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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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야구, 그 풋풋함에 대하여

기사입력 2009.04.03 08:35 / 기사수정 2009.04.03 08:35

박종규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종규 기자]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지난해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유행어다. 사소한 일에 호들갑을 떠는 상대방을 향해 점잖은 척 정색하며 내던지는 한마디. 그것은 아마추어만이 가지는 속성을 대변해 준다.

흔히 '아마추어'의 반대말로 '프로'를 떠올릴 수 있다. 모든 것을 갖춰 흠잡을 데 없는 상태를 프로의 경지라고 한다면, 아마추어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야구와 아마야구의 차이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2일 충암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에서도 ‘아마추어다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장면들이 있었다. 고교야구에서 맛볼 수 있는 풋풋함은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패기 넘치는 소년들의 몸짓

결승전에서 1회 말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은 충암고가 3-0까지 달아나는 순간, 30명에 가까운 충암고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으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안타를 치고 1루로 달려가던 타자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기선제압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상당하기에 선수들은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느꼈을 것이다.

양 팀 에이스들은 밥 먹듯이 삼진을 잡아내면서도 타자를 돌려세울 때마다 팔을 치켜세웠다. 포수들은 세 번째 스트라이크가 미트에 꽂히는 순간 용수철같이 튀어 올라 3루로 공을 돌렸다. 스스로 삼진임을 확신한 나머지 볼 판정이 났음에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다 주심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충암고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은 아수라장이었다. 9회 초 2사 1,2루에서 땅볼을 잡은 3루수가 공을 2루에 송구해 아웃이 확실시되자, 충암고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고, 당황한 충암고 선수들은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틈을 타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하던 주자가 아웃되면서 사태는 즉시 수습됐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장면은 선수들의 독특한 응원방식이다.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는 응원석이 고스란히 더그아웃으로 옮겨진 것이다. 보통 1학년 선수가 응원단장을 맡아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선수들의 함성을 이끌어낸다. 더그아웃 단체응원도 분위기 싸움을 위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희로애락의 감정표출은 자연스러운 것

승패의 갈림길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지난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에서 화제가 됐던 서울고 이형종(現 LG)의 '눈물의 역투'가 좋은 예. 마지막 순간 승리가 눈앞에서 멀어지면 어린 선수들은 울분을 참아내기 힘들다. 같은 해 봉황대기 결승전에서는 충암고 홍상삼(現 두산)이 9회 초 2사 후 동점을 허용하자 노골적으로 동료에게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16강전에서도 동산고 포수 신세진이 블로킹에 실패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들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긴다. 아직 감정을 다스리는 데 서투른 소년들임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SK 투수 윤길현의 욕설 파문은 어땠는가. 감독까지 공개적으로 사과할 정도의 큰 파장을 일으킨 그 사건은 프로의 속성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성인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프로의 자세는 아마추어와 대조를 이룬다.

꿈나무들은 언제나 순수하다

시간이 갈수록 고교야구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되어 기량이 급성장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문화를 일찍 접할 수 있게 된 꿈나무들은 점차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배우는 추세다.

그럼에도, 소년들의 순수함은 변하지 않는다. 때 묻지 않은 10대의 패기는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은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예감케 한다.

이것이 바로 아마추어 야구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이유다.

[사진 = 천우스포츠배 고교야구 (C) 엑스포츠뉴스DB 박찬기 기자]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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