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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용의 평범한 활약, 어려워진 볼튼의 현실

기사입력 2009.12.27 01:04 / 기사수정 2009.12.27 01:04

조형근 기자



26일 밤 11시(한국시각)에 번리의 터프무어 경기장에서 EPL 19R 번리와 볼튼 원더러스의 경기가 열렸다. 09/10시즌을 맞아 새롭게 EPL에 올라온 승격팀 번리는 홈 구장의 특유한 잔디를 이용, 홈 경기라면 '빅4'를 상대해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고 그들의 전반기 성적인 5승 4무 9패중 5승을 모두 홈에서 거두며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14위에 올라 있었다.

볼튼은 비록 2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승점 16점으로 18위에 위치, 강등권에 놓여 있었지만 어느덧 공격의 핵으로 떠오른 이청용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며 18R에서 웨스트햄을 3-1로 완파, 팀이 상승세에 올랐다. 무엇보다 지난 3경기에서 7득점을 하며 공격력을 끌어올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올 시즌 볼튼이 비록 무실점 경기없이 경기마다 실점하고 있긴 하지만 본래 볼튼의 경기는 골이 잘 나지 않는 지루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볼튼의 남은 경기 일정은 30일 헐 시티 홈경기, 1월 7일 아스널 원정, 10일 선더랜드 원정으로 이어지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따라서 번리전과 헐 시티 전에서 최소 1승 1무를 거둬야만 남은 일정에서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볼튼으로서는 꼭 이 경기에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었고, 번리 입장에서도 7경기동안 승리가 없는 팀을 보러 와준 홈 팬들에게 멋진 승리를 선사하고자 수비진에 문제가 있음에도 누젠트를 선발 출장시키며 공격을 강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시즌 야스켈라이넨이라는 훌륭한 키퍼를 보유하고도 무실점 경기가 없는 볼튼의 수비진이나 주전 수비수 2명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번리나 양팀 모두 수비진에 문제가 있는 팀이었기 때문에 경기 양상은 매우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다. 경기 초반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에서 플레이하며 최근 상승세를 탄 듯 자신감 있는 돌파로 번리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전반 22분 볼튼의 수비수 잿 나이트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번리의 공격수 스티븐 플레쳐가 가로채며 절호의 찬스를 맞았지만 플레쳐는 아무래도 좀더 멋진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볼튼의 골문을 살짝 비켜가는 슈팅으로 번리 팬들의 탄성(이라고 쓰고 탄식이라 읽는)을 자아냈다(플레쳐는 이후로도 매우 일관된 모습을 유지하며 남자다움을 과시).플레쳐의 이 플레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후 3분간 번리 선수들은 폭풍같은 공격으로 볼튼을 몰아쳤지만 골은 없었다.

오히려 29분 매튜 테일러가 그림같은 프리킥을 성공시키고는 마치 에마뉴엘 아데바요르가 아스널을 상대로 골을 성공시키고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팬들이 있는 곳으로 폭풍같이 달려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테일러의 골 이전까지 번리의 기세에 상당히 밀리고 있던 볼튼이었기에 이 골은 볼튼에게 있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아주 소중한 골이었다.

번리의 독특한 잔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지 이청용은 평소보다는 약간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다.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었으며 번리 수비진이 약해진 틈을 노려 좀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아마 당분간 프리킥 찰 기회는 이청용에게 주어지기 힘들 것 같다.

이상하게도 양팀이 치고받으며 공격은 치열하게 전개되긴 했는데 뭔가 하나 부족한 느낌, 이를테면 바삭한 치킨에 김이 빠질대로 빠진 따스한 맥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경기였다. 멋진 패스나 돌파로 이루어지는 공격이 아닌 상대 수비수들의 무수한 실수로 인해 이어지는 공격인지라 무언가 긴박감이 부족했고 그나마도 공격수들은 멋진 골이 아니면 스스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 자비로움을 보였다. 한가지 확실한 건 피파 온라인에서 잿 나이트에 대한 평가는 분명히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반 56분 데이빗 누젠트가 멋진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었을 때도 나이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잠깐잠깐 번리가 4~5분씩 기세를 타면서 중앙 수비수까지 올라오는 파상공세를 펼치는 것은 이 경기의 백미라고 할 만 했는데, 번리의 파상공세는 홈 팬들이 번리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줄만큼 매우 매력적이면서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상대방을 강력히 압박하는 헌신적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공격은 팬을 부르고 단단한 수비는 승리를 불러온다는 명언이 있지 않던가.

66분 볼튼의 게리 멕슨 감독은 번리에게 중앙싸움을 지속적으로 밀리자 클라스니치를 빼고 중앙 미드필더 마크 데이비스를 투입해 일단 팀을 재정비하고 역습으로 공격을 풀어가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기세를 탄 번리의 화력은 쉽게 죽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번리가 공격을 했기에 볼튼은 번리의 골문 근처에 가는 일도 힘들었고 이청용도 덩달아 별다른 활약 없이 수비에 급급하게 되었다. 결국 이청용은 73분 가드너와 교체되어 나오며 시즌 4호골은 후일로 미뤄야만 했다.

번리의 파상공세가 지속되었지만 야스켈라이넨의 괴물같은 선방에 번번히 막히며 경기는 1:1로 마무리되며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가져갔다. 볼튼으로서는 이번 시즌 원정경기에 약한 면모를 보이긴 했고 경기 내용도 할말없지만 번리를 상대로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무승부를 거둬야 했고 오히려 번리 입장에서 그렇게 공격하고도 무승부라는 결과를 냈으니 상당히 불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

이청용이 평범한 플레이를 보이자 볼튼은 공격의 활로를 풀지 못한 채로 강등권 탈출에 있어서 앞으로 더욱 힘겨운 가시밭길을 걷게 되었다. 30일 홈에서 헐 시티를 맞아 승리하지 못한다면 1월 7일 아스널 원정, 10일 선더랜드 원정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역시 볼튼이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청용이 창의적인 플레이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기대해야 할 듯 하다. 비록 오늘 번리전에선 평범했지만 앞으로 더 큰 활약으로 이청용이 볼튼을 강등권에서 구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 =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누젠트의 동점골로 만족해야 했던 번리ⓒ번리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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