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2 02:31 / 기사수정 2009.05.12 02:31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5월 10일, LG 트윈스 팬들은 자신들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마터면 요새 잘나가고 있는 LG에 크나큰 재앙이 닥칠뻔했다. FA로 LG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정성훈이 대구 특유의 무더운 날씨에 굴복하여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간 LG는 ‘FA들의 무덤’이라고 불릴만큼 FA와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른 시즌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FA로 이적한 이진영과 정성훈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10점 만점의 10점’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FA 이적생 콤비로 말미암아 팀 내부에 경쟁이 붙으면서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부여했다. 끊임없는 경쟁은 팀원들의 역량 강화를 최대한도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경쟁체제는 곧 성적으로 드러났다. 5월에 8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2위에 오른것이다.
이러한 찰나 정성훈이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졌으니 김재박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 들과 LG의 팬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7회 초 류택현과 박한이의 승부 중 갑자기 정성훈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고꾸라졌다.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고 LG의 트레이너가 운동장으로 달려나가 상태를 체크했다. 결국 정성훈은 덕아웃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김태완이 대수비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큰 부상은 아니었고 갑작스런 대구의 무더위로 인한 현기증 증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정성훈이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정성훈은 현재 팀이 치른 32게임에 모두 출장하여 121타수 34안타 3홈런으로 0.281을 기록하고 있다. 팀내에서 로베르토 페타지니와 박용택, 그리고 FA 이적 동기인 이진영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긴 하지만 정성훈이 LG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간 LG의 ‘핫코너’인 3루는 항상 구멍이었다. KIA로 둥지를 튼 김상현이 있긴 했지만 김재박 감독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여러 선수들이 3루수 자리를 거쳐 갔지만 제대로 연착륙에 성공한 선수는 없었다. 이러한 난국의 상태에서 정성훈이 FA로 이적해 왔다.
정성훈이 팀내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 않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 중 1명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성적과는 무관한 그의 정신자세 및 의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성훈은 그간 LG를 지배해 왔던 특유의 팀 내 분위기와는 상반된 몸가짐과 정신자세로 늘 경기에 임한다. ‘신바람 야구’, ‘자율야구’ 등의 LG의 정서에 맞는 팀컬러와는 상반된 자세로 플레이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팬들은 매료 됐고 그가 상대적으로 시즌 초반에 비해 활약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성훈은 FA 이적 동기인 이진영과 더불어 항상 양말을 무릎 근처 까지 올려 신는 일명 ‘농군 패션’으로 경기에 출전한다. 그리고 그의 정신자세를 보여주듯 단정하게 짧게 자른 그의 머리에서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성훈의 마음가짐은 겉외양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서도 굳센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정성훈은 자신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혹은 자신의 의도대로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자기 자신에게 짜증을 내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자신만의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을때 방망이를 던지기도 하고 헬멧을 던지기도 하며 스스로 분을 삭힌다. 이러한 무뚝뚝하고 자기자신의 플레이를 성실히 펼치는 정성훈에게 LG의 팬들은 자신의 이상형을 만난 듯이 첫 눈에 반해버렸다.
평소 말없고 무뚝뚝한 정성훈이지만, 팀의 선배들과 후배들의 중간자적인 위치에 자리잡은 선수로서 그 둘을 서로 잇는 가교역할을 하며 팀 분위기를 띄우기에도 혈안이 되어있다. 홈런을 치고 들어온 선수나 좋은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 힘을 주기도 하며, 실수 한 후배를 말없이 다독거려주기도 하며 선배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성훈이 갑자기 쓰러졌으니 LG의 관계자들과 팬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무더위로 인한 현기증 증세로 밝혀져서 모든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8연승의 고공행진을 달리며 5월 성적 8승1패로 신바람을 휘날리고 있는 LG. 이제 선두 SK와의 정면충돌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연전에서 FA 콤비인 정성훈과 이진영의 맹활약으로 SK에 2승 1무로 제압한바가 있다. 이제는 선두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성훈의 두드러진 활약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더위로 인해 잠시 쓰러졌던 LG의 정성훈. LG의 팬들인 정성훈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정성훈 특유의 무뚝뚝한 플레이를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과연, 정성훈은 선두 SK와의 잠실 홈 3연전에서 어떠한 활약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 정성훈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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