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4 08:55 / 기사수정 2009.05.04 08:55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치열했던 정규시즌의 열기는 그대로 플레이오프로 이어졌다. 5전 3선승제로 경기 수가 많아진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4강 플레이오프와 이어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변과 명승부가 가득했던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되돌아봤다.
‘스피드 라인’과 ‘높이 라인’
플레이오프 대진부터 화제였다. 각각 6강과 4강에서 맞붙게 되는 1위 울산 모비스-4위 서울 삼성-5위 창원 LG의 라인과 2위 원주 동부-3위 전주 KCC-6위 인천 전자랜드의 라인은 ‘스피드’와 ‘높이’라는 상반된 팀 컬러를 가진 팀끼리 모이게 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이를 두고 ‘황금분할’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4위 삼성과 5위 LG의 6강 대진에서 승자는 삼성이었다. 이상민-강혁-이규섭을 필두로 한 노련함을 무기로 정규시즌 때와는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한 삼성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LG는 연장 접전 끝에 가까스로 3차전을 잡아낸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승진-서장훈의 대결로 압축됐던 3위 KCC와 6위 전자랜드의 격돌에서는 KCC가 힘겹게 전자랜드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전자랜드는 3차전 승리로 2승 1패의 우위를 차지하며 6강 진출에 다가섰지만 4, 5차전을 내리 패하며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나들이를 마치고 말았다.
6강 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로 바뀌면서 4강에 직행한 1, 2위가 가지는 체력적인 우위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4경기, 5경기를 치른 삼성과 KCC는 정규시즌부터 이어진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던 반면, 모비스와 동부는 약 2주 동안을 쉬며 떨어진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모비스와 동부의 챔피언결정전 격돌을 예상했다.
두 팀은 나란히 1차전을 잡아내며 예상에 힘을 싣는 듯했지만, 이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모비스를 상대한 삼성은 1차전 패배 후 내리 3연승을 달리며 정규시즌 4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최초의 팀이 됐다. ‘젊은 팀’ 모비스는 삼성의 노련미를 당해내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을 잃으며 패배하고 말았다.
동부를 상대한 KCC도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연장전 끝에 1차전을 내준 KCC는 2차전 승리 후 3차전에서 다시 패하며 1승 2패로 몰렸지만 4, 5차전을 내리 따내는 저력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언제나 꾸준한 마이카 브랜드와 쑥쑥 성장하는 하승진의 존재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높이 vs 스피드, 명승부 이어진 챔프전
프로농구 사상 최초 정규시즌 3위와 4위의 챔피언결정전 격돌. 젊은 선수를 주축으로 압도적인 높이와 패기로 무장한 KCC, 노련한 가드진의 힘을 바탕으로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삼성의 대결 구도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KCC의 우세를 점쳤다. 일단 농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높이를 갖췄고 6강부터 치른 양 팀 모두 체력적인 소모가 심했을 법한 상황에서 KCC는 삼성보다 훨씬 젊은 팀이었다. 신명호, 강병현 등 부상으로 빠져있던 선수들이 돌아오는 것도 호재였다.
뜻밖의 일격에 1차전을 내주긴 했지만 이후 2, 3, 4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KCC의 우승 예상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하승진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배가됐고 추승균, 강병현, 칼 미첼까지 제 몫을 다하며 삼성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삼성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5차전 애런 헤인즈의 극적인 결승 버저비터로 한숨을 돌린 삼성은 이어진 6차전에서는 KCC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완승, 3승 3패 동률을 만들며 승부를 마지막 7차전까지 몰고 갔다.
운명의 7차전. 초반에는 삼성의 우세였다. 볼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KCC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전반 종료 직전 강병현의 장거리 버저비터가 거짓말처럼 림으로 빨려 들어간 것. 그것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KCC는 그대로 상대를 몰아붙여 5시즌 만에 다시 한 번 정상에 등극했다. 통산 4번째 우승, 프로농구 사상 최초였다. 시즌 전 전망을 놓고 봤을 때 그 과정은 이변투성이였지만, 결과적으로 KCC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예상만은 들어맞은 셈이었다.
과열 논란 속 ‘흥행 대박’
플레이오프에 오른 모든 팀이 혈투를 펼치는 가운데 지나친 승부욕으로 인한 과열 양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심한 몸싸움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일부의 비신사적 행동, 과격한 언행 등이 속출하며 문제가 된 것이었다.
특히 KCC와 전자랜드가 맞붙었던 6강 플레이오프는 다른 의미에서 엄청난 소모전이었다. 신명호, 이중원, 임재현 등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양 팀 합계 1750만원의 벌금이 쏟아졌다. 삼성과 LG의 경기에서도 삼성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의 돌출행동으로 폭력 사태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나친 과열 양상에 팬들도 등을 돌리는 듯했다. 정규시즌 만족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던 관중 동원 수치는 플레이오프 들어 오히려 미진한 추이를 보였다. 때맞춰 개막한 프로야구의 열기 탓도 있었지만, 이와 같은 ‘추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미를 장식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더 이상 그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챔프전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며 명승부를 양산, 플레이오프에서 프로농구의 불명예를 씻는 좋은 계기가 됐다.
멋진 승부에 등을 돌렸던 관중들도 화답했다.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 5차전에서는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이 연이틀 경신되며 뜨거운 열기를 대변했다. 중계방송 시청률 역시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6, 7차전이 열린 전주에서는 ‘야외 응원’이라는 그간 프로농구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응원 문화가 탄생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찾아오는 관객에 비해 자리가 협소한 전주 실내체육관의 사정을 감안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결국 한 경기 최다 관중 기록 경신과 더불어 최초로 시즌 120만 관중 돌파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챔피언결정전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명승부와 감동이 어우러졌던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흥행 대박’과 함께 팬들에게 프로농구를 더욱 어필할 수 있는 부흥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코트 비전 - 프로농구 결산 특집]
① '안개 속' 정규시즌…그 누구도 몰랐다
② '이변 속출' PO, 흥행도 대박
③ 08-09 프로농구를 휩쓴 '7가지 키워드'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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