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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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그에서 유럽 축구의 묘미를 느끼다

기사입력 2009.07.13 03:07 / 기사수정 2009.07.13 03:07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마지막' 이 세 글자를 보면 본연의 뜻에서 나오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수원시청과 김해시청의 내셔널리그 취재를 하루 앞둔 10일에 보았던 '마지막'이라는 글자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왠지 모를 설렘과 흥분이 함께 교차했다.

아마도 내셔널리그 취재가 처음이었기에 느꼈던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유럽 축구를 보며 간접적으로 느끼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의 긴장감을 비로소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유럽 축구를 자주 접한 분이라면 마지막 라운드에서 정보 기기로 다른 구장 결과를 바로바로 확인하며 환호하거나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긴장감을 국내 축구에서도 원하던 기자였기에 현재 K-리그의 플레이오프 제도가 맘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맞은 내셔널리그 1위 김해시청과 4위 수원시청 간의 우승을 놓고 다투는 마지막 경기 취재는 그간의 허기짐을 충분히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오후 4시경 도착한 수원종합운동장은 몸을 풀고 있는 두 팀 선수들의 긴장감과 서포터들의 응원 열기로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긴장감과 열기를 뒤로하고 기자석에 앉아 빗줄기를 피하며 한숨 돌리고 있을 무렵 어느새 기자석 앞뒤로 양 팀의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K-리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내셔널리그 특유의 편한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왠지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 김해시청과 수원시청 선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150여 명의 원정 응원단을 앞세워 초반부터 경기 흐름을 잡은 김해시청과 홈에서 상대에게 우승 축하 파티를 열게 해줄 수 없다는 수원시청의 경기는 빠르고 거칠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노란 카드가 나오기 시작하자 관중석에서는 어김없이 판정에 대한 구수한(?)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과 환호, 잔뜩 힘이 들어간 선수들의 플레이가 그라운드 위를 수놓고 있던 전반 28분, 시종일관 밀리던 수원시청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김한원의 멋진 오른발 프리킥 골. K-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완벽한 골이었다.





▲ 기쁨을 만끽하는 수원시청 선수들과 당황한 김해시청의 서포터들

전광판의 숫자가 0-0에서 1-0으로 바뀌자 뒷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은 현재 다른 경기 상황에 대해 기자에게 물어보기 시작했고, 경기장 곳곳에서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수원시청이 현재 1위로 올라섬이 확인되자 어느새 경기장 분위기는 수원시청의 것으로 변했고, 전반 종료 직전 김해시청의 성리와 박양하 감독이 퇴장을 당하자 경기장은 수원시청 팬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김해시청의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하며 한바탕 시끄러웠던 하프타임이 지나가자 곧이어 후반전이 시작됐다. 수원시청이든 김해시청이든 이제 남은 45분에 운명이 갈리는 상황에서 수적 열세의 김해시청이 다시금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을까? 수원시청의 주장인 오정석 선수가 후반 19분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자 수원시청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김해시청은 이 틈을 타 후반 20분과 23분 이진희, 34분 민경일, 41분 추운기가 연달아 수원시청의 골망을 흔들었고, 어느새 김해시청의 우승이 확실시되었다.





▲ 연속된 골에 흥이 난 김해의 원정 응원단과 서포터들

오후 7시, 90분간의 혈투 아니 약 4개월간의 전기리그 우승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김의수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김해시청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모이기 시작했고, 챔피언만이 맛 볼 수 있는 헹가래가 쳐지기 시작했다. 비로소 교보생명 2009 내셔널리그 전기리그의 주인공이 김해시청임을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내셔널리그가 재미없다고?

간혹 국내 축구보다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분과 이야기할 경우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란 국가대표 경기 빼고는 너무 느리고 재미가 없어!"

이럴 경우 나도 모르게 눈에 쌍심지를 켜고 K-리그 몇몇 경기를 들먹이며 반박을 했던 기자지만 내셔널리그를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었다. 참 모순된 행동이지 않은가.

아마도 속으로 '내셔널리그는 재미없겠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자력우승이 가능한 김해시청과 우승에 대한 희망고문이 이어지던 수원시청의 경기가 특수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더라도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K-리그 못지않은 압박과 빠르기가 있었고, 특히 열정적인 팬들이 있었다. 물론 그라운드에 난입하거나 심판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팬들은 여전히 많았다.

하지만, 유럽 리그를 보며 부러워만 했던 리그 마지막 경기의 긴장감을 우리나라에서도 느낀 이날, 이제야 국내 축구 재미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조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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