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9.12 22:05 / 기사수정 2005.09.12 22:05
하지만 서울의 더욱 큰 문제는 ‘3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표면적인 기록보다 3경기 동안 고작 2골이라는 빈약한 골 결정력에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히칼도의 완벽 봉쇄
축구를 좀 볼 줄 아는 축구팬들은 서울은 박주영의 팀이 아니라 히칼도의 팀이라 주장한다. 모든 공격은 히칼도의 발끝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울의 전술은 히칼도 한 선수에게 의존한다.
실제로 경고누적으로 히칼도가 결장했던 지난 달 31일 포항전에서는 백지훈 선수가 그의 역할을 대신 했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채 서울은 2-1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현재 서울이 내세우고 있는 기본 전술은 ‘3-4-1-2’ 히칼도는 바로 저 ‘1’ 이라는 꼭지점에 위치하면서 수비와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 히칼도 선수는 저 위치에서 그의 특기인 로빙패스 등을 이용해 상대 수비수 뒷 공간으로 파고드는 패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이 덕분에 2톱인 김은중과 박주영이 한때 K리그 득점 1, 2위를 동시에 차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서울팬들은 그의 신기와 같은 패스에 ‘마법사’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그는 서울의 승리에 숨은 공신이었다.
하지만 전기리그 동안 그의 패스에 철저히 농락당한 상대팀들은 히칼도의 움직임과 패스의 형태를 철저히 분석했으며, 그 결과 히칼도는 현재 완벽하게 봉쇄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주영과 김은중을 향하던 그의 패스가 번번이 도중 차단되면서 경기장에서의 히칼도의 파괴력이 감소돼버린 것이다.
둘째, 박주영의 개인기 의존도
박주영의 K리그 입성시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런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선배 수비수들을 농락하면서 적은 출장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득점랭킹 1위(9골)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멈출 것 같지 않던 득점 행진이 후기리그 들어 고작 1골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한 골마저도 김은중의 절묘한 어시스트가 빛난 것이지 그의 득점이 빛났다고는 할 수 없다.
그가 사실 K리그에서 초반 큰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전매특허인 드리블 방식의 독특함 때문이었다. 그의 드리블 형태는 수비수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기에 딱 좋다. 앞으로 치고나갈 타이밍에 과감히 좌우로 접는가 하면, 좌우로 접을 타이밍에 앞으로 치고 나가고, 또는 전혀 슈팅 타이밍이 아닌데도 슈팅을 때러 넣는 통에 수비수들의 혼란이 가중됐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기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읽히기 마련, 더구나 K리그의 타이트한 맨마킹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점을 고려해볼때 그의 개인기 간파는 시간문제였다는 것이 옳다. 박주영 역시 히칼도와 마찬가지로 그의 드리블 방식이나 움직임이 상대 수비수들에 의해 철저히 간파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같은 동료를 적극 활용하라
서울은 박주영 말고도 김은중이라는 걸출한 골잡이가 있다. 박주영이 없던 작년 서울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당사자가 바로 김은중이다. 그는 현재 득점 7골로 득점랭킹 3위를 기록 중일 정도로 득점부분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박주영 본인 말고도 FC서울에는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서 노나또, 이원식, 정조국 등 K리그 구단 중 최고의 공격자원을 갖고 있는 팀이 바로 FC서울이다. “내가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을 버릴 때 박주영 개인의 능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넷째, 움직임을 늘려라
박주영의 현재 움직임은 철저히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동료의 패스가 오면, 그때서야 모션을 취하는 그의 모습에서 타깃형 스크라이커의 전형을 본 것은 기자만의 오판이었을까?
물론 그가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의 신체구조를 보면 보통의 타깃형 스트라이커와는 달리 갸날픈 체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헤딩력은 물론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마저 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루니는 엄청난 활동량과 폭팔적인 대쉬가 일품이다. 이런 루니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잉글랜드 수비수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개발된 그의 전매특허인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활동량과 스피드만이 잉글랜드의 거친 수비수들을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한 셈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활동량 있는 모습이나 파워넘치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파워나 체력을 지금 당장 기를 수 없다면 운동장을 이곳저곳 누벼서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다섯째, 이장수 감독 언제까지 박주영만을 고집할 참인가?
FC서울에게 있어 박주영 선수는 중요한 선수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와 그렇지 않는 경기의 관중동원력이 평균 1만여 명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실력을 떠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박주영은 FC서울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지만 서울은 다양한 공격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원식이나 노나또, 정조국 선수 등 다른 팀에서는 주전공격수로 활용되고도 남을 공격자원이 있는 것이다.
박주영을 선발로 투입시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박주영은 선발 출장 경기에서 단 한번도 교체되지 않은 진기록을 갖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주영 스스로 전후반 90분 풀타임을 뛰기 위해 체력안배를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선수들은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스테미너를 동원해 경기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박주영은 자신이 체력이 떨어지면 교체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끝까지 체력안배를 해서 마지막까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힘을 쏟아붓기보다는 적절한 힘의 안배를 해가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랄 수 있지만 지금 박주영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100% 소진하고 교체되는 모습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의 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의 별명은 '축구천재'다. 축구를 머리로 할 줄 안다는 이야기다. 그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그의 기술적인 면보다는 '축구를 진정 즐길줄 안다는 점'에서 박주영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
즐기면서 하는 것과 억지로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박주영의 이번 시련은 그에게 또 다른 '놀이'를 선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진정한 축구천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의 모든 것을 간파한 선배 수비수들을 다시 한번 유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으로 보는 FC서울 VS 성남
성남 써포터 석에서 바라본 FC서울 써포터 '수호신'
양측의 써포터 '수호신'과 '천마불사'
선수들의 불만...그리고 충돌
무위로 끝난 양측의 프리킥 찬스
서울 서포터 '수호신'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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