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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전 승리가 우연이라고?' 승격팀 번리의 'EPL 빅4'정복 역사

기사입력 2009.08.21 14:11 / 기사수정 2009.08.21 14:11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20일(한국시각) 번리의 터프무어 경기장에서 열린 번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EPL 2R 경기에서 번리의 승리에 손을 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난 시즌 매우 끈끈한 조직력으로 챔피언십에서 위용을 과시하며 번리는 승격을 이뤄냈다. 

하지만 번리는 이제 갓 EPL 무대에 승격한 승격팀이고 맨유의 핵심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가 이적했다고 해서 EPL 3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맨유의 패배를 예상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1921년과 1960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번리는 인구 7만 3천여명의 EPL 역사상 최소 인구 연고지 기록을 세운 팀으로, 비록 소도시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전통은 웬만한 대도시 못지 않은 도시다.

헌데 번리가 EPL '빅4'중 하나인 맨유를 꺾은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번리는 과거에도 맨유를 제외한 '빅4'에게 모두 고춧가루를 뿌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되려 올 시즌 맨유를 꺾으면서 EPL의 '빅4'가 모두 한 번씩 번리에게 패배를 겪게 된 셈이다. 번리의 '빅4'정복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①04/05시즌 잉글랜드 FA컵 3R 리버풀 : 번리

2005년 1월 19일(한국시각)잉글랜드 FA컵에서 6번이나 우승했던 '명문'리버풀은 당시 챔피언십의 번리를 찾아 원정경기를 떠나게 된다. 그당시 5위를 달리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리버풀이었지만 한수 아래인 번리를 맞아 모두가 무난한 승리를 거두며 4R에 진출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경기는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을 제외시킨 채 경기에 임한 리버풀은 지지부진한 공격으로 번리에게 쩔쩔매다 후반 9분 수비수 지미 트라오레의 악몽의 자책골에 경기 종료직전 안토니오 누네스마저 팔꿈치 가격으로 인해 퇴장당하며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당했다.

②08/09시즌 칼링컵 4R 첼시 : 번리

2008년 11월 13일(한국시각)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선 첼시가 챔피언십의 번리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융단폭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누구도 첼시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록 스콜라리 체제가 완벽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던 평을 들었지만 선수 면면으로 보아 전력차가 너무나도 극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디에 드록바가 전반 27분 번리의 골문을 갈랐을 때만 해도 그것은 사실인 듯 했다. 하지만 후반 24분 번리의 아데 아킨비가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수비를 튼튼하게 가져간 후 승부차기에서 5-4 승리를 거두며 또다시 이변을 만들어내며 그당시 전대회 우승을 목표로 한 스콜라리의 꿈을 일찌감치 깨버렸다.

③08/09시즌 칼링컵 8강전 아스날 : 번리

2008년 12월 3일 첼시를 꺾고 8강에 진출한 번리에게 아스날은 매우 가혹한 시련처럼 보였다. 기껏 산 하나를 넘었더니 또다른 산 하나가 나타난 것과 같은 이 상황에 번리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번리가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번리는 또다시 자신들의 터프무어 스타디움에서 아스날의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케빈 맥도날드가 전반 6분과 후반 12분에 2골을 기록,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어린 선수들에게 제대로 한 수 가르쳐주었다. 웽거 감독은 이 경기 직후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토트넘에게 붙잡혀 결승 진출은 무산되었지만 '빅4'중 2팀을 연달아 격파한 번리의 돌풍은 매우 거셌다.

④09/10시즌 EPL 2R 맨유 : 번리

비록 버밍엄 시티전에서 1-0의 신승을 거두면서 호날두 이적 이후 공격력 급감에 따른 경기력 논란이 일기도 했고 벤 포스터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며 수비진 줄부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맨유가 번리전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번리가 약체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개막전에서 0-2의 패배를 당하며 아직 EPL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번리는 결국 맨유마저 1-0으로 잡아내며 '빅4'에 모두 승리를 거두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균열이 생긴 맨유의 수비라인에 전반 19분 로비 블레이크의 통렬한 슈팅이 꽂히며 승리를 거둔 번리는 전반 43분 PK를 내줘 동점골의 위기가 있었으나 마이클 캐릭의 PK를 선방해내며 41년만에 맨유를 꺾고 짜릿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사진 = EPL 승격팀 번리의 짜릿한 승리ⓒEPL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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