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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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부진, 그 이유는?

기사입력 2009.04.04 01:26 / 기사수정 2009.04.04 01:26

강승룡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승룡] 시즌 초반 데데의 장기 부상으로 인하여 도르트문트는 측면 수비수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이에 토트넘에서 입지가 좁아진 이영표를 영입했다.

라모스 감독의 외면을 받고 토트넘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이영표는 입단 후 베스트팔렌 더비전이였던 샬케전에서 처음으로 데뷔하여 데데의 대체자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여 팬들의 찬사를 받았고, 분데스리가 데뷔 두 번째 경기 만에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알렉산더 프라이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이영표는 리그에서 14경기를 연속으로 풀타임 출전하여 도르트문트의 주전 풀백으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번 시즌 17경기에 출전한 이영표의 키커지 평균 평점은 3.38점으로 팀 내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분데스리가 전체 수비수 중에서도 17위로 상위권에 속해 있다. (키커지 평점은 1점부터 6점까지 표시되며, 숫자가 작을수록 좋은 평점이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전에서 그가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반 35분에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한 차례 시도한 게 전부였을 뿐,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측면으로의 역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는 북한의 위협적인 역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백패스로 뒷걸음치기에 바빴고, 결국 이영표는 후반 12분 김동진으로 교체되고 만다.

월드컵 예선 직후 장거리 이동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리그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여 강철 체력을 과시할 정도로 도르트문트에서 기량을 회복하고 있던 이영표가 갑자기 부진에 빠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것은 '코트부스전의 퇴장'과 데데의 복귀로 인한 '풀백의 주전 경쟁 심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영표는 코트부스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코트부스의 사보 파비세비치의 배를 차는 거친 파울로 레드카드를 받았고, 이로 인하여 두 경기 출장 정지 징계 처분을 받게 되었다. 그 전까지 이영표의 활약에 가려져 있었던 오보모옐라는 이영표의 공백기에 무난한 활약을 보여주며 이영표를 위협했다.

게다가 부상에서 회복한 데데는 복귀가 임박한 상황이었고, 슈투트가르트와의 원정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면서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이영표도 징계에서 풀려나 이 경기에 출전하였지만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24라운드 하노버 원정경기와 25라운드 브레멘과의 홈 경기에서는 데데와 오보모옐라가 좌우 풀백으로 나오면서 벤치를 지키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영표가 도르트문트에 입단할 당시 가용한 좌우 풀백 자원은 오보모옐라, 쉬멜처, 루카비나 등이 있었다. 하지만, 루카비나는 이영표가 입단한 이후 부상에 시달렸고, 이영표와의 풀백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 올 겨울에 1860 뮌헨으로 임대를 떠나 있는 중이다. 또한, 쉬멜처는 88년생의 어린 선수로 경험이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기에, 도르트문트의 양쪽 풀백은 이영표와 오보모옐라가 붙박이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냐 데데가 복귀한 상황에서 메인 포지션인 왼쪽 풀백에서 뛰기 위해서는 주전 경쟁에 어려운 점이 많다. 데데는 10년을 넘게 도르트문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풀백으로 팀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풀백 또한 한때 독일 국가대표팀에 뽑힌 경력이 있는 오보모옐라와 만만치 않은 경쟁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번 주말에 있을 헤르타 베를린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시차와 체력 문제로 인하여 출장이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이영표가 도르트문트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데의 복귀로 도르트문트의 풀백 자원이 제대로 갖춰진 상황에서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경험이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북한전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플레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그를 중용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의 마음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영표가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전 보장의 안일함을 버리고 경쟁자들과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볼 수 있겠다.



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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