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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빛낸 축구영웅, 윈턴 루퍼

기사입력 2009.11.19 02:52 / 기사수정 2009.11.19 02:52

강승룡 기자

오세아니아 대륙은 축구와는 인연이 없는 대륙이다.

오세아니아 국가가 월드컵에 진출한 기억은 지금까지 단 세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가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오세아니아는 월드컵과는 거리가 먼 대륙이었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은 오세아니아 대륙에 있어 특별한 월드컵으로 기억될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월드컵에 나란히 진출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호주가 AFC소속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긴 했으나,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두 나라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것은 80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뉴질랜드는 국제 대회의 경험이 적고 그 성적 또한 초라했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아시안컵 우승팀인 이라크와 무승부를 거두면서 FIFA 주관 성인 대회에서 역사상 첫 승점을 올린 것이 전부이다. 더군다나 럭비와 크리켓의 인기가 높은 뉴질랜드에서 나라를 빛낸 축구스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축구변방 뉴질랜드에서도 세계 축구를 빛낸 영웅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월드컵에서의 뛰어난 활약은 없었지만, 베르더 브레멘을 비롯한 유럽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며 FIFA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오세아니아 선수로 뽑히기도 했던, 윈턴 루퍼(Wynton Rufer)가 그 주인공이다.

윈턴 루퍼는 유소년 시절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1982년 19살의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되었고, 같은 해에 열렸던 스페인월드컵에도 출전하였다. 뉴질랜드는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로 탈락하긴 하였으나, 루퍼는 스위스의 FC 취리히에 입단하여 유럽 무대에 발을 내딛게 된다.

이후 FC 아라우와 그라스호퍼를 거치며 유럽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갔고, 1989년에는 오토 레하겔이 지휘하고 있던 베르더 브레멘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브레멘에서 여섯 시즌을 보낸 루퍼는 최상의 기량을 선보이며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레하겔이 이끄는 브레멘은 1991년과 1994년에 DFB컵을 제패하고, 1993년에는 분데스리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으며, 1992년에는 유럽 컵위너스컵을 우승하는 등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는데, 이 시기에 루퍼는 분데스리가 174경기에 출전하여 59골을 득점하는 활약을 보였으며, AS모나코와의 컵위너스컵 결승전에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컵위너스컵 우승에 크게 공헌하였다.

93/94시즌 챔피언스리그는 윈턴 루퍼의 이름을 가장 빛나게 해 준 대회였다. 비록 브레멘의 성적은 8강에 그쳤으나, 루퍼는 챔피언스리그에서 8골을 득점하며 당시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로날도 쿠만과 함께 공동 득점왕에 등극하였다. 특히 안더레흐트와의 조별 리그 경기에서는 3-0으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두 골을 득점하며 브레멘의 대역전극이라 불리는 '베저강의 기적'을 연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브레멘에서의 루퍼의 활약은 그의 조국인 뉴질랜드는 물론 오세아니아 대륙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고, OFC가 선정한 '최고의 선수'에 세 차례나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FIFA 또한 '20세기 최고의 선수 100인'에 루퍼의 이름을 포함하며 그의 업적을 널리 치하했다.

28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뉴질랜드가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정도의 전력을 갖추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월드컵 첫 승이나 첫 승점을 거두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떠나 축구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경기를 보여준다면, 제2의 윈턴 루퍼를 기대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루퍼는 현역에서 물러나서도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윈턴 루퍼 아카데미'를 통해 어린 선수를 가르침으로써 그러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원티 루퍼(오른쪽)와 펠레 ⓒ 윈터 루퍼 공식 홈페이지 캡쳐] 



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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