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14 18:20 / 기사수정 2009.06.14 18:20
- 약 1600억 원,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맨유 유니폼을 벗고 레알의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한 선수의 이적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이적이 유럽 축구계에 가져온 파장은 엄청나다.
그가 떠난 EPL, 그가 새로 둥지를 튼 라 리가, 그리고 그의 새 라이벌이 될 바르사와 유럽 축구 전반까지 그의 영향력은 끝이 없다.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징'이자 EPL을 대표하는 스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백곰군단'의 일원이 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의 이적료로 8,000만 파운드(약 1,650억)를 제시했고 맨유가 이를 수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8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석권하며 당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며 세계 축구계의 아이콘이 된 호날두가 6년간 정들었던 잉글랜드를 떠나게 되었다.
호날두가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 현재 잉글랜드의 축구 전문가와 수많은 축구팬은 호날두의 이적에 대해 설왕설래를 펼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EPL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얼굴인 호날두의 마드리드행으로 빅스타를 잃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총리인 고든 브라운은 "호날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들 중 하나죠. 난 사람들이 그를 잉글랜드에서의 경기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슬퍼하리라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호날두의 이적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이 언젠가는 떠날 선수였던 호날두를 가장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에 팔면서 맨유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안겨준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으나 EPL 전체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고든 브라운 총리의 말대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호날두의 이적은 잉글랜드 축구계에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아쉬움을 넘어서서 때마침 일부 호사가들에 의해 EPL이 주도했던 유럽축구계의 헤게모니가 호날두를 떠나보냄으로써 스페인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위기설까지 대두하고 있다. 게다가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타 카카마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적은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의 선수를 가로채 호날두가 맨유를 떠난 것도 사실이지만 호날두의 태도에 화가 난 퍼거슨 감독이 버린 것으로도 풀이된다. 게다가 8,0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받았으니 맨유의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호날두의 이적으로 EPL과 라 리가가 흥행의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실제로 맨유를 초청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예상 밖의 호날두의 불참으로 울상을 짖고 있는 반면 레알 마드리드가 참가하는 피스컵의 조직위원회는 호날두의 참가로 미소를 띠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의 이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런 빅스타의 이적도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호날두의 7번 선배 데이비드 베컴이다.
우리는 2003년 당시 맨유와 잉글랜드를 대표하던 데이비드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베컴을 대체한 선수는 알다시피 18살의 풋내기 호날두였다. 베컴이 없는 맨유는 아스날과 첼시에 밀렸지만 이내 최강의 자리에 올라섰고 EPL은 베컴을 잃었지만 호날두라는 최고의 스타를 탄생시켰다.
물론 호날두와 베컴 이적의 배경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베컴은 퍼거슨 감독과 끊임없이 불화설에 시달렸고 일명 '축구화 사건'으로 인해 쌓여왔던 갈등이 폭발해 비교적 헐값에 팀을 떠났고 EPL의 위상도 라 리가와 세리에A에 비교우위를 점하는 현재의 위치와는 조금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선수라도 한 국가의 리그의 위상을 좌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본보기였다.
호날두가 떠나고 가장 타격을 입은 맨유도 이미 프랑크 리베리를 비롯해 카림 벤제마, 사무엘 에투 등 특급 선수들과 연결되어 또 다른 스타를 탄생시킬 준비를 끝마쳤고 리버풀과 첼시, 아스날 등 이른바 빅4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호날두가 떠난 EPL을 헤게모니를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EPL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호날두의 이적으로 들썩이는 EPL이 또 어떤 스타를 탄생시킬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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