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17 00:13 / 기사수정 2009.03.17 00:13
[엑스포츠뉴스=주영환 기자] 16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벌어진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첫 번째 경기 중, 6회 말 한국의 공격.
첫 번째 타자로 나온 이대호가 중견수 앞에 안타를 치고 나가자 한국 벤치가 부산해졌다. 이택근이 이대호를 대신해 대주자로 나서고 타석의 이범호는 번트 자세를 취했다. 1볼에서 2구에 번트 실패를 한 이범호는 3구에 버스터(번트 동작을 취하다가 강공으로 전환)를 성공시키며 무사 주자 1,2루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이용규가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의 기회를 이어나갔다.
비록 점수를 내지 못했지만 한국이 멕시코의 수비진을 흔들어놓는 장면을 현지에서 중계한 오렐 허사이져는 "쿠바 감독이 왜 일본은 예상 가능한 플레이를 하고, 한국팀은 왜 창조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했는지 보여줬다"라며 극찬했다. 같이 스몰볼을 한다고 평가받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한국은 일본과 격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줬다.
한국의 경기에 앞선 일본과 쿠바의 WBC 2라운드 1조 첫 경기. 5-0으로 앞서 있던 9회, 일본은 첫 타자 무네노리 가와사키가 중견수 안타로 출루하자 지체없이 번트를 댔다. 2루 주자가 된 가와사키는 득점을 올렸지만 단지 5점차에서 6점차로 벌리는 점수에 불과했다.
비슷한 장면은 3회에도 있었다. 3회 연속 안타로 만든 1, 2루 찬스에서 하라 감독은 사무라이 재팬의 핵, 스즈키 이치로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선행주자 조지마 겐지가 3루에서 잡히며 결과적으로 일본은 아웃카운트만 하나 버리게 됐다. 비슷한 장면은 아시아지역예선에도 있었다. 1,2위 순위 결정전에서 한국에 0-1로 뒤지던 일본은 8회 1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댔다. 비록 번트 작전은 성공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끝내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물론 작전의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그러나 선택이 합리적이라면 비록 실패로 끝났더라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한일전에서 한국에 비해 불펜 투수가 여유있던 하라 감독은 우선 1점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내기 번트와 같은 일차원적인 작전을 반복하는 점은 충분히 비판받을만하다. 이종욱이 번트 모션으로 3루수와 투수를 흔들어 놓는 것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한국은 멕시코를 맞아 다양한 공격루트를 자랑하며 야구 종합 선물 세트를 선사했다. 정근우를 대신해 나온 고영민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더니, 다음 타석에서는 기습 번트를 대며 출루에 성공했다. 김현수의 볼넷으로 2루에 가서는 코르테즈의 투구폼을 완벽하게 훔치며 이진영과 함께 더블 스틸에 성공했다. 2루와 3루에 더블 스틸을 하는 경우는 통상적으로 3루에 공을 던지지만 고영민의 스타트가 얼마나 좋았던지 멕시코의 포수 바라하스는 공을 어디에도 던지지 못했다.
초반 이범호, 김태균의 아치와 함께 경기 후반에는 빠른 발과 미처 예측하지 못하는 플레이로 멕시코의 얼을 빼놓은 한국판 종합 선물 세트는 강했다. 18일 오후에 펼쳐질 일본전에서도 이러한 선물을 필히 선사해야 할 것이다.
[사진 = 이범호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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