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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실패했다 - LG트윈스 편

기사입력 2005.09.22 22:05 / 기사수정 2005.09.22 22:05

이석재 기자
- LG가 안되는 딱 두 가지, 오펜스와 디펜스 -

선동열 감독을 영입하려고 하는 우여곡절 끝에 삼성에게 뒤통수를 맞고 영입하게 된 이순철 감독. 구단에서는 2000년 이후 매년 반복했던 성적부진에 따른 감독 경질의 반복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순철 감독과 3년 계약을 체결하였다. 단순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9월 22일 현재 LG가 기록중인 0.425의 승률은 이광환 감독이 지휘했던 2003년의 0.458이나 이순철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04년의 0.457보다 낮은 수치이다. 그렇다면 이순철 감독은 실패한 감독일까.

- SK와의 악연… 끝내 풀지 못하고 -

94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신인 3인방의 한 명인 김재현이 FA 자격을 취득하였고 이순철 감독은 구단에 김재현의 팀 잔류를 요청하였다. 11월 11일 FA 선수가 공시되고 소속 구단과의 열흘간의 협상 기간이 끝난 11월 21일 새벽 김재현은 신일고 선배인 SK 마케팅 팀장과 만나 전격적으로 SK행을 선언하게 된다. 김재현의 SK행에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였으나 일명 '각서 파동'과 관련하여 구단과 김재현 간의 안 좋은 감정을 풀지 못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보스턴의 '밤비노의 저주'가 있었던 것처럼 LG는 올 한 해 '김재현의 저주'에 시달렸다. 최종준 현 SK 단장과 민경삼 마케팅 팀장, 김성근 전 감독의 해임 건으로 LG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김정준 전력분석팀장(김성근 전 감독의 아들) 등 과거 LG 식구들이 포진되어 있어 양 구단에게는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이런 의식은 김재현의 SK행 이후 극도로 심해졌다. 그러나 늘 승자는 SK였다. LG는 올시즌 SK를 상대로 3승 1무 12패로 압도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결과가 SK와 LG의 운명을 갈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우리 선수 FA되면 날고, 타팀 FA 선수 영입하면 죽쓰고 -

2001년도 LG는 팀의 가장 취약 포지션이자 늘 꿈꿔왔던 우타 거포 3루수를 확보하기 위해 리그 최고의 공격형 3루수 홍현우를 4년간 18억이라는 거액을 주고 영입하였다.  LG에 오기 전 9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쳤던 그가 4년간 쳐낸 홈런 수는 부상으로 시달린 2000년에 기록한 한 시즌 홈런 갯수인 14개와 같은 것이었고  4년간 쳐낸 안타는 1999년 그가 기록한 한 시즌 안타 갯수인 146개에 무려 17개나 모자란 129개였다. 2005시즌을 앞두고 계륵이 되어 버린 그를 처리하는 LG의 태도도 팬들의 원성을 사기 딱 좋았는데 홍현우에다가 팀의 2차 2번 지명 선수인 이용규까지 친절히 얹어주며 받은 선수가 부상 및 노쇠화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하는 이원식과 소소경이었다. 홍현우와 함께 기아로 간 이용규가 기아의 리드오프로 낙점될 정도로 맹활약을 하는 것을 보는 LG팬들의 마음은 또 어떨는지.

2004 시즌을 앞두고 팀의 마무리를 해결하기 위해 영입한 진필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2002 시즌을 마치고 두산이 기아에 진필중을 넘길 때에는 이미 마무리로써 기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는데 이를 덥석 문 기아도 문제지만 4년간 30억이라는 거액을 주고 보상 선수 손지환까지 내주며 그를 영입한 LG는 더 큰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물론 올시즌은 선발로 전환하여 그의 부활을 기대했지만 역시 결과는 좋지 못했다. SK로 이적한 김재현은 팀의 중심 타자로 펄펄 날며 올시즌 FA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보인 것과 비교해 본다면 LG 프런트로써는 두 배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 부상도 실력이다 -

박상열 현 2군 투수 코치가 우스개 소리로 남긴 말이 회자된 바 있다. "내가 구리에서 얼굴을 못 본 투수는 최원호 한 명 밖에 없다." 이 한 마디가 올 시즌 엘지의 마운드를 정리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팀의 1선발이라 할 수 있는 이승호는 시즌 개막을 함께 하지 못했고 진필중, 김광삼, 장문석, 김민기 등은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2군을 들락날락했다. 영원한 기대주 서승화는 1군에서 던진 기록을 찾기 힘들 정도였고 팀의 마무리로 낙점받았던 신윤호 역시 1군 투수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구위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투수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가 있었기에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타자로 영입하였는데 이 역시 벤치의 큰 실책이었다는 판단이다. 이승호나 장문석이 정상 컨디션이라 하더라도 두 선수는 상대 타자를 압도할 만한 포스를 가진 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더라면 적어도 한 명은 투수로 갈 필요가 있었으나 팀 타선의 강화만을 고집하다 볼넷 허용수 7위, 실점 7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야구에서 자기 팀의 마운드에 대해 기본적인 평가를 게을리한 벤치의 실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수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 이병규와 박용택만으로 팀을 이끌 수는 없었다 -

올 시즌 LG의 경기를 보게 되면 이병규와 박용택 외에는 공격에 공헌하는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시즌 초 신인 정의윤이나 2년차같은 3년차 이성렬, '권병장' 권용관 등이 가세하면서 팀 타선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꾸준한 모습이 아니었다. 이병규나 박용택은 팀의 필요에 따라 타순이 바뀌는 모습이었음에도 한 시즌 꾸준하게 제 몫을 다해내는 모습이었다. 타율 및 최다안타 1위 이병규, 득점 및 도루 1위의 박용택이 힘있는 중심 타선과 함께 조화를 이뤘다면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을 수 있었음에도 LG는 그런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박경수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였고 메이저리그 기대주였다는 말만 믿고 영입한 루벤 마테오는 돔구장이 있었다면 천정을 맞출 만한 팝 플라이 타구를 연방 날리다가 퇴출되었다. 두 자리 홈런 정도를 기대한 조인성은 골프 스윙으로 일관하다 주장임에도 2군에서의 생활이 길었다. 올시즌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던 서용빈은 몇 주간의 1군 생활이 전부였고 베이스를 싹슬이 하자는 뜻으로 이름 붙인 루 클리어는 루가 클리어한 상황에서만 안타를 치는 영양가 없는 배팅만을 보여주다 시즌 막판이 되어서 분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렇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

0.425의 형편없는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LG는 올 시즌 나름대로 거둔 성과도 많았다. 이순철 감독이 3년 계약을 하면서 체계적으로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그 결과로 정의윤, 이성렬, 박병호 등 신인급 선수들이 150 타석 이상 타석에 들어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대졸 2년차 박기남은 LG의 3루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로 맹활약했고 월드컵 야구 대회에도 대표로 선발되어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2007년 시즌 상무에서 제대하고 합류할 김상현이 1루로 정착한다면 김상현 - 박경수 - 박기남 - 권용관의 탄탄한 내야진의 그림도 그려진다.

마운드에 있어서도 건국대 출신 2년차 송현우나 고졸 2년차 장진용의 활약이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특히 중간에 나와 일명 '짱돌직구'라 하는 묵직한 최고 시속 150km의 직구를 뿌려대는 송현우는 팀의 마무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구위를 가지고 있고 장진용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만 익힌다면 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을 보였다. 대졸 신인인 좌완 신재웅도 아직 원석의 이미지이지만 잘만 다듬는다면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선수로 보인다.

- 아직 다 보여준 것이 아니라면 - 

이순철 감독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구단은 일찌감치 3년 계약을 한 이순철 감독의 유임의사를 천명한 바 있다. 2년간 보여준 성적이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더라도 신인들을 대할 때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그의 자세를 감안한다면 1년 더 두고 보는 것도 그리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내년 시즌에 과연 얼마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인데 솔직히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는 못하다. LG에는 올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주축 선수는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는 전력 보강 요인도 없다. 1차 지명한 경성대 출신 김기표는 팀의 취약 포지션인 잠수함 중간 계투로써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고졸 중심의 2차 지명 선수들은 대부분 가능성 위주의 선발로 보여 내년 시즌 밑바탕은 올시즌 전력에 김기표 정도를 추가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용병 영입 역시 올해 클리어나 교체 용병이었던 레스 왈론드 이상의 용병을 영입하기 어렵다면 한 해 더 끌고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올시즌 LG가 겪었던 문제점을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답일텐데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확실한 마무리투수에 대한 대안 마련이 아닐까 싶다. 진필중이나 신윤호에 대한 미련을 두기 보다는 송현우나 장진용 등 젊은 투수에게 기대를 거는 편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포수에 있어서도 이성렬에게 포수로써 기대를 갖고 있다면 조인성의 거취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조인성은 현재 포수가 약한 팀들에게 오퍼를 한다면 충분히 전력 요인이 될 선수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팀의 전력이 과잉되어 있는 외야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교통정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만호와 같은 수비 좋은 오른손 대타가 부상도 없이 자리가 없어 2군에 있는 모습은 다소 아쉬워 보인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올해 LG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선수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부상으로 나뒹군 것이다. 올 시즌 LG 벤치는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이끌면서 신인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팀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 있어서는 다른 팀 벤치보다 오히려 나은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모두 벤치에 겨냥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다소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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