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펼쳐졌던 EPL 5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과 무승부를 기록한 맨체스터의 갈 길이 바빠졌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3승 2무를 기록하며 무패가도를 달리고는 있지만 1위 첼시(6경기)와는 승점이 7점이나 뒤져있고, 에인세 네빌 솔샤에르 등의 부상에 주장인 로이 킨 마저 쓰러지면서 당장 팀의 라인업을 짜는데도 고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부상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박지성의 활용도와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일찍 기회를 잡은 것은 박지성 개인에게 호재일 수 있지만, 팀 전체적으로는 앞으로 리그를 치르는데 있어 험난함을 예고하는 악재가 겹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올 시즌을 앞두고 4-3-3의 전술을 팀 포메이션의 기본 틀로 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퍼거슨 감독의 팀 운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큰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선수 기용의 변화든 전술의 변화든 어떤 식으로라도 움직임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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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당한 에인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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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맨체스터.Utd |
그렇다면, 최소 2개월 동안을 현재의 멤버들로 리그를 치러야 하는 맨체스터의 퍼거슨 감독은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현재 맨체스터의 선수 구성과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두 가지 정도의 해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전체적인 전술의 변화로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거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4-3-3을 중용하되 선수 구성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전체적인 전술의 변화 일어날까?먼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4-3-3의 기존 포메이션에서 4-4-2로의 전환이다. 호나우두-반 니스텔루이-루니로 이어졌던 삼각편대에서 반 니스텔루이와 루니를 투 톱으로 가동시키고 양 날개에 호나우두와 박지성 혹은 긱스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폴 스콜스와 앨런 스미스가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하게 되는데, 미드필더의 수를 늘려 핵심 수비요원들이 빠진 수비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공격진의 경우 반 니스텔루이와 루니가 투 톱을 이루고 오른쪽 측면에 호나우두, 왼쪽 측면에 박지성과 긱스를 번갈아 투입하며 공격진을 꾸려 가는 것이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의 쓰리 톱에 비해 기본적인 파괴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로이 킨과 주전 윙백들이 빠진 수비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가 공격력이 강한 팀이면 비교적 활동량이 많고 수비 가담이 좋은 박지성을 기용해 미드필드에서 많은 움직임을 기본으로 수적-공간적인 우위를 점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고, 상대가 수비지향적인 팀이라면 긱스의 돌파와 공격력을 십분 활용하는 작전도 펼칠 수 있다.
최근 긱스가 경기 출장 기회도 적어지면서 그의 기량에 대해 '예전 같지 않다.'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긱스의 기량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고 퍼거슨 감독의 머릿속에 가장 단단히 박혀있는 레전드중 하나이다. 긱스가 체력 저하에 따른 후반 경기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그의 기량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박지성과 플래툰 시스템으로 왼쪽 자리를 번갈아 맡는다면 둘에게나 맨체스터에나 윈-윈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박지성(긱스)과 호나우두가 포메이션 상 미드필더로 위치하게 되면 스콜스와 스미스(플레쳐)가 맡을 중원도 한결 탄탄해져 기존 3명의 미드필더가 허리를 책임지던 때보다는 상대에 대한 압박과 경기 장악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최근 맨체스터의 빈곤한 득점력의 근본은 미드필더들의 중원 장악 실패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폴 스콜스가 지난해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대런 플레쳐 앨런 스미스 등도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고 있지는 못하다.
이렇게 허리의 지원이 거의 없자 전방에 위치한 쓰리 톱들이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패스도 하면서 상대 문전을 뚫어야 하는 이중고를 안게 되었고, 비교적 긴 드리블과 공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중원의 경기력 상승을 위해서도 4-4-2로의 전환은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선수 기용의 변화, 박지성의 미드필더로 변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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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의 중심 박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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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맨체스터. Utd |
두 번째 대책은 선수 기용의 변화이다. 공격 삼각편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퍼거슨 감독을 고려한다면 기존 공격 라인에 손을 대는 것보다는 4-3-3 포메이션에서 이름만 바꾸는 변화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이다. 또 대런 플레쳐에 대한 퍼거슨 감독의 기대가 충만한 만큼 플레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원을 맡길 수도 있다.
여기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역시 박지성의 포지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3명의 미드필더 자리에 폴 스콜스와 앨런 스미스 또 대런 플레쳐를 넣는다면 자리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로이 킨과 에인세 네빌 등의 A급 수비력을 잃은 맨체스터가 박지성의 체력을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하려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박지성의 이적 초기에 예상했던, 로이 킨의 자리에 일찍 발을 들여놓게 될지도 모른다. 에인세와 네빌 같은 수비수들의 공백도 문제지만, 맨체스터의 가장 큰 걱정은 중원에서 노련함과 기술로 경기를 잡아주었던 로이 킨의 강력한 홀딩 능력의 부재이다. 이런 문제점의 보완을 위해 체력적으로나 경기력으로나 가능성 있는 박지성의 투입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이런 예상은 역시 시즌 초반부터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에 줄 부상을 당한 맨체스터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퍼거슨 감독의 머릿속에 박지성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선수인지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기에, 공격수로 줄곧 기용되던 박지성의 위치 변화도 짐작해 볼 만한 것이다.
아니면 최근 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폴 스콜스의 자리에서 경쟁을 펼칠 수도 있다. 이미 지난 시즌 종료 후 수비형 미드필더 수업에 들어갔던 앨런 스미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하고 조금씩 하향세를 걷고 있는 폴 스콜스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경쟁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이다.
특히, 맨체스터의 우선 과제가 허약해진 수비력의 재편성임을 가만하면 박지성의 존재가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공격라인과 중원, 그리고 수비에까지 폭넓게 가담해준다면 맨체스터로서는 더 큰 활력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수비하러 내려갈 틈이 없다.'고 말할 만큼 빠른 EPL의 경기를 가만할 때,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그의 장점이 더 극대화될 수도 있다.
위기의 맨체스터. 앞으로 그 변화의 크기이야 어찌되었건 새로운 시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맨체스터의 리빌딩에 박지성이 어떤 모습으로 서있게 될지 궁금해진다.
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