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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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B급 수집가'베니테즈를 버려야 산다-①

기사입력 2009.08.25 09:52 / 기사수정 2009.08.25 09:52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전세계 축구팬들이 즐겨 보는 EPL에는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 있다. 모두에게 잘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아스날, 첼시, 리버풀의 '빅4'중 왜 EPL 우승이 단 한번도 없는 리버풀이 '빅4'에 속하는가 하는 것이다(물론 실질적으로 EPL 출범 이후라면 맨유와 아스날의 경합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뉴캐슬과 리즈, 리버풀과 첼시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 잉글랜드에서 맨유와 리그 우승 타이(18회) 기록을 가지고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리버풀은 EPL이 출범한 92/93시즌 이후로 지금의 09/10시즌까지 단 한 시즌조차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을 못 한 것은 고사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시즌도 고작 01/02시즌과 지난 시즌은 08/09시즌 뿐이다. 2000년대 들어 챔스권에서 밀려난 적도 02/03시즌과 04/05시즌(이때는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챔스를 나가게 되었지만)2번이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존 레논의 도시' 리버풀을 '빅4'에 넣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맨유와 더불어 잉글랜드 클럽 중 가장 리그 우승이 많은 팀, 잉글랜드 클럽 중 챔피언스리그 우승 최다, 그리고 항상 중요한 대목에서 드라마틱한 승리로 주인공이 되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팀. 그것이 바로 리버풀이기 때문이다.

그런 리버풀은 지난 시즌 정말로 쾌속의 상승세를 보이는데다 아스날의 어린 선수들의 미숙함,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적 실패로 인해 자멸한 첼시, 그리고 라이벌 맨유의 리그 초반 추락 등이 맞물리며 절호의 우승 찬스를 맞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리버풀은 '무승부'가 참 많은 팀이었는데 리그 초반 그런 무승부 없이 어떻게든 승부를 내며 승점을 쌓아가는 팀의 모습에 많은 팬들은 드디어 베니테즈가 팀에 리그 우승컵을 안겨다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겨울 이적시장부터 '무재배'근성을 되찾은 리버풀은 이겨야 할 경기에서 속 시원히 이기지 못하고 결국 천재일우의 기회를 맨유에게 내주고 만다. 사실 08/09시즌 리버풀의 승점 86점은 EPL 출범 이후 리버풀의 최고 승점이었다. 리버풀이 못했다기보다는 맨유가 단단한 수비진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기며 승점관리를 잘 한 탓도 있다. 물론 그것이 지난 시즌 리버풀이 우승을 못한 것의 변명은 되지 않으며, 이것은 그간 리버풀을 지도해온 '마법사' 베니테즈 감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①또다른 'B급 수집가' 라파 베니테즈

아시다시피 '리버풀의 악몽 GH' 제라르 울리에가 리버풀을 떠나면서 발렌시아에서 라파 베니테즈를 영입할 때 모든 리버풀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울리에의 오웬에만 의존하는 지긋지긋한 뻥축구를 벗어나 단단한 조직력으로 전 유럽에 이름을 날린 발렌시아의 베니테즈가 온 것을 환영한 탓도 있지만 최소한 울리에의 어처구니 없는 영입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선수영입의 대가 제라르 울리에는 재임 시절 무려 1억 2천만 파운드를 사용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영입된 선수는 무려 37명, 선수단을 통째로 갈아엎은 거나 다름없는 이 행동 덕분에 리버풀은 불안정한 전력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 37명이 검증된 선수면 괜찮았겠는데 울리에 감독은 1000만 파운드로 검증된 선수를 영입하기보단 2~300만 파운드로 유망주나 B급 선수를 영입하는 데 주력해 리버풀 팬들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선수 영입으로 팀을 보강시켜줄 것이라고 기대를 한몸에 받은 베니테즈의 영입 행보는 'GH'시절보다 나쁘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크게 나을 것도 없었다. 물론 그의 영입 명단에는 레이나, 마스체라노와 베나윤, 토레스 등 현재 리버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그리고 영입 후 적응 실패로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도 따지고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가격에 영입하긴 했다.

문제는 라파의 'B급 수집병'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GH'시절 통째로 갈아엎어진 스쿼드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시 꾸미기 위해 주전부터 서브까지 또다시 물갈이를 해야 할 수밖에 없던 그의 심정은 잘 알겠지만 라파의 선수 수집은 확실히 답답하며 그것은 특히 협상 테이블에서 드러난다(대표적인 예로 바벨의 1150만 유로와 최근 아퀼라니의 2천만 파운드).

물론 라파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영입에는 릭 페리 단장과의 불화가 있던 것임이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발렌시아 감독 재직 시절에도 '소파를 사달라고 했더니 스탠드를 사다 줬다'는 유명한 발언을 남긴 베니테즈는 리버풀에 와서도 같은 고충을 겪었다. 이제 릭 페리는 떠나고 선수 영입의 전권은 베니테즈에게 주어졌지만 글렌 존슨과 아퀼라니 영입에 영입자금 대부분을 털어넣으며 또다시 이해하기 힘든 영입을 한 베니테즈는 선수 영입에서라면 비슷한 돈을 쓰고도 최고의 결과를 가져온 퍼거슨 감독에게 한 수 배워야 할 듯 하다. 

리버풀은 'B급 수집가'베니테즈를 버려야 산다-②에 계속…


[사진 = 홈에서의 믿을 수 없는 대패를 당한 리버풀 ⓒ EPL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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