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4 19:15 / 기사수정 2009.03.24 19:15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과 일본 간의 야구국가대항전 중 또 하나의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비록, 승리는 일본에 돌아갔지만 경기 내용에서 한국팀은 결코 패하지 않았습니다. 9회 말, 이범호(28, 한화 이글스)의 극적인 동점타로 3-3의 스코어를 만들어냈을 때, 한반도는 들썩거렸죠. 물론, 한국의 우승으로 결과가 좋게 끝났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야구대표팀은 경이적인 플레이를 보여줬고 이들과 함께한 3월 달은 행복했습니다.
이번 결승전은 한국팀이 여러모로 힘든 상황 속에서 선전한 경기였습니다. 선발 투수로 나선 봉중근(29, LG 트윈스)의 구위와 컨디션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우선, 빠른 볼의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었고 구심인 데릴 커즌스의 일관적이지 못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봉중근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미국인으로 메이저리그 출신 심판인 커즌스의 판정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은 초반 스트라이크 판정이 유난히 야박했다는 것입니다. 봉중근이 1회 초와 2회 초에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한 것은 초반에 스트라이크를 잡고 유리한 볼 카운트를 가져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일본의 이와쿠마 히사시(29, 라쿠텐 골든 이글스)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고 볼 카운트를 조절해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타자들이 유난히 선구안이 좋고 어지간한 유인구에는 배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한국 타자들은 좀처럼 초구를 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이와쿠마는 철저하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선 한국 타자들을 상대했습니다.
이와쿠마가 8회까지 투구 수를 조절하며 호투를 펼친 이유는 초반에 최대한 적게 던지면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기 때문이지요. 봉중근의 직구는 1라운드 1, 2위 순위결정전과 2라운드 경기처럼 제구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변화구도 예리하지 못했죠. 이번 한국대표팀은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21, SK 와이번스)과 류현진(22, 한화 이글스)이 최상의 상태가 아닌 가운데서 힘든 경기를 펼쳐나갔습니다.
봉중근과 윤석민(23, KIA 타이거즈), 그리고 정현욱(30, 삼성 라이온스) 등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해줘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은 선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창용(33, 야쿠르트)을 비롯한 구원투수들의 계투도 한국팀을 결승전으로 이끌었습니다.
한국팀이 결승전에서 일본팀을 넘어서려면 선발 투수인 이와쿠마에게 최소한 2점 이상을 뽑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빠른 공은 물론, 낙차 큰 커브와 포크볼, 그리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이와쿠마의 구질은 적응이 안 되면 좀처럼 치기 힘든 구질입니다.
타자 앞에서 다양한 각도로 휘어져 들어오기 때문에 배트의 중심에 맞추기 힘듭니다. 여기에 볼도 무겁게 들어오는 편이라서 장타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추신수는 5회 말에 이와쿠마의 낮은 볼을 어퍼 스윙으로 걷어올려서 다저스 스타디움 담장을 넘겼습니다.
1-1의 동점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따라가면 일본은 곧바로 도망을 가는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두 팀은 큰 실책 없이 깔끔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한국팀은 봉중근의 상태도 안 좋았고 뒤이어 등판한 정현욱도 연속 안타를 맞아 대량 실점을 할 수 있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수비수들의 호수비로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 위기의 순간들을 모면했죠.
가장 아쉬운 점은 이치로에게 4개의 안타를 허용했다는 점입니다. 이치로가 기세등등하게 활약한 경기에서 한국팀은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6번 타순으로 나선 우치카와 세이이치(27,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게 5타수 3안타를 허용한 점이죠. 특히, 우치카와는 안타를 때리고 출루해 2득점을 기록했습니다.
1-3로 패색이 짙던 한국대표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타 이대호(27, 롯데 자이언츠)의 천금 같은 희생 플라이로 2-3으로 쫓아간 한국팀은 9회초의 실점 위기를 넘기고 9회 말, 이범호(28, 한화 이글스)의 짜릿한 동점 안타로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마무리 투수인 임창용은 선두타자를 출루시켰고 2사 2, 3루의 상황에서 이치로와 상대했습니다. 결과론이 되긴 했지만 1루가 비어있던 점을 생각할 때 이치로와 승부를 한 점은 무리였습니다. 그것도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 놓은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해 2점을 헌납하는 안타를 맞고 말았죠.
김인식 감독은 이 점에 대해 "사인 미스가 났다. 이치로는 분명히 걸렸어야 할 타자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임창용이 던진 실투 하나가 승부의 향방을 갈라놓았지만 한국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9회 말에서 끝냈어야 하는 점이 많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WBC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성과도 놀라운 결과물이었습니다.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스몰 볼과 빅 볼을 조합한 ‘토털 베이스볼’을 선보였습니다. 우승팀은 일본이었지만 가장 교과서적이고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준 팀은 단연 한국이었죠. 일본이 결승전에서 힘을 낼 수 있었던 점은 이와쿠마 히사시와 다르빗슈 유(22, 니혼햄 파이터스)라는 걸출한 에이스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결승전에서 구위가 흔들리지 않았고 끝까지 집중력을 가지고 한국의 타선을 상대했습니다.
봉중근과 정현욱, 그리고 윤석민이 선전했지만 김광현과 류현진이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더라면 한국팀은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패했지만 최상의 경기력을 펼친 한국 야구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한국 야구는 시간이 흐르면 더욱 발전하고 조직력도 강화될 것입니다. 김광현과 류현진, 윤석민 그리고 김태균과 추신수, 이범호 등은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남은 선수들입니다. 여기에 한창 성장 중인 국내 유망주들을 생각한다면 4년 후에 펼쳐지는 제3회 WBC 대회에서는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 봉중근, 이와쿠마 히사시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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