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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자초한 '무승부 처리 논란'

기사입력 2009.04.17 08:58 / 기사수정 2009.04.17 08:58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리그전의 전체 승률은 딱 5할이 되어야 옳다. 한 팀이 이기면 상대팀은 패자가 되는 '제로섬'이 승부 세계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프로야구는 지금까지의 상식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다. 무승부를 패배와 동일하게 처리하는 독특한 승률 계산법 때문이다.

이번 시즌부터 적용되는 승률 계산 방식(승수/경기수)은 부당한 점이 있다. 현행 방식은 이기지 못하는 이상 비기든 지든 마찬가지다. 무승부가 되면 양쪽 모두 패자가 되고 나머지 6개 구단만 뒤에서 웃는 상황이 반복된다. 강우 콜드게임 무승부라도 나오는 날에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사실 무승부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순위 차이가 크게 나는 두 팀이 만났을 때 12회 초까지 동점이 유지된다면 원정팀은 12회 말 수비 때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갖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가 1승을 보태도 우리 팀의 시즌 운영에 큰 지장이 없다면 12회 말에 굳이 주력 투수를 내세워 비기기를 유도할 필요가 없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수가 투수 자리에 들어가는 극단적인 케이스도 나올 수 있다. '무승부 = 패배'로 보는 승률 계산법의 위험성이다.

16일 현재 무승부는 총 3차례 발생했다. 7일 대전 경기에서 한화와 두산이 7-7로 비겨 시즌 1호 무승부가 기록된 후 9일 광주 KIA-SK전, 15일 문학 SK-LG전에서 각각 무승부가 나왔다. 그때마다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헛심만 잔뜩 쓰고 허무하게 경기를 마친 몇몇 감독들은 제도가 불합리하다며 꼬집고 나섰다.

하지만, 무승부의 승률 반영에 대한 논란은 현장에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8시즌에 앞서 끝장 승부제도를 야심 차게 내놓았다. 그러나 '무승부 없는 시즌'은 불과 1년 만에 역사관 속 유물이 됐다. 2008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현장 관계자들은 무제한 연장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앞다퉈 내놨고 같은 해 12월 감독간담회에서 대다수 감독(7명)들은 끝장 승부 유지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다수의 팬은 끝장 승부의 존속을 지지했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밀렸다. 마침내 2009년 1월 KBO 이사간담회에서 연장전 이닝 제한(12회)이 부활했다. 이 자리에서 연장전 비기기 전략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승률 계산법이 함께 논의될 것은 예정된 순서였다. 1년 전, 무제한 연장전을 도입할 당시 내세웠던 명분이 바로 '양 팀의 암묵적 합의하에 자행되는 비기기 작전을 막아보자'는 것이었으므로 이를 되돌리려면 새로운 방어 장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KBO는 82년부터 86년까지 승수/(승수+패수)로 승률을 산출했고, 이후 97년까지는 무승부를 0.5승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초창기의 승률 계산법이 다시 사용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한때 다승제가 채택되기도 했지만 이때의 다승제는 승수가 같으면 무승부가 많은 팀이 유리하도록 되어 있어 진정한 의미의 다승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KBO가 수시로 승률 계산 방법을 바꿔왔던 것에는 무승부를 줄여보자는 의도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골라도 큰 차이가 없었다. 무승부를 0.5승으로 하든, 아예 계산에서 빼든, 다승제(승수 같을시 적은 패수인 팀이 상위팀)를 실시하든 시즌이 끝나고 보면 그게 그거였던 게 문제였다.

그 결과로 끝장 승부 제가 도입됐다. 그러다가 1년 만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연장 승부를 12회로 제한하고 나니 어지간한 무승부 방지책은 당장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에 따라나온 결론이 무승부와 패배를 동일하게 보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일선에서 나오고 있는 불만이 전혀 터무니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특이한 승률 계산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제한 연장전을 극구 피하려 했던 현장의 목소리가 최초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은 시즌이 막 시작한 마당이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심정이야 이해한다 치더라도, 제도가 이상하다며 제기하는 불만은 명분도 약하고 타이밍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 누구 때문이었는지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사진 = 잠실 구장 (C) 두산 베어스 구단 제공]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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