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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주간 리포트] 홈런포는 봄바람을 타고

기사입력 2009.04.13 23:57 / 기사수정 2009.04.13 23:57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종규 기자]
홈런에 웃고 홈런에 우는 프로야구, 뜨거운 방망이가 그라운드를 달군다.

아직은 시즌 초반, 각 팀들의 기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주에서 1승 1무 1패로 고전했던 SK 와이번스는 ‘돌풍의 핵’ 히어로즈를 3연패로 몰아넣으며 우승후보다운 저력을 과시했고, 두산 베어스 역시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SK를 위협했다.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LG 트윈스는 안방 6연전을 반타작으로 마무리했다. 펜스 거리를 줄여 타력의 팀으로 거듭날 태세. 그밖에 한화 이글스와 히어로즈는 매서운 방망이로, 기아 타이거즈는 막강 선발진을 뽐내며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대부분의 팀들이 순항을 이어간 반면, 삼성 라이온즈는 득점력 빈곤으로, 롯데 자이언츠는 중심타선의 침묵으로 힘겨운 한 주를 보냈다.

경제위기를 시원한 홈런으로 날려 보낸다!

올시즌 처음으로 6연전을 치른 프로야구. 타자들은 ‘짜릿한 손맛’ 에 신바람을 냈고, 투수들은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잦아졌다. 타고투저의 바람을 타고 홈런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홈런에 웃고 홈런에 울었다.

거포들을 여럿 보유한 롯데와 ‘다이너마이트 타선’ 으로 유명한 한화는 그렇다 쳐도, 히어로즈와 LG의 홈런포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기대하지 않던 타자들에게서 한 방이 터져 나오고 있어 팬들을 놀라게 한다.

히어로즈의 안방 목동구장에서는 안 넘어갈 것 같던 타구가 기류를 타기라도 한 듯 쭉쭉 뻗어나갔다. 삼성과 3연전을 싹쓸이한 것도, SK에게 3연패를 당한 것도 히어로즈에게는 홈런포가 원인이었다. 홈경기 시 이동식 펜스를 설치하는 LG도 상대팀과 홈런을 주고받으며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효과가 좋다.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대기록들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 7회초 마운드에 오른 한화 투수 송진우는 이대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개인 통산 3000이닝 고지에 올랐다. 지난 1989년 프로에 데뷔해 21시즌째를 맞은 송진우는 43세라는 나이를 잊은 듯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10일 잠실구장에서는 LG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프로야구 통산 3번째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냈다. 두산에 4-5로 뒤지던 9회말, 1사 만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페타지니는 두산의 신예 마무리 이용찬의 강속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페타지니 자신에게도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경험하게 해준 한 방이었다.

대기록은 3일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11일에도 잠실구장에서 구경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된 것. 두산의 톱타자 이종욱은 1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쪽 2루타,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 5회 네 번째 타석에서 우월 투런홈런, 7회 다섯 번째 타석에서 우익선상 3루타를 기록해 프로야구 통산 14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왕 경쟁 벌써 시작되나

프로야구의 맛을 본 지 이제 일주일 남짓, 신인들의 도전이 거세다. 개막전 때부터 주목을 받은 삼성의 고졸타자 김상수가 그 선두주자다. 프로 데뷔전부터 8경기 연속안타, 게다가 6경기에서 2루타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파울라인을 타고 흐르는 안타를 날린 뒤, 빠른 발로 2루에 안착하는 그를 ‘2루타의 달인’ 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

KIA는 이용규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았지만, 안치홍이라는 신인을 발견해 위안을 얻고 있다. 서울고 출신의 내야수 안치홍은 2년차 김선빈을 제치고 주전 3루수로 발돋움했다. 깔끔한 수비는 물론, 날카로운 타격으로 상위타선에 포진되고 있다.

개막 2연전에서 2세이브를 거둔 두산의 중고신인 이용찬은 3일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다. 10일 LG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의 희생양이 됐지만, 이틀 뒤 한 점차 승리를 지켜낸 것. 해마다 두산에서 발굴되는 ‘깜짝 스타’ 로 떠오를지 지켜볼 만 하다.

MOMENT of the WEEK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 두산의 올시즌 첫 라이벌전. 이번 3연전은 LG의 홈경기로 열리기 때문에 어느 쪽이 앞당겨진 펜스의 덕을 보는가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마지막 순간에 홈런을 날린 LG의 승리.

축소된 담장의 효과를 먼저 경험한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6회초까지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5-0까지 앞서갔다. LG로서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 이었다. 그러나 좌절은 여기까지. LG는 6회말 페타지니와 조인성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반격에 나섰다.

4-5로 뒤진 LG의 9회말 공격. 두산은 신예 마무리 이용찬을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려는 이용찬, 그리고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최동수가 벌인 10구의 승부는 이 경기를 판가름했다.

이용찬의 빠른공을 공략하지 못하던 최동수는 볼카운트 2-0의 궁지에 몰렸다. 이후 볼 3개를 고른 최동수는 8구째를 맞췄으나 3루 쪽 파울지역에 높이 뜨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두산 3루수 김재호가 넘어지면서 포구에 실패한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풀카운트에서 10구째, 이용찬의 주무기인 몸쪽 빠른공이 날아왔다. 최동수는 이용찬의 공이 그새 눈에 익은 듯 힘껏 당겨 쳐 좌익수쪽 안타를 만들어냈다. 결정적 순간, 대타경험이 풍부한 노장의 승리였다.

발이 느린 최동수는 깊은 코스로 공이 떨어졌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2루까지 질주했다. 간발의 차이로 2루를 먼저 밟은 최동수는 연신 주먹을 내지르며 환호했고, 대주자와 교체되어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동료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후 보내기번트에 실패한 이대형의 3루 땅볼이 김재호의 1루 송구실책으로 연결됐고, 안치용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의 기회에서 페타지니의 끝내기 만루포가 터졌다. 이 모든 것이 최동수의 기선제압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지난 2년 동안 주로 2군에 머물다가 올시즌 주전 마무리로 전격 발탁된 이용찬. 그에게도 이날 경기는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픈 상처로 남겠지만, 미래를 위한 보약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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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로베르토 페타지니 (C) LG 트윈스 구단 제공]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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