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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김상현, KIA에서 야구인생 꽃피울까

기사입력 2009.04.19 23:47 / 기사수정 2009.04.19 23:47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2002년 7월 28일의 일이다. LG를 상대로 잠실 원정경기를 치르고 있던 KIA는 2점차로 뒤진 채 9회 공격에 나섰다. 마운드에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상훈이 버티고 서 있었다. KIA 김성한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른손 대타 김상현 카드를 꺼냈고, 김상현은 장쾌한 동점 2점 홈런을 터뜨려 집에 갈 준비를 하던 수많은 관중을 경악하게 했다.

김상현의 무력시위에 매료된 건 1루 측 더그아웃에 숨어 있던 김성근 감독(현 SK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LG 사령탑을 맡고 있던 김 감독은 구단 측에 김상현의 영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LG는 곧바로 KIA에 오퍼를 넣었고, 7월 31일, 대타 홈런을 날린 지 딱 사흘 만에 김상현은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트레이드 상대는 좌완 방동민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눈에 든 김상현은 LG의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찰 태세였지만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몇 번 나와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2003년 전반기에는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으며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듯했다. 그해 7월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는 배트가 부러졌는데도 타구는 펜스를 넘어가는 엄청난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3루 수비에는 약점이 있었다.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떨어뜨리고, 경기 후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펑고를 받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배팅 파워만으로도 김상현은 충분히 주전감이었다. 이병규, 김재현, 박용택 등 정상급 좌타자를 수두룩하게 보유한 LG였지만 홍현우의 거듭된 부진으로 오른손 거포는 바닥을 드러냈다. LG는 김상현이 대형 우타자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또 부상을 입으며 주전 자리를 반납했다. 불운은 꼭 결정적 순간에 닥쳤다. 야구가 좀 될만 하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100경기에 출장해 9홈런을 기록한 김상현은 이듬해 상무에 입대, 2군에서 2년간 뛰었다.

2군 무대를 평정한 김상현은 2007년 많은 기대 속에 복귀했다. LG는 김상현에게 등번호 7번을 달아줬다. 7번은 김재박, 김재현 등 LG의 간판스타가 거쳐간 번호다. 그러나 김상현은 시즌 초반 반짝했을 뿐 타율 0.235, 7홈런에 그쳐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2008년에도 비슷한 성적에 머물자 LG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정성훈을 영입, 3루수 고민을 해결했다. 그리고 김상현을 트레이드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그런 '곤잘레스' 김상현이 다시 광주행 기차를 탔다.

잠실에서 맞대결을 펼치던 LG와 KIA는 19일 강철민<->김상현·박기남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야말로 전격적이다. 7년 전 뜬금 없이 서울팀 유니폼을 입었다가 또 한 번의 깜짝 리턴 트레이드로 친정팀에 복귀하게 된 김상현의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은 이제 2막을 향해 가고 있다.

광주로 돌아간 김상현은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KIA 내야에는 이현곤이 버티고 있고, 안치홍이 수준급 타격 솜씨를 과시하며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1루는 최희섭, 오른손 대타 요원은 이재주가 자리를 잡은 상태다. 김상현을 위한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김상현에게는 LG에서보다 더 힘겨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상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장타다. 팀 평균자책점 부문 1위(2.64)를 달리고 있는 KIA는 공격력 보강이 과제다. 조범현 감독이 김상현을 데려온 이유는 그의 배팅 파워를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KIA의 홈인 광주 구장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김상현에게는 희망적인 신호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김상현이 친정팀 KIA에서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김상현의 야구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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