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최승호 MBC 사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사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세월호 참사 희화화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내부 인사가 사건을 조사하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 세월호 참사 유족을 변호해온 오세범 변호사에게 조사를 주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이야기했다. 최 사장 역시 고의성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믿기 힘들었으나,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고 반성하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최승호 MBC 사장이 게재한 전문.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사건을 벌였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저희는 내부 인사가 이 사건을 조사해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세월호 유족들을 변호해오신 오세범 변호사님께 조사를 주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오세범 변호사님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수락해주셨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님과 내부 조사위원들이 1차 조사를 한 뒤에는 세월호 유족 대표들께 조사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유족들은 일부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당부하셨고 저희는 그 조사를 한 뒤 다시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MBC 제작진의 의식과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습니다. 방송 종사자들의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습니다.
오늘 MBC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꽃잎 편지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인 꽃마중 김미나 단장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김미나 단장님, 아니 건우 어머니의 말씀을 제 가슴 깊이 새깁니다. 아울러 그 말씀을 우리 MBC 구성원들에게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 들려주고 싶습니다. 세월호 뿐 아니라 우리가 다루는 모든 영상들은 그 영상이 찍힌 상황의 맥락이 제거된 채 재미의 소재로 사용돼서는 안됩니다.
물론 저는 MBC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어떤 방송사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고 더 싸웠고 더 고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한 것이었던가? 아직 우리의 성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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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