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16 03:45 / 기사수정 2009.06.16 03:45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동훈아!, 태훈아! 노올자~”
왠지 우리 동네에 꼭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은 이름. 왠지 초등학교 다닐 적에 한번쯤은 같은 반 친구였을 것 같은 이름. 유동훈과 임태훈이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막강한 불펜 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1위 두산과 3위 KIA의 중·후방을 책임지며 팀의 상위권 질주에 큰 몫을 담당해주고 있다. 지난해 올림픽 직전에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후반기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임태훈은 마침내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털어낸 듯하다. 지난 1999년 데뷔 이래 점점 좋은 모습을 보이던 10년차 투수 유동훈 역시 올해 정점에 달한 듯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각각 팀의 승리에 15, 14번씩의 기여를 하며 높은 팀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유동훈은 현재까지 3승 7홀드 5세이브를 기록 중이고, 임태훈은 8승 5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가장 낮은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를 기록하고 있다.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는 불펜 투수들의 특성 상 이 부문 상위권은 대부분 각 팀 계투진들이 채우고 있지만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이들과 두산의 고창성(0.94) 뿐이다.
WHIP뿐만 아니라 피안타율도 삼성의 권혁(0.160)에 이어 나란히 2,3위를 달리고 있다. 피안타율은 권혁에 뒤지지만 BB/9(9이닝당 볼넷 허용)은 더 낮아, 피출루율과 피장타율을 더한 OOPS 부문은 또 다시 리그 1,2위에 위치한다. 안타뿐만 아니라 볼넷 역시 적게 허용하고 있단 증거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거나, 팽팽하게 이어지는 경기 중·후반에 등판하는 셋업맨의 특성 상 위의 수치들은 중요한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상대 팀 타자들을 많이 내보내지 않는 동시에 장타도 적게 허용하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감독이 마음 놓고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각 부문 수치들이 얼마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두 셋업맨의 ‘강력함’은 어딘가 닮아 있다.
유동훈은 언더핸드 투수다. 보통의 언더핸드 투수들은 구속이 느려 삼진을 많이 뽑아내기 보다는, 싱커성 공을 이용해 타자들의 땅볼을 유도하는 데 능하다. 유동훈도 이러한 전형적인 언더핸드 투수 중 한명이다.
그러나 그는 남들에게 없는 투심 패스트볼이란 무기를 장착해 변화무쌍한 볼로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 유동훈이 등판하면 바빠지는 건 KIA의 포수와 내야진들이다. 현재까지 유동훈의 뜬공/땅볼 비율은 0.25로 뜬공에 비해 땅볼을 4배나 많이 유도하고 있다.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비해 임태훈은 전형적인 ‘파이어볼러’다. 신인왕을 받은 데뷔 시절부터 줄곧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박하는 스타일의 투수였다. 150Km를 육박하면서도 공 끝이 살아있는 직구. 그것만으로 신인왕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역시 임태훈의 직구는 강하다. 그러나 올해는 직구뿐만이 아니다. 데뷔 이후 직구만을 고집해왔지만, 지난해 후반기의 실패를 계기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하고 있다. 승부구로 직구만이 아니라 슬라이더, 포크볼, 느린 커브 등을 다양하게 던지고 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파이어볼러 앞에 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질을 해댔다. 임태훈은 현재까지 45.1이닝을 소화하며 52개의 삼진을 뺏어냈다. 덕분에 K/9(9이닝당 삼진)부문에서 팀 선배인 이재우와 SK 고효준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임태훈 역시 이제껏 23명의 기출루자를 맞아 4명에게만 득점을 허용하며 이 부문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3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서는 유동훈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기출루자들의 득점을 막아내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인 이들의 보직상 리그에서 가장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리그 최고의 ‘철벽’이 된 유동훈과 임태훈. 바로 앞에서 승리를 지켜주는 임태훈 덕분에 마무리 이용찬은 세이브 공동 1위에 올라있고, 한때 마무리 한기주의 부진으로 노심초사했던 KIA는 유동훈이 임시 마무리로서 완벽한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 이쯤 되면 올 시즌이 끝날 때 누가 웃고 누가 울지는 어느 정도 판가름 나기 마련이다. 유동훈과 임태훈. 이들은 올 시즌 정규리그가 끝날 무렵,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
[사진=유동훈,임태훈(C)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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