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상대팀과의 싸움이 아닌, 나와 강승호의 싸움이다."
27일 삼성전을 앞두고 강승호에 대한 질문을 받자 류중일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이 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류 감독은 삼성 감독 시절 이승엽과 관련된 일화를 꺼냈다. 2013년 한국 복귀 후 부진했던 이승엽을 지속적으로 기용한 부분에 대해 이승엽과 싸웠다고 밝혔다.
이승엽과 강승호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현재 시점에서 어렵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일화인 점은 분명하다.
혹자는 류 감독의 야구를 가리켜 '믿음의 야구'라고 부른다. LG 감독으로 부임한 후에도 이런 기조는 유지됐다. 채은성, 양석환 등 팀에서 쳐줘야 하는 타자들이 타격감을 찾을 때까지 믿고 기용했다. 실점을 한 마무리 정찬헌은 따로 불러 다독이며 질책 대신 책임감을 심어줬다. 부상당한 이형종이 자꾸 언급될 때, 1군에 있는 선수들의 기분이 상할까 염려하며 언급을 피했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고뇌와 주변의 평가 등 믿음을 흔들 요소들이 있었지만 마치 '전투를 치르듯' 믿음을 고수해냈다. 현재 류 감독의 안정적인 기용 아래 이들은 뿌리를 내렸고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강승호의 타격에 대해서는 류중일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루수로서 1군 풀타임에 처음 도전하는 만큼, 공격도 수비도 아쉬운 점이 많다. 강승호는 29경기를 치른 지금까지 2할9리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강승호를 꾸준히 9번 타순에 배치하고 선발 출전시키고 있다.
부진한 타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류 감독은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잠시 휴식을 주는 것, 나머지는 2군에 내려보내 시간을 주는 것. 그러나 아직 류 감독에게 이 두 방법 모두 선택지가 아니다.
류 감독은 27일 삼성전을 앞두고 "강승호는 오늘도 나간다"라고 말했다. "나중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지만, 당분간 2루수는 강승호다"라고 못을 박았다. 강승호는 시즌 개막 후 꾸준히 2루수를 맡았다. 풀타임 출전에 피로도가 쌓였을 수 있다는 것이 류 감독의 평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재능이 확실히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생각이다.
강승호는 27일 삼성전에서 1-1로 동점이던 2회말 리드를 가져오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키며 분위기를 LG 쪽으로 끌고 왔다. 1안타였지만 가장 필요한 순간 시기적절한 적시타였다. 류 감독의 묵묵함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일 수 있다. 그러나 훗날 강승호가 LG의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게 된다면, 지금 류 감독이 보여줬던 '전쟁같은' 믿음은 분명 그 밑거름으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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