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군도:민란의 시대'(2014)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윤종빈 감독이 '공작'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공작'은 8일 개봉 후 26일까지 466만 관객을 동원하며 꾸준하게 흥행 중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연출작으로는 4년만이지만, 그 사이 윤종빈 감독은 2016년 개봉한 '검사외전'의 제작자로 활약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이어왔다.
다시 감독으로 돌아와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온 힘을 쏟았던 준비 과정은 물론, 개봉 후에도 끊임없는 대중의 관심 속 윤종빈 감독은 "개봉할 때는 항상 떨리고 긴장되죠.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똑같아요"라고 미소지으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공작은 일반적인 첩보물과는 다른 이야기예요. 이야기를 보는 재미,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굉장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고, 북한을 재현한 시각적으로도 새로운 경험들을 하실 수 있죠.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까지 다른 영화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많이 알려졌다시피, '공작'의 원 제목은 '흑금성'이었다.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 속, '공작'에 대한 우려도 당연히 존재했다. 윤종빈 감독은 "'이걸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었어요. 주위에서 괜찮겠냐고, 만들 수 있겠냐고 많이 걱정해주셨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또 헌법에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영화 한 편 만드는 것이 뭐 대수라고 못하게 하겠나 싶었죠"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이어 "그래도 주위에서 하도 많이 걱정을 해주시니 조용히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 할 때까지는 '공작'이라고 부르자 했는데 그것이 입에 붙어서 결국 이렇게 제목까지 됐네요"라고 얘기했다.
그간의 연출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5),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와는 또 다른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에 기대감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윤종빈 감독은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촬영부터 편집, 후반 작업 할 때까지 고민이 너무나 많았어요. 그래도 관객 분들이 제가 의도했던 생각들을 봐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죠"라고 말을 이었다.
실제 '공작' 속에 담긴 흑금성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심플하게 각색에 신경 썼다. 윤종빈 감독은 "실제로는 더 복잡하고, 또 많은 인물이 나오거든요. 간추린 것이 지금의 모습인 것이죠"라고 밝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마냥 무거운 분위기만을 풍기지는 않는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유머 속 분위기가 환기되며 웃음 지을 수 있는 포인트들도 있다.
윤종빈 감독은 "그게 제 색깔인 것 같아요"라고 미소를 보이며 "저 웃긴 것, 재미있는 것 좋아하거든요. 아마 본능이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설마?' 할 때 뜬금없이 들어가기는 한데, 그게 제 스타일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더욱 놀라게 되는 치밀함과 섬세함에도 "저는 완벽주의는 아니에요. 그 정도로 독하진 못하거든요"라고 웃으면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따지고 가는 편이죠. 그런 모습이 그렇게 보인 게 아닐까 싶네요"라고 전했다.
137분의 러닝타임 역시 자신이 생각했던 가장 '베스트'의 버전이라고도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저는 '절대러닝타임'은 없다고 보거든요. 두 시간 반이 됐든, 세 시간이 됐든 관객이 집중하고 유지할 수 있는 호흡을 가진 방식의 영화라면요. 100분짜리도 지루한 게 있고, 두 시간 반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것도 있잖아요. 이 버전이 저에게는 가장 베스트 버전이에요"라고 함께 강조했다.
감독, 그리고 제작자로 바쁜 행보 속 윤종빈 감독은 "3년에 한 번은 새로운 작품을 내놓고 싶어요. '공작'도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이렇게 됐네요"라며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많은데, 다음에 뭘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공작'과 관련된 일들이 모두 마무리돼야 머리가 비워지고, 또 생각이 정리되고 그럴 것 같아요"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허지훈 역을 비롯해 최근의 '춘몽'(2016) 속 종빈 역까지, 연기로도 작품 속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던 윤종빈 감독의 연기하는 모습은 앞으로는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듯하다. 윤종빈 감독은 "연기하는 모습도 계속 보고 싶다"는 말에 "아, 연기는 이제 하지 않을 것이에요"라고 고개를 저으며 연출과 제작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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