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선우 기자] 임수정의 엄마 연기를 보게 될 줄이야.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상상한 적이 없다. 그만큼 대표적인 동안 스타인 임수정과 엄마 역할은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나 임수정은 대중의 예상을 보기좋게 비껴갔다.
임수정은 19일 개봉한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으로 데뷔 첫 엄마 연기에 도전했다. 물론 극중에서도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된 32살 효진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깊은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시나리오와 대사들이 좋았다. 얇은 소설책 하나를 읽은거처럼 훅 빠져들게 됐다. 갑자기 16살 아들의 엄마 역할을 해야 된다는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까 납득이 되더라. 내가 엄마를 한다니 다들 놀라지만 극중 역할도 나보다 어리다. 32살이다. 엄마 역할이라서 도전했다기보단 배우 임수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역할이라 좋았다"
이어서 그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역할을 제안했지 싶으면서 작업을 안할 이유가 없었다. 감독님과 소통도 잘 됐고, 영화다운 영화 현장을 만난 기분이었다. 신비한 경험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당신의 부탁' 속 임수정은 크게 소리 한 번 치는 적 없다. 그러나 섬세한 감정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임수정 역시 "나도 이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또 결혼이나 엄마라는 것에 대해 여태까지는 별 생각이 없이 지내다가 깊게 고민해본 순간이 됐다. 주변 분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의견을 많이 듣기도 했다. 다들 의견이 제각각이더라. 그만큼 가족관에 대해서도 많은게 변했고, 이 영화가 그걸 대변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 뿐 아니라 앞서 '더 테이블' 등 유독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서는 작품과 인연이 깊었다. 또 큰 규모의 상업영화보다는 독립영화에 자주 출연하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어쩌다 보니까 '시카고 타자기' 이후로 영화는 다 독립영화가 됐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다. 크고 작은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하면서 단편, 장편를 많이 봤다. 독립영화들 수준이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이게 정말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었지라고 깨달았다"
임수정이 말한 독립영화의 장점으로는 장르의 다양성 뿐 아니라 여배우가 설 입지가 조금이라도 더 넓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여성 영화가 중심인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그거만 기다려서 안된다. 이런 기회가 왔을때 내게 손내밀어 줬을때 해보지 못했던 내용, 캐릭터인데 감성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보니까 독립영화를 하게 됐다"
배우 임수정의 고민도 앞서 이야기한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는 "사실 할 수 있는 역할이 한계인 게 맞다. 나의 고민이기도 하고 다른 여배우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당신의 부탁' 같은 작품은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 또 이런 영화들로 인해 상업영화에서도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임수정은 배우 이외의 꿈도 밝혔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내 이름을 건 토크쇼를 하고 싶다. 예전엔 듣기만 잘했다면 이젠 질문도 잘할 수 있다.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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