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26 22:39 / 기사수정 2010.07.27 15:31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육상에서 100m와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잣대로 인식한다. 특히, 꾸준한 스피드와 지구력이 요구되는 마라톤은 인간 한계의 총집합체로서 누구나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종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2시간 5분 벽은 마라톤에서 깨기 힘든 기록으로 인식돼 왔다. 1988년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가 2시간 6분 50초의 기록을 세운 이후, 10년 동안 깨지지 않아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져 갔다.
하지만, 1999년에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2시간 5분 42초로 마침내 2시간 5분대에 진입하면서 벽을 깨기 시작했고, 2003년에 마침내 폴 터갓(케냐)이 2시간 4분 55초의 기록을 세우며 사상 첫 2시간 5분 벽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마라톤에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2시간 3분 59초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2시간 4분 벽마저 깼다.
게브르셀라시에의 세계 기록 작성 이후, 세계 마라톤에서 2시간 5분대를 쉽게 넘어서는 기록이 잇따라 작성돼 또 하나의 기록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한 해동안 2시간 4-5분대를 주파한 선수가 7명이었던 것에 반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올해에 벌써 8명이 기록 달성을 하며 그야말로 '기록 풍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6일 오후(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마라톤에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올림픽 기록 보유자인 사무엘 완지루(케냐)가 2시간 5분 1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했다. 뒤이어 들어온 체가예 케베데(에티오피아), 조우아두 가리브(모로코)도 각각 2시간 5분 20초, 2시간 5분 27초로 들어와 모두 2시간 5분대 기록을 세웠다.
2009년에 열린 마라톤에서 가장 첫 2시간 5분대를 돌파한 선수는 세계기록보유자 게브르셀라시에였다. 그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분 29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적인 마라톤이 잇따라 열린 4월에만 7명의 선수가 2시간 5분대를 넘어서며 좋은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 5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로테르담마라톤에서는 던컨 키베트와 제임스 크왐바이(이상 케냐)가 거의 동시에 골인하며 나란히 2시간 4분 27초의 기록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결승테이프를 먼저 끊은 키베트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1,2위 기록이 모두 2시간 4분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런던마라톤처럼 3위로 들어온 아벨 키루이(케냐)도 2시간 5분대(2시간 5분 4초)로 들어오며 올 시즌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밖에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마라톤에서 빈센트 킵루토(케냐)가 2시간 5분 47초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시간 5분대 기록을 세운 선수들은 모두 아프리카 출신들이다.(케냐 5명, 에티오피아 2명, 모로코 1명) 올 시즌 세운 기록을 나열했을 때 1위부터 22위까지 모두 아프리카 선수가 차지했다. 비아프리카 선수 가운데 가장 기록이 좋은 것은 지영준(경찰청)이 대구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8분 30초였다.
이같은 '아프리카 독주 체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게브르셀라시에의 기록을 깨기 위한 선수 개개인의 달성 의지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아프리카 독주'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런던마라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완지루는 "세계선수권보다 세계 기록 달성이 더 중요하다"라면서 올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프리카 선수들의 잇따른 마라톤 기록 달성에 반해 한국 마라톤은 여전히 2시간 7분 20초의 국내 기록이 9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세계 기록은 물론 아시아 기록인 2시간 6분 16초(일본 다카오카 토시나리)에도 1분 4초나 뒤지는 수준이다. '마라톤 강국'임을 자임해 온 한국 마라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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