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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ic] 마흔살, 양준혁의 ‘불혹(不惑)’

기사입력 2009.06.01 03:20 / 기사수정 2009.06.01 03:20

이종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은 기자]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말이다. 공자가 40세에 체험한 ‘불혹’을 주자가 '논어'를 통해 언급한 후로, 세상 사람들은 40세를 불혹이라 이른다.

‘40세=불혹’의 공식은 적어도 야구선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로 느껴진다. 사실상 프로 선수로서 웬만큼 업적을 이뤘다 하더라도 40세를 넘기면서까지 좋은 기량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야구선수로서 ‘양신’ 양준혁의 40세는 불혹의 40세다. 지난 26일로 만 40세가 된 양준혁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증인이다. ‘현재 진행형’의 말 그대로 그는 계속 ‘치고’, ‘달리고’ 있다. 

사실상 만 39세이던 지난 시즌, 0.278이라는 통산 3번째로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고, 많은 사람들은 ‘역시 양준혁도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라며 그의 ‘노쇠화’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발목 부상으로 인한 훈련 부족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노장이 당하는 부상을 순수한 부상 그 자체로 봐주지 않는다.  노장의 부상은 '노쇠화=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야구판의 생리였다.

결국 지난해에 깨지리라던 프로야구 역대 최다홈런 기록도 프로 통산 처음으로 10개 이하의 홈런(8개)을 쳐내는 바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통산 OPS에 2할이나 쳐지는 0.756의 OPS를 기록하며 39세에 이른 양준혁은 더 이상 예전의 양준혁이 아닌 듯 했다.

왜냐하면 ‘양준혁=3할, 15홈런 9할 이상의 OPS’가 공식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16년 동안의 프로 생활 중 3할을 못 넘은 해는 단 3번에 불과하다. OPS가 9.00에 미치지 못한 해도 단 4번에 불과하고 1.000을 넘은 해는 6번에 이른다. 프로 통산 최다 기록이다. 양준혁과 함께 OPS 1.000 이상에 6번 도달한 선수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또한 통산 1.38이라는 BB/K(볼넷/삼진)는 10년 이상 프로생활을 한 선수 중 장효조-김광수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만큼 양준혁은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출루율과 장타율을 동시에 겸비한 ‘팔방미인’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통산 기록에서 2할이나 떨어지는 등 통산 최저의 OPS와 함께 BB/K마저 떨어지면서 양준혁은 마침내 ‘나이’라는 큰 장벽에 막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양준혁은 올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진정으로 '불혹'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야구 최다홈런 기록을 넘어섰고, 20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도 수립했다. 역사적인 기록 수립 역시 중요하지만, 올 시즌 다시 예전 양준혁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반갑다.

올 시즌 현재까지 양준혁은 35경기에 출장하며 98타수 30안타로 0.306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아직 통산 기록에 못 미치지만 0.458에 이르는 출루율은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아직 규정타석에 20타석이 모자라 순위에 올라와 있진 않다) 장타력도 되살아났다. 30개의 안타 중 10개가 2루타, 5개가 홈런이다.

‘판단을 흐리지 않는다’는 불혹에 이른 까닭인지 특유의 선구안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규정타석을 채우며 BB/K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진영(1.62)에 비해 0.61이나 앞선다. 현재까지 30개의 볼넷을 얻어낼 동안 삼진은 13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덕분에 OPS가 현재 리그에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최희섭(1.042)에 근접한다.

불혹. 야구선수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이 40세의 나이를 양준혁은 순리대로 받아들였다. 한숨을 쉬지도, 욕심을 내지도 않고 그저 자신이 해온 대로 양준혁의 야구를 하고 있다.

판단은 흐려지지 않더라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야구선수의 불혹’을 노력과 열정으로 이겨낸 양준혁.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신인 같은 마음으로 야구한다”라는 순수한 철학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그의 400홈런을 기다려본다. 

[사진=양준혁(C)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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