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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사람들] ① 꼬맹이 사랑, 인유 U-12 박승석 감독

기사입력 2009.05.13 17:00 / 기사수정 2009.05.13 17:00

유기봉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은 시민구단으로서 아쉬움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광고수익 이외에 매년 선수들의 이적으로 수입의 일부를 확충하고 있기 때문에 실력을 쌓은 선수에 대해서는 눈물을 머금고 떠나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천에 적을 둔 선수는 많지가 않다. 지난 2005년 준우승 주역이었던 김치우, 최효진, 이정수, 이요한 등은 이듬해에 모두 이적할 정도였다.

이러한 태생적 아픔을 가진 인천이라면, 이를 두고 한없이 구단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내 스포츠시장이 아직 타 산업에 비해 크지 못했으며 우리만이 지닌 산업적, 문화적 특성으로 시민구단이란 형태가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이끌어 나아갈지를 곰곰이 연구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한가지 해결책을 찾는다면 현재 각 구단이 운영하고 있는 유소년 클럽시스템이 그것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향후 국내 프로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 중심 목적이 있다 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시민구단, 즉 인천에게 선수육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소년 축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미약하지만 클럽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인천의 유소년팀 지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지도철학, 현재 인천 유소년 클럽 시스템과 지도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앞으로 인천 축구의 중심이 될 유소년 현장을 느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남다른 열정과 지도로 오랜 시간 유소년들을 가르치며 김남일, 안효연, 이천수, 최성국 등을 키운 박승석 U-12 감독님을 만나봤다. 마치 옆집 할아버지처럼 편안하며, 자신만의 지도철학을 가진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인생과 인천 유소년의 미래를 살펴보았다.


지도자의 길, 우연과 인연에서 시작하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였지만 공을 차면서 점점 성적이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그 시절 나는 공부와 축구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원하는 대학은 아니더라도 상위권 대학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다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다가 바람 좀 쐬려고 자유공원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축현초(현 인천학생문화원 자리)에서 축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서 보았는데 엉망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학생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 당시에는 지도자가 따로 없어 학교 선생님 중 관심있는 분들이 아이들을 가르쳤기에 축구 지식과 수준은 매우 낮았다. 그때 담당 선생님이 내게 시합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 때까지 아이들을 지도해 달라고 했다. 지도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군대에 갔고, 그 사이에 축현초 축구부가 없어졌다. 그후 어느 날 중앙초(현 인천정보산업고 자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마침 아이들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었다. 또 들어가 봤는데 전부터 알고 있던 선생님이 그곳에서 지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분의 소개로 부평동초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미 축현초에서 알고 있었던 선생님이었고, 그분이 나에게 축구부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당시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지만 마침 한 두 달 여유가 있어 부평동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정식 선생님이 아니라 일종의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오전에는 내 일을 하고, 오후에 시간을 내어 가르치는 식이었다.

학교에서 학교 사택을 내어주어 거기서 여름방학 때부터 두 달 동안 아이들을 모아 합숙을 했다. 기존 담당 선생님과 같이 아이들 밥을 해주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결국 4경기에서 24골을 넣으며 우승했고, 그 후 난 내 임무를 다 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날 대문 앞에 아이들이 와 있었다. 그때 난 동인천에 살았고, 아이들은 부평에 살았는데도 수업이 끝나고 우리집까지 찾아와 질질 울고 있었으니 그때부터 '팔자가 그런가 보다'하며 다시 가르치게 되었다. 이 때 김봉길(인천 코치)도 있었다.


공부하는 지도자, 끊임없이 연구하다

아는 분을 통해 독일 축구서적을 구하기도 했지만 큰 책방에 가서 뒤져보면 옛날 것이라도 하나씩 보이는 게 있었다. 다행히 내가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공부하기도 했었고,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축구는 그림과 간단한 영어로 통하니까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야구, 축구 등을 하는 선수가 물에 들어가 운동하면 큰일이 난다고 했다. 자주 사용하는 근육이 다른 근육으로 변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독일 서적에서는 스케쥴에 수영이 15분 정도 있었다. 당시 우리는 이해를 못 했고, 우리 선생님들 또한 그러면 안 된다고만 하셨다. 축구근육은 수영할 때 사용되는 근육과 다르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 당시 물에는 절대 못 들어갔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그런 일정에 따라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쪽으로만 사용된 근육을 수영을 하면서 반대쪽 근육도 써주면서 이완시켜주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이것이 일반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만큼 몰랐다.

축구에 대해, 운동에 대해 몰랐던 것을 그 때부터 외국서적을 통해 보고, 깨닫고, 실천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내가 먼저 앞서서 운동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율목수영장(현 도원실내수영장)에 가곤 했다.

기본기, 새롭게 정의내리다

기본기라는 게 개념이 사람마다 다른데 어떤 분은 인사이드패스 등 틀에 박힌 패스와 같은 것만을 기본기라 한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축구는 경기이기 때문에 경기에서 내가 그 포지션을 얼마나 빨리 소화할 수 있는지 그것까지 배우는 게 기본기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운영법(운영능력)까지도 기본기로 봐야할 것이다.

자신이 기가 막히게 공을 차고, 몇 천 번씩 드리블 연습을 하는데 막상 11명을 놓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기본기가 아니다. 경기를 남보다 잘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아이들이 자신의 포지션에서(많은 포지션은 안 되고, 한 사람이 한, 두 군데에서) 제일 잘 소화하고,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도록 하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사람마다 성격이나 성향이 다른데 똑같은 연습만 해서는 안 된다. 각자에 맞는 다른 연습을 해야 한다. 전체적인 부분은 한 10~20분, 아주 기본적인 것은 같이 하지만 어떤 아이는 두려움이 없는 강심장이고, 어떤 아이는 아주 소심한 성격을 지녔다면 서로 똑같은 연습을 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격을 빨리 파악해 무엇을 해줘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 줘야 되는지를 가르치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다.

클럽시스템, 우리의 문화를 접목하다

외국은 자유다 그러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룰은 지키면서 그 자유를 만끽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유는 오히려 방종에 가깝다. 그것은 자유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일반 클럽에서 자유롭게 운동을 한다고 해서 직접 가보면 그것은 영락없이 방종이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만이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어느 정도 남한테 피해를 안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남에게도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이런 기본 생각에서 자유를 지켜야 되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정해진 룰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그 안(자유)에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

내가 가끔씩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분별하게 아이들이 방종을 자유로 인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리프드 등의 훈련을 조금 하다 아이들이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에 잔소리를 한다.

" 이 훈련이 너희들한테 저축을 해주는 거야. 미래에 잘 할 수 있는 실력을 저축해 주는 거니까 내가 조금 지겹고, 힘들고, 싫더라도 반드시 해둬야 해. 그래야 나중에 자기에게 큰 실력으로 돌아오는 거야. "

그래도 아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걸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힘든 훈련을 시킬 때는 계속 이러한 얘기를 해줘서 설득을 해야 한다.

운동방법에 있어서는 매일 똑같은 것을 하면 아이들이 쉽게 싫증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것을 하려고 해야 한다. 한 10분 정도 하면서 땀은 뻘뻘나는데 즐거워서 웃을 수 있는 그런 훈련을 개발해서 하다보면 그날 그 분위기대로 운동성과가 굉장히 크게 나타난다.

아이들에게 하루에 얼마만큼씩 늘어라가 아니라 1퍼센트씩 실력을 쌓다보면 나중에 아이들이 원하는, 할 수 있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이런 것이 일종의 저축이 아닌가? (감독님은 이런 방식을 적금에 비유하셨다.)


인천 유소년클럽을 말하다

 

속사정으로 들어가면 참 힘들다. 현재 옥련초 운동장을 임대해서 쓰고 있는데, 학교와 맺은 계약에 얽혀 있어 어려움이 많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 써야 하는 부분도 큰 문제이다. 예전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을 때, 겨울 방학이었는데 오전 10시에 나와서 운동하는 스케쥴을 잡았다. 그런데 그 시간 대에 계약이 안 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후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때는 보급반 일정도 잡혀 있어서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중학교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 연습장(승기구장) 하나를 가지고 프로 2군, 고교 등 3팀이 같이 쓰니까 굉장히 힘들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구단에서 알아서 차츰차츰 늘려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선수 구성은 앞으로 많이 좋아질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의 경우는 작년에 우수한 선수를 인천 전역, 경기 일원에서 많이 스카우트 해 왔다. 이 작업으로 우선 클럽의 위상은 올라갈 것이고, 그 아이들이 실력을 키워 유능해지면서 2, 3학년 되고, 고교로 올라가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올해도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내년까지 또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인천은 어느 정도 유소년 클럽시스템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지난 날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가 전국의 유능한 선수들을 모두 스카우트해서 축구명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렇게 해서 유소년 팀의 위상을 올려놓으면 우수한, 자신이 능력이 좋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몰리게 된다. 아약스 유스, 웨스트햄 유스처럼 프로 팀도 얼마든지 유스에서 올라간 선수들로 구성될 수 있다. 지금은 그 밑바탕을 우리가 그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인천의 중학교 선수들까지는(U-18 제외) 학원축구에서 뛰었던 아이들이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좁은 테두리 안에서만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나 활동, 움직임 등은 다양하지 않다. 지금은 클럽시스템 안에서 그들의 다양성을 높여주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내가 소홀히 하면 아이들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생각만 가지면서 항상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된다는 자신의 지도 철학을 지닌 박승석 감독님은 운동장에서 욕 안 하기 등 언어순화부터 시작하여 아이들의 인성을 많이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감독님이 아직까지 지도자로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첫째 이유이다.

또한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살필 수 있는 눈과 가르침, 새로운 훈련을 늘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연구 등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덕목을 갖추고 있으시기에 최고의 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유소년연맹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축구행정가로서 또 하나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박승석 감독님의 꼬맹이 사랑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박승석 감독 (c) 김지혜 UTD기자 제공]



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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