 응원과 질책이 있었나? 광적인 사랑의 결과는 허무함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어린 공격수뿐 아니라 분데스리가의 득점왕과 애꿏은 클럽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욕하며 빈정댔다.

박지성과 맨체스터Utd도 그렇게 할 것인가? 박지성보다 더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그 결과물을 보여준 전 시즌 크로스 1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며, 맨체스터 Utd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폴 스콜스다. 축구선수라면 필연적으로 겪을 부상의 뒤에 있는 부진에 잉글랜드에서 고초를 겪을 것도 생각하며 이성을 찾고 박지성에게 애정어린 응원을 보내자.



이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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