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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부진 탈출의 키워드는 선구안

기사입력 2009.03.13 14:11 / 기사수정 2009.03.13 14:11

주영환 기자



[엑스포츠뉴스=주영환 기자]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에 벌어진 한국야구대표팀과 LA 다저스와의 연습 경기 5회 초. 2사 3루의 상황에서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다저스 마운드는 5회부터 라몬 트론코소가 올라와 공을 던지고 있었다. 싱커볼러 트론코소는 내야 타구를 유도하기 위해 낮은 코스의 직구와 바깥쪽 존을 걸치는 커브로 유혹했다. 추신수는 참았다. 6구째 몸쪽 변화구마저 참아낸 추신수는 1루에 출루하며 기회를 이어나갔다.

이제는 예전에 비해 명성이 떨어졌지만 '천재 단장'으로 불렸던 빌리 빈은 오클랜드를  돌풍의 팀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에는 출루율을 지향하는 야구가 있었다. 투수의 공을 저 멀리 날려버리고 싶은 원초적인 공격에의 욕망을 참아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볼넷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를 마치고 추신수가 받아든 성적표는 7타수 1안타 1볼넷이었다. 하일성 사무총장이 "WBC를 보이콧하겠다"라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항의해 데려온 타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추신수는 샌디에이고와 연습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와 1볼넷을 기록했다.

그러나 LA 다저스전에서 추신수는 해법을 찾은 듯하다. 추신수는 다섯 번 타석에 들어서서 세 번이나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1회는 1사 만루를 만들어내는 볼넷이었고, 4회는 선두타자로 출루하는 볼넷이었다. 5회의 볼넷은 결국 대표팀의 2득점으로 이어졌다. 모두 공격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희생’의 볼넷이었다.

야구는 희생에 관대한 스포츠다.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는 타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타자의 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희생플라이는 덤으로 타점도 얻을 수 있다. 추신수는 이날 4번 타자로 나섰지만 3번의 볼넷으로 동료에게 기회를 넘겨준 셈이다.

볼넷의 또 다른 효용성은 투구 수의 증가에 있다. 투수가 볼넷을 내줬다는 얘기는 적어도 4개의 공을 쓸모없는 데 소비했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WBC는 투구 수 제한이 있는 대회다. 볼넷의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추신수가 5회까지 상대 투수에게 얻어낸 19개의 공은 2라운드에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공(85구)의 1/4에 달하는 숫자다.

블랙잭이라는 게임이 있다. 숫자가 21이 되게끔 만드는 카드 게임이다. 게임에서 딜러의 숫자가 21이 넘어가면 모든 플레이어가 승리를 하게 된다. 추신수는 스스로 21을 만들기보다는 딜러의 숫자가 21을 넘기게끔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희망은 한 가지 더 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는 점이다. 최저점을 찍은 추신수는 올라갈 일만 남은 셈이다. 연습 경기 포함 WBC 중국전까지 무안타이던 이치로가 한국전에 3안타를 기록한 예도 있다. 게다가 추신수는 '선구안'이라는 무기까지 얻었다.

[사진 = 추신수 (C)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주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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