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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 FOI 특집] 그리웠던 랑비엘의 '명품 스핀'

기사입력 2009.04.25 05:20 / 기사수정 2009.04.25 05:2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시 킨텍스, 조영준 기자]
24일, 1회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 'KCC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2009'의 주인공은 단연 김연아(19, 고려대)입니다. 그러나 김연아 못지않게 주목받는 선수가 있습니다. 공연 오프닝 때, 김연아와 짧은 페어 연기를 펼친 스테판 랑비엘(24, 스위스)은 이번 공연의 최고 인기 스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이내믹하고 강렬한 연기와 부드러운 연기를 동시에 소화해낼 수 있는 랑비엘은 페스타 온 아이스 1회 공연에서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1부 공연에서 랑비엘이 연기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편의 모노드라마였습니다.

흰색 장미꽃을 들고 나온 랑비엘은 애절한 선율에 맞춰 깊이있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마치 자신이 로미오가 된 것처럼 말이죠.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표정과 음악의 선율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스케이팅 기술은 현역 시절보다 더욱 농도 짙게 보였습니다.

또한, 랑비엘이 구사한 트리플 토룹과 살코, 그리고 더블 악셀은 여전히 훌륭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훨씬 깊어진 연기력과 함께 여전히 좋은 점프는 현역 선수처럼 다가왔지요. 지난해 10월에 은퇴한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랑비엘은 2008년 10월 중순, 현역 선수로서의 은퇴를 표명했습니다. 2년 동안 랑비엘에게 악몽처럼 따라다닌 부상이 은퇴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1998년과 99년 주니어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랑비엘은 2005년과 2006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챔피언에 등극했었습니다.

랑비엘은 스위스가 배출한 최고의 스케이터이자 파워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선수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표현력과 점프도 매우 훌륭했지만 엄청난 파워와 속도를 지닌 '회오리 스핀'은 랑비엘만의 특기였습니다.

랑비엘의 스핀은 현장에서 직접 볼 때, 더욱 생생합니다. 강한 파워에서 나오는 회전력은 실로 가공할 정도였습니다. 이 스핀은 랑비엘의 전매특허가 됐지요. 또한, 랑비엘은 호소력 짙은 연기력을 지녔습니다.

지난해에 있었던 현대카드 슈퍼매치 '슈퍼스타즈 온 아이스'에 출전한 랑비엘은 이번에 공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였던 많은 팬에게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았습니다. 뛰어난 기술과 질 좋은 점프, 여기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연기력까지 고루 지닌 랑비엘이었지만 부상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많은 병원을 전전해 가면서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을 치료했지만 완쾌되지 못했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 세계챔피언에 오른 랑비엘은 부상의 여파로 조금씩 추락했습니다. 결국,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위권 진입에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부상에서 회복될 조짐이 안보인 랑비엘은 결국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많은 피겨 팬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력과 '회오리 스핀'을 못 보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랑비엘은 프로 선수로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라는 말처럼 맘에 부담감을 떨치고 현재는 아이스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페스타 온 아이스2009' 1회 공연에서 보여준 모습은 현역선수로 뛰어도 좋을 정도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스쇼를 대비해서 철저하게 몸을 만들고 관리를 했던 부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전성기 때처럼 고난도의 트리플 점프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장기인 '명품 스핀'은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랑비엘의 힘 있고 빠른 스핀이 이어지자 킨텍스를 가득 메운 7천여 관중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세계챔피언에 올랐던 랑비엘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소중한 목표였습니다. 특히,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는 '당대 최고의 스케이터'였던 예브게니 플루센코(러시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랑비엘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을 겨냥하고 있었죠. 하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한 몸은 그를 은퇴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접었지만 프로 선수로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해 랑비엘은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랑비엘의 은퇴에 많이 아쉬워했던 피겨 팬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명품 스핀'을 다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 스테판 랑비엘,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김경주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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