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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태그] SK 이승진, 우연처럼 다가온 기회 혹은 운명을 잡다

기사입력 2018.06.27 05:15 / 기사수정 2018.06.27 16:20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야탑고를 졸업한 우완투수 이승진은 2014 2차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7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2017년 유망주 캠프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손혁 코치의 주목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 1군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그리고 5월 1일 1군으로 콜업, 당일 비록 큰 점수 차에 등판하긴 했지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점점 타이트한 상황을 경험하면서도 배짱 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SK 마운드를 책임질 현재이자 미래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16경기에 나와 선발 한 번을 포함해 21이닝을 소화, 3.4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NO_55_이승진 오얏 리(李). 오를 승(昇). 참 진(眞). 등번호는 원래 군제대 후에 92번을 받았었다. 그런데 마무리캠프에서 손혁 코치님이 투수 번호가 92번이 뭐냐면서 다른 번호를 달라고 하시더라. 남는 번호가 없었는데 영일이 형이 18번을 달면서 55번을 가져가라고 하셨다. 55번으로 계속 하려고 한다. 타자들이 내 공을 보고 '오오'하고 놀라라고 의미도 부여했다.

#놀이터_캐스팅 성남 수진초 3학년 때 놀이터에서 친구와 놀고 있는데 야구부 감독님께서 부르셨다. 7세 미만 놀이터라 혼내시려는 줄 알았는데, 야구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다. 알고보니 거기가 야구부 숙소 앞이었다. 야구부원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 때는 야구가 뭔지도 몰라서 안한다고 했다가, 공부를 안해도 된다길래 한다고 했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럴 지 몰라도 공부도 꽤 잘했지만. 그 때부터 4학년 겨울까지 하다 수원으로 이사를 가면서 신곡초에서 다시 시작했다.

#시작은_했는데 어렸을 때는 키도 작고 왜소해서 타격을 해도 내야를 못 넘기곤 했다. 6학년 때 1년을 유급했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키도 커지고 힘도 생겼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고, 마지못해 하기도 했었는데 '야구 밖에 없다'고 생각한 건 고1이 되고나서였다. 프로 지명을 받고, 못 받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걸 보면서 무조건 지명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부터 야구를 열심히 했고, 또 흥미를 느꼈다.

#2014_신인드래프트 분명하게 기억난다. 3라운드에 넥센에서 야탑고를 말하길래 순간 '어? 난가?' 했는데 옆에 앉은 김하성이더라. 그럼 그렇지, 상위 라운드일 리가 없지. 그리고 6라운드에 다시 야탑고를 불렀는데 외야수 김경호였다. 이러다 지명 못 받는 거 아냐 했을 때 7라운드에서 SK가 타임을 요청하고 날 불렀다. 기뻤고 무엇보다 연고팀인 게 좋았다. 지금도 우리 팀이 제일 좋다.

#상무야구단_입단 역시 기대를 안했었다. 기록도 좋지 않고 테스트 때 제구가 난사인 게 스스로도 느껴져 해탈했다고 해야하나, 혼자 속으로 웃었다. 그런데 합격했다. 행복했다. 상무에서는 한 가지라도 좋아지려고 매일 웨이트를 열심히 했고, 그러면서 7~8kg 체중이 불어났다. 야구 실력이라기보다도 멘탈적으로 좋아진 거 같다. 잘하는 형들이 많으니까 이야기도 많이 듣고 그랬다.


#첫_1군_등록 '뭐지? 내가?' 생각했다. 2군 첫 경기는 좋았는데 어느 순간 제구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3경기에서 12실점을 했다. 자신감을 잃어가다가 손혁 코치님이 폼 신경 쓰지 말고, 킥한 뒤에 미트만 보고 던지라고 하셨고 그렇게 하면서 볼넷도 없어지고 1군까지 콜업됐다. 2군 매니저님이 콜업됐다고 짐 싸서 가라고 하시길래 메이저 투어인 줄 알았다. 광현이 형이 올라오면 내려갈 줄 알았는데 운 좋게 꾸역꾸역 하고 있다.

#콜업일이_데뷔일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형들이 승진이 준비하라고 그랬다. 나도 뭔가 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때부터 입이 마르면서 물을 계속 마셨다. 물을 많이 마시니까 화장실만 네 번은 왔다갔다 한 것 같다. 마운드 올라가서도 진짜 긴장됐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운데 보고 던졌는데, 타자들이 툭툭 건드리면서 어떻게 잘 막았다.

#포커페이스의_비밀 무표정이라 그렇지 긴장 되게 많이 한다. 특히 볼넷 나오고 제구가 안 될 것 같다 싶으면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티 안 내려고 어떻게든 힘 꽉 주고 있다. 심지어 2군에서도 긴장하고, 문학구장에서도 팔 풀 때도 관중 시선을 의식하면 다리가 막 떨린다. 두 달 정도 1군에 있으면서 이제는 바뀌긴 하는 것 같다.

#데뷔_첫_선발 그냥 중간투수처럼 하려고 했다. 최정 선배님이 본인도 고등학교 때 선발로 던졌다면서 '1이닝 씩 막자고 생각해야 할 수 있다. 5회까지 막아야겠다 생각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먼저 와서 조언해주셨다. 그렇게 생각하고 던졌다. 다음 등판은 슬라이더 제구가 관건일 것 같다.

#세상만사_새옹지마 좌우명이다. 못 던지면 다음에 잘하겠지 하고, 잘 던져도 그 안에서 이유를 찾아내려고 한다. 쉬면서 게임을 하면서도 야구 생각을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을 때가 있는데, 박경완 코치님이 2군 감독님일 시절에 '야구가 안될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잘될 때는 더 깊이 파고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지금은 단순하게 하려고 한다.

#오늘과_내일의_목표 시즌 전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를 1홀드 이상이라고 했다. 너무 소박한 거 같기도 하지만. 1홀드 이상 하려면 어떻게든 불펜에서 인정을 받고 믿음을 줘야한다. 아직은 제구도 들쑥날쑥 하고, 멀었다. 시즌 목표는 부상 안 당하고 잘해서 1군에 계속 있는 것. 멀리는 야구를 잘해서 팬들 머릿 속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선수이고 싶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인천, 조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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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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