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18 19:19 / 기사수정 2009.09.18 19:19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는 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트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맨체스터의 진짜 주인을 가린다.
현재 골득실차(맨유+8, 맨시티+6)로 2위와 3위에 올라있는 두 팀의 대결은 첼시와 토트넘의 런던 더비와 더불어 6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고 있다. 맨유를 위협하는 맨시티의 성장과 퍼거슨과 테베즈의 불편한 관계 등 이번 맨체스터 더비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 최근 분위기
리그 초반 두 팀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맨유는 2라운드 번리전의 패배의 충격에 벗어나 3연승을 구가하며 어느새 2위로 뛰어올랐고 주중에 있었던 지옥의 이스탄불 원정에서도 궁극적인 목표인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웨인 루니의 맹활약으로 근근이 승점을 챙기고 있지만 들쭉날쭉한 경기력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막대한 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맨시티의 상승세는 맨유를 능가한다. 초반 3연승에 이어 빅4 아스날과의 맞대결에서 4-2로 승리를 거두며 빅4의 강력한 경쟁자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부상선수들이 많아 걱정이다. 맨유전을 앞두고 호비뉴와 테베즈 등 맨시티 핵심 선수들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고 특히 개막 이후 4경기 연속골에 성공하며 맨시티의 공격을 이끄는 아데바요르가 징계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점이 큰 타격이다. 다행인 점은 크레이크 벨라미가 지난 아스날전에서 첫 골을 신고하며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품격 높아진 맨체스터 더비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된 90년대 초반부터 양 팀의 더비 경기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맨유는 EPL 최강자로 군림하며 세계적인 클럽으로 뻗어나갔지만 맨시티는 주로 중하위권에 맴돌았고 챔피언십(2부리그)을 오락가락하기도 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해 두 팀의 대결은 싱거울 뿐이었다.
하지만,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이 구단주로 부임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더비의 불꽃이 타올랐다. 탁신 구단주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공을 들였고 스벤 고란 에릭손을 감독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으로 맨유의 라이벌로 떠올랐다. 에릭손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할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마찰이 있었던 불편한 관계였기에 두 팀이 맞붙는 날에는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탁신이 물러났고 에릭손 감독이 떠났지만 중동의 석유재벌 세이크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하면서 두 팀의 전력 차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맨시티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열을 올렸고 지난 시즌 호비뉴 영입에 이어 아데바요르, 테베즈, 베리 등 특급 선수들이 안착하며 빅4를 위협할 거대한 구단으로 거듭났다.
맨시티의 성장으로 이제 맨체스터 더비는 잉글랜드에서도 손꼽히는 더비매치가 되었고 이번 더비매치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리그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는 경기가 되었다.
▲ 빅4 자존심 지킬까?
올 시즌 맨유는 팀의 에이스 호날두의 이적과 그에 걸맞은 선수영입에 실패하며 전력이 약화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전과 같은 다이내믹한 경기력이 사라지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명불허전이라는 말처럼 맨유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예상과는 달리 초반 5경기에서 승점 12점을 얻으며 오히려 전보다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 경기력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지만 팀의 에이스 루니가 연방 골을 폭발시키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고 있다. 지난 위건전 골 폭발 이후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맨유는 1차 고비였던 상승세의 토트넘을 맞아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역전승을 거뒀다.
아스날을 꺾으며 상승세를 타는 맨시티와의 일전이 부담스럽지만 맨유도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맨시티를 꺾는다면 더욱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아스날의 패배로 떨어진 빅4의 위엄을 올려줄 책임(?)도 있다.
▲ 아스날에 이어 맨유까지?
수많은 스타 선수의 영입으로 올 시즌 빅4가 주도하는 EPL의 판도를 강력하게 흔들 팀으로 꼽힌 맨시티는 개막과 동시에 연승행진을 달렸고 지난 5라운드에서 아스날을 4-2로 꺾으며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승리도 승리였지만 경기 내내 아스날에 밀리지 않고 주도권을 잡는 등 내용도 훌륭했다.
빅4 붕괴를 목표로 내건 맨시티는 아스날을 꺾음으로써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 되었다. 이 상승세를 몰아 맨유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핵심 공격수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지만 이번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이들의 상승세는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이다.
같은 목표가 있는 토트넘이 지난 라운드에서 맨유에 아쉽게 패했지만 맨시티는 아스날전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토트넘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기세다.
▲ 퍼거슨과 테베즈의 재회
이번 더비 매치를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퍼거슨 감독와 테베즈의 재회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2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퍼거슨과 테베즈가 불편한 관계라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테베즈는 경기에 출전시켜주지 않은 퍼거슨에게 상당한 불만을 터트렸고 퍼거슨도 이에 대응하며 테베즈를 소홀히 했다.
결국, 테베즈는 맨유에 남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지역 라이벌인 맨시티로 자리를 옮겼고 그 이후에도 퍼거슨과 테베즈의 앙숙관계는 원만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테베즈가 최근 부상을 당하며 재회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다행히도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며 출전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에 후반전 교체 출전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박지성의 출전 가능성은?
최근 연이은 결장과 짧은 교체출전으로 국내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는 '산소 탱크' 박지성이 과연 선발로 출전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연이은 결장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박지성은 베식타스전에서 짧게나마 경기에 투입되어 컨디션 조절도 끝마쳤고 체력적 부담도 적기 때문에 출전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번 경기에 출전할 경우 박지성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보여줘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필요성이 있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거나 승패와 관계없는 상황에서 짧게 투입된다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맨유와 맨시티의 중원의 핵심 플레쳐와 아일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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