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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의 추억…파블류첸코의 빛과 어둠

기사입력 2009.08.27 10:45 / 기사수정 2009.08.27 10:45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리버풀전 2-1 승리, 헐 시티전 5-1 대승, 웨스트 햄 전 2-1 승리, 프리 시즌의 성적표가 아니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EPL 09/10시즌의 무대에서 토트넘이 지금까지 거두고 있는 성적표다. 이렇듯 최근 토트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쾌속의 상승세에 올라있는 때, 한쪽에서 좌불안석에 빠진 한 선수가 있으니 그는 유로 2008 러시아 4강신화 멤버 중 아르샤빈과 함께 주목을 받았던 로만 파블류첸코다.

유로 2008 예선, 잉글랜드가 히딩크가 이끄는 러시아의 기세에 눌려 정신을 차리지 못할 무렵 두 골을 넣으며 각광받던 남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로만 파블류첸코였다. 결국, 러시아는 유로 2008 예선에서 잉글랜드를 누르고 진출하였고 파블류첸코는 유로 2008 무대에서도 첫 경기 스페인전에 1골,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스웨덴전에 1골, 그리고 네덜란드전 선제골을 터뜨리며 3골로 전 유럽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188cm의 장신을 가진 파블류첸코는 러시아의 명문 구단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서 5년간 158경기에 출전, 75골을 넣는 고감도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였다. 2006년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18골로 득점왕의 영예를 안았고 이듬해 2007년에도 13골로 공동 득점1위를 차지했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러시아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활약하고 있던 차에 베르바토프를 보내고 새로운 장신 공격수를 찾던 토트넘의 눈에 띄어 잉글랜드 무대로 몸을 옮기게 된다.

그러나 파블류첸코의 잉글랜드 생활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다. 08/09시즌 베르바토프의 이적으로 인해 토트넘의 새로운 타겟맨으로 부상한 그는 FA컵과 칼링컵에서 5경기 출장 6골이라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리그에서 28경기에 출장하고도 단 5골만을 넣는 빈약한 득점력으로 '자비의 파블류첸코'라는 스트라이커로서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어야만 했다. 탄탄한 몸을 바탕으로 헤딩을 따내고 공간을 침투하는 플레이는 나무랄 데 없었으나 유로 2008때도 지적받아온 골 결정력이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결국, 올 시즌 토트넘에서 로비 킨과 저메인 데포, 그리고 피터 크라우치에 밀려 4번째 공격 옵션으로 전락한 파블류첸코는 토트넘이 쾌속의 3연승을 달리는 동안 단 5분밖에 출장하지 못하는 사태에 빠져 있다. 그에게 더욱 암담한 것은 토트넘 입장에선 이렇게 상승세를 탄 팀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파블류첸코를 타 팀으로 이적시켜 공격 자원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토트넘의 해리 레드납 감독은 저메인 데포와 로비 킨을 투톱으로 활용하며 후반전 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피터 크라우치를 투입, 제공권을 장악해 빅&스몰 투톱을 가동시키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절정의 골 감각에 오른 데포와 EPL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공격수인 로비 킨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프리 시즌중 파블류첸코가 보여준 유연성과 포스트 플레이는 충분히 피터 크라우치와 경합할 만한 능력이 있다.

이번 시즌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도전을 선언하며 좀 더 공정한 주전 경쟁의 자리를 얻길 원하는 파블류첸코가 과연 유로 2008 에서처럼 위기 때마다 팀을 구해낼 수 있는 '한 방'을 갖춘 토트넘의 해결사로 설 수 있을까? 앞으로 레드납 감독이 파블류첸코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파블류첸코가 잉글랜드 무대에서 보여줄 마지막 불꽃은 얼마나 아름다울지를 기대해 본다.

[사진 = 토트넘에서 No.4로 전락한 로만 파블류첸코ⓒ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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